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이화 기자 기자 2016.07.05 16:21:47
[프라임경제] 4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인수합병 불허' 내용이 담긴 기업결합 심사보고서를 전달받은 SK텔레콤(017670·사장 장동현)의 후속조치가 무엇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공식 입장을 발표한 SK텔레콤은 "여러 가지 후속대책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어제(4일) 공정위로부터 CJ헬로비전(037560·대표 김진석) 주식취득 행위를 해서는 안 되며,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033630·사장 이인찬)의 합병행위를 해서도 안 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보고서 내용을 언급했다.
이어 "공정위는 합병법인이 출범할 경우, 권역별 방송시장에서의 시장지배적 지위가 강화될 우려가 있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알려왔다"고 덧붙였다.
그간 공정위가 기업결합 심사 결과에 '불허'보다 '조건부 인가'를 해왔던 데 비해 이번 결정은 이례적으로 강력한 결단이라는 평가다.
이번 인수합병(M&A) 인허가 심사는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후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가 심사에 돌입,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방송분야 '사전동의'를 얻어 최종적으로 최양희 미래부 장관이 결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에 따라 최 장관의 판단이 가장 중요한데, 같은 심사 기관에서 내린 강력한 결단을 뒤집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 SK텔레콤은 "여러 가지 후속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말해 당초 '자진철회설'을 강력 부인했던 태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이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단 입장을 냈다고 하지만, 이번 합병심사 말고도 SK텔레콤이 공정위와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할 사업은 많다"며 "극단적인 결정은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에 공정위가 합병 불허 사유로 든 '시장경쟁적 지위 강화 우려'의 판단 근거에는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 합산점유율이 과반을 넘었다'는 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시장지배적 요인으로 판단된다면 매각이 불가피한 상황인데, SK텔레콤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다.
현재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의 합산점유율이 60%를 넘는 곳은 총 23개 권역 중 15곳 이상이다. 이들 권역의 가입자 수는 300만명 이상으로 CJ헬로비전 전체 가입자 400여 만명 가운데 4분의 3에 달하기 때문에 SK텔레콤이 이번 M&A로 얻을 수 있는 핵심 이득 중 하나인 '가입자'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국에서 같은 유료방송인 IPTV(인터넷TV) 사업을 하는 KT와 LG유플러스는 해당 권역에서 합산점유율 60% 이상이라는 동일한 문제가 생겨 매수 후보군에서 제외된다. 아울러 성장 둔화 등으로 매수가 어려운 방송사업자(SO)의 상황을 보면 이 권역을 매수할 사업자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를 감안해 결국 공정위는 '조건부 인가'가 아닌 '불허'를 결정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러한 점유율 규제에 대한 공정위 결정이 지난해 정부 결정과 배치돼 일관성이 없다는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SO와 IPTV 간 유료방송 점유율을 전국 가입자의 1/3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합산규제로 일원화했다. 그러나 공정위가 합산규제를 무시하고 권역별 점유율로 기준을 바꿨다는 것.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권역별 점유율을 따지는 것은 전국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IPTV사업자보다 중소 케이블업계를 더 규제하는 모순이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SK텔레콤은 이날 입장발표를 통해 "공정위의 이번 결정을 매우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인수합병 이후 대규모 콘텐츠, 네트워크 투자 등을 통해 유료방송 시장 도약에 일조하고자 했던 계획이 좌절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월8일 SK텔레콤의 유료방송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는 CJ헬로비전과의 합병법인을 통해 5년간 5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국내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해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이인찬 SK브로드밴드 대표는 "합병이 만약에 안 된다면 투자의 규모 활동은 상당히 축소되고 지연될 것"이라고 했었다.
한편, 공정위 심사보고서가 수정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심사보고서를 수령한 SK텔레콤은 2주 내로 공정위 심사에 대한 의견을 공정위에 전달하고, 최종 결정은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내려진다.
이에 따라 M&A를 일관되게 반대했던 KT와 LG유플러스는 "아직 심사결과가 공식 발표되지 않아 내용에 대해 입장을 밝히기는 시기상조"라며 "충분한 검토를 거친 뒤 밝히겠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