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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 실적철회, 평가기준 변경만…노조 불매운동 번지나?

우리 '철회' 신한 '반영유지' 나머지 은행은 깡통계좌 방편만…노·사 진통 예상

이윤형 기자 기자  2016.07.05 15:5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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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은행권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실적할당이 과당경쟁 유발과 불완전 판매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가운데 금융노조의 집단 반발에 따라 은행들은 ISA 실적반영 철회 여부를 재검토 중이다.

그러나 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은 평가기준만 변경할 뿐 여전히 실적에 반영하는 것으로 결정해 금융권 노사 간 진통이 예상된다.

앞서 시중은행들은 지난 3월 ISA 출시와 동시에 지점별로 할당량을 부여하고, 승진과 연관 있는 은행 핵심성과지표(KPI)에 실적을 반영시키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이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제도시행 초기부터 'ISA 실적반영이 은행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면서 불완전 판매까지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며 철회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이 같은 실적반영 철회요구에 KPI는 해당 금융사 경영권에 따른 것으로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은행들은 "ISA는 출시 초기부터 당국이 직접 나서 홍보할 정도로 판매를 독려한 상품"이라며 "당국이 ISA판매 추이를 지켜보고 있어 KPI에 실적반영을 중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결국 당국과 사측은 ISA 실적반영 여부를 놓고 책임 떠넘기기로 결정을 미뤄온 셈이다.

결과적으로 노조의 ISA 우려는 현실이 됐다. 금융사 간 치열한 계좌유치 경쟁 탓에 ISA 불완전판매가 만연하고, 실적을 올리는데 급급한 은행 직원들은 기존 고객과 지인 등을 대상으로 과도한 계좌유치 영업에 나서면서 '깡통계좌'가 다수 개설된 것이다.

실제 최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ISA 출시 3개월인 지난달 누적 가입자수는 220만5382명, 총 가입금액은 2조56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은행 가입자 수는 197만6121명으로 전체에 89.6%를 차지했지만 가입금액은 절반수준인 1조4298억원에 그치는 등 낮은 비중을 차지했다.

여기에 금융감독원과 더불어민주당이 조사한 내용을 보면 올 3월14일부터 4월 중순까지 한 달간 은행권에서 개설된 ISA 계좌는 총 136만2800여개로 이 중 74.3%인 101만3600개가 가입 금액 1만원 미만인 깡통계좌였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ISA 실적반영과 관련, 금융노조가 지적한 내용에 일부 공감대를 이뤄 각자 재검토를 실시했다. 과도한 실적할당 및 판매경쟁이 ISA 불완전판매의 원인으로 지목된 데다 은행 노조들의 집단적인 반발이 나오는 데 따른 후속조치다.

그러나 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은 실적반영 철회가 아닌 깡통계좌 확산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평가 기준을 변경하는데 그쳤다.  

우리은행은 재검토 이후 하반기부터 계좌이동제와 ISA 실적을 KPI에 반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미 기존 평가제도가 정착돼 있는 만큼 이들 지표를 추가하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신한은행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계좌이동제·ISA에 가점을 부여할 계획이다. 해당 영업실적에 대해 총점 대비 3%의 추가점수를 부여한다.

KB국민은행의 경우 ISA를 펀드 등 비이자수익 항목에 묶어 선택적으로 평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와 함께 기존 평가 기준인 '계좌 수'는 1만원짜리 깡통계좌 양산과 은행입장에서 실익이 없다는 것을 고려해 일정 금액 이상만 평가에 넣기로 했다.

이밖에 KEB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 역시 절대 계좌수보다 실질적인 액수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하고 있어 반영철회 대신 평가 기준변경 결정에 맞춰 의견이 수렴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 중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계좌 수가 아닌 금액으로 평가해도 과당경쟁으로 불완전판매가 우려되는 건 마찬가지"라고 재차 우려했다.

그러면서 "당초 예고대로 ISA 판매 할당금지 및 실적 반영 금지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집단적 불매운동을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에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ISA판매와 관련한 불완전판매가 구체적으로 나타난 것은 없지만, 우려가 제기된 만큼 금융사 별로 자체점검을 진행 중"이라며 "기업 입장에서 판매실적을 평가기준에서 제외하라는 요구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