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형 기자 기자 2016.06.23 15:22:28
[프라임경제] 한국은행이 지난달 '범국민 동전교환운동'을 통해 367억원에 이르는 2억6700만개의 동전을 회수하면서 동전 제작비용 225억원을 절약했습니다.
동전교환운동은 카드 사용 증가 등 전자결제 보편화에 따라 사용량이 현격히 줄어든 동전을 시중에 유통시키고 제작비용을 줄이기 위해 마련된 행사인데요.
지난 2008년부터 9년째 이어오고 있는 이 캠페인은 괄목할 만한 실적은 아니지만 매년 200억원을 웃도는 비용절감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동전은 금속 소재라는 특성 때문에 액면가 못지않은 제작비용이 들어가는데 이 행사를 통해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화폐 제작비용을 줄이기 위해 마련된 장치는 동전교환운동 외에도 존재하는데요. 바로 5만원권 지폐입니다.
5만원권의 발행취지는 지폐 액면가를 높여 소비자들에게 휴대의 편의성을 제고함은 물론, 10만원 수표 및 1만원권 제조비용을 줄이는 데 있습니다. 당시 정부는 소비자들의 기존지폐 수요가 줄어들면서 연 3200억원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홍보하기도 했죠.
실제로 5만원권 발행 기점인 지난 2009년부터 1만원권의 발행액은 매년 평균 2조원씩 감소하고 있습니다. 1만원권의 제조비용은 장당 200원으로 알려졌는데요. 2조원이 감소할 경우 장수로는 2억장에 해당하기 때문에 1만원권의 제조비용은 해마다 400억원씩 절감된 셈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절감효과가 무색하게 5만원권은 매년 낮은 환수율을 기록하며 은밀한 거래에 사용되는 '검은자금'으로 변질됐다고 지적되곤 합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 시스템을 살펴보면 5만원권 환수율은 발행 첫해 7.3%에서 △2010년 41.4% △2011년 59.7% △2012년 61.7% △2013년 48.6% △2014년 29.7% △2015년 40.1%로 누적 43.25%의 저조한 환수율을 기록하고 있죠.
이와 관련, 지난해 말 기준 총 지폐발행잔액(말잔)은 84조3484억69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그중 5만원권 지폐는 총 지폐발행잔액의 76%인 64조3236억1300만원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발행잔액은 한은이 공급한 화폐에서 환수한 돈을 제외하고 시중에 남은 금액을 말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환수되지 않는 5만원권이 경제적인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환수되지 않은 5만원권 금액을 장수로 계산해보면 약 12억8600만장인데요. 그렇다면 이 5만원권들의 제조비용은 얼마일까요.
5만원권의 제조비용은 노하우 등 영업비밀을 이유로 극비에 부쳐졌지만, 추가 위조방지 장치 때문에 1만원권보다는 비싼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만약 1만원권보다 100원 더 비싼 300원일 때 미환수 5만원권의 제조비용은 3859억원에 달하며, 50원만 더 비싸더라도 3216억원에 달하는 것을 짐작할 수 있죠.
결국 약 4000억원어치의 5만원권들이 환수되지 않고 지하경제를 누비고 있는 셈입니다.
그럼에도 한국은행은 매년 평균 16조원에 달하는 5만원권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평균 발행액보다 약 4조 많은 20조원을 발행하기도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에서는 '5만원권을 폐지하자' 혹은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제조연도를 표시하자'라는 다양한 주장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최근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인 1.25%로 가라앉은 사실상 제로금리 시대로 돌입했는데요. 이 같은 저금리 상황에는 목돈을 묻어두려는 심리가 강해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묻어둔 돈을 유통시키고 투자심리를 자극해 경기를 살리자는 것이 기준금리 인하의 목적인 만큼,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라도 5만원권의 환수율을 높이는 방법을 하루라도 빨리 찾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