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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대의 글쓰는 삶-4] 글은 무엇으로 쓰는가

이은대 작가 기자  2016.06.15 17:3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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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글을 머리로 쓴다는 사람도 있고, 가슴으로 쓴다는 사람도 있다. 나의 경험에 비춰 말하자면 글이란 손으로 쓰는 것이다. 물론, 의학적으로나 과학적으로 설명할 자신은 없다.

'무엇에 대해 쓸 것인가'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숙고한 후 글을 써야 한다고 믿었던 적이 있다. 다독, 다상, 다작이라는 글쓰기 필수요소를 지키기 위해 많이 읽고 많이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 많이 생각하고 읽는 동안 글은 한 줄도 쓰지 못했다.

필자는 '내가 글을 쓰는 이유'라는 책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글쓰기에 가장 필요한 것은 '쓰는 행위'다. 바로 이것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반문과 항의를 해오고 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당연히 많이 읽어야 하고, 생각을 해야 하는데도 무조건 쓰라고 하니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는 것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쓰라고 했지 읽지 말라고 한 적은 없다. 지금 당장 쓰라고 했지 생각하지 말라고 한 적도 없다.

독서와 사고(思考)는 글을 쓰기 위해서 필수적인 밑거름이다. 참 답답한 것은 독서를 하라고 하면 독서만 하고, 사고의 폭을 넓히라고 하면 생각만 한다. 왜 읽기만 하고 쓰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아직 충분한 독서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엄청난 독서를 통해 글쓰기의 문리가 터질 때를 기다린다는 말이다. 가수의 꿈을 가진 사람이 매일 노래를 들으면서 한 곡도 부르지 않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반면, 글쓰기를 권하고 '쓰는 행위'를 강조하면 일단은 백지를 채울 수 있다. 쓰다 보면 스스로의 한계를 느끼게 되고, 자연스럽게 필요한 책을 찾아 읽는다. 글쓰기를 염두에 둔 독서는 또한 자연스럽게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쓰는 행위를 시작하면 읽는 행위와 생각하는 습관이 저절로 따라붙는다는 말이다. 충분한 독서와 깊은 사고가 글쓰기에 꼭 필요한 과정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읽고 쓰고 생각하는 과정이 모두 하나가 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읽었으면 써야 하고, 생각했으면 써야 한다. 엄청난 내공이 쌓여 손만 대면 일필휘지로 쓸 수 있을 것 같은 때는 결코 오지 않는다. 3년 동안 책만 읽고 그 후에 글을 쓰는 사람과 3년 동안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쓴 사람은 비교할 필요도 없다.

이렇게 '일단 써라'라는 말을 강조하고 보니, 이제는 '도대체 뭘 써야 합니까'라는 질문이 돌아온다. 처음에는 '무엇이든 쓰세요'라고 답했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나의 대답이 참 갑갑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딱히 권하고 싶은 방법은 아니지만 우선은 눈에 보이는 것, 귀에 들리는 것, 입으로 맛본 것 등을 있는 그대로 적어보고 그에 대한 느낌을 함께 쓰라고 일러줬다. 다만, 한 가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을 쓰되 아무나 느낄 수 없는 감정을 실으라는 것이다.

비가 내리는 풍경은 아무나 볼 수 있지만 빗소리를 유난히 좋아했던 어머니에 관한 추억은 오직 나만의 것이다. 이렇게 보면, 글을 쓸 소재는 무궁무진해진다.

글은 머리로 쓸 때도 있고, 가슴으로 쓸 때도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쓰고자 하는 것은 '토지'도 아니고 '혼불'도 아니다. 글쓰기에 처음 입문하거나, 생애 첫 책을 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무엇보다 절실히 필요한 것은 '매일 써야 한다'는 사실이다.

글을 쓰겠다는 결심이 섰다면 일단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켜거나 백지와 펜을 들어야 한다. 손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머리와 가슴이 열정적으로 도와줄 것이다. 글은 손으로 써야 한다.

이은대 작가(내가 글을 쓰는 이유, 최고다 내 인생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