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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먹고 살기 힘든 게 기분 탓이라고?!

이수영 기자 기자  2016.02.10 22: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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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설 연휴 잘 보내셨나요? 기름진 명절 음식으로 각자의 인격만큼이나 두둑해진 뱃살이 고민이실 겁니다. 이제부터 입맛이 똑떨어질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단, 입맛은 떨어질지 모르나 혈압이 오를 수 있으니 고혈압 질환자 또는 임산부 및 노약자께서는 대강 훑어만 보시길.

말 그대로 '먹고' '사는 게' 미션이 된 요즘입니다. 분명 돈을 벌기는 하는데 월급은 통장을 스쳐갈 뿐이고 수년 전 '안 오르는 건 월급이랑 우리 애 성적'이라는 말이 이젠 현실이 됐습니다.

2014년 담뱃값 인상을 필두로 수도권 버스와 지하철 요금이 올랐으며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앞다퉈 교통 요금을 올려 받기 시작했습니다. 교통비 올랐는데 공과금은? 하수도료 23.4%, 공동주택관리비 4.1%, 학교급식비 10.1% 상승했고 작년 12월에는 소주 가격이 5~6% 올랐습니다. 심지어 정초부터 두부, 계란, 핫도그, 햄버거 등이 소리 소문도 없이 값을 올렸는데요. 여기에 라면, 맥주 등도 곧 몸값을 올릴 것이라는 소문이 흉흉하게 돌고 있습니다.

아이 키우시는 부모님들의 속도 타들어갑니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육아 물가지수는 전년 같은 달보다 3.61% 뛰었는데요. 유치원 납입금이 8.06%, 어린이집 이용료가 5.63% 올라 보육료 부담이 더 커졌습니다. 장난감 가격도 같은 기간 6.4%나 뛰었다고 하네요. 아이의 생살여탈권을 좌우하는 이유식과 종이기저귀도 모두 3% 넘는 상승률을 보였죠. 업체들마나 인상 요인을 설명은 하고 있는데 사실 납득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현재 물가가 너무 낮다. 2016년에는 물가를 더 올려야 경제가 산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이에 비난이 쏟아지자 작년 10월 통계청장이 직접 해명에 나서는 일까지 벌어졌죠.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0.7% 올라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와 체감물가 사이의 차이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한 생활물가지수는 오히려 0.2% 하락했죠.

이와 관련해 유경준 통계청장은 당시 기자 간담회를 통해 "물가상승률은 소비자물가를 구성하는 481개 품목의 상승률의 ‘평균치’ 개념으로 개별 가구 소비패턴과 지역별 물가변동을 온전히 반영하기 어렵다. 또 소비자들은 생필품 등 자주 구입하는 품목들의 가격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 심리적 요인도 크다"고 해명했습니다. 이를 간단히 요약하면 '(체감물가와 실제 물가상승률의 차이는)국민들의 기분 탓'이라는 얘기와 진배 없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긴 힘듭니다. 국민 입장에서는 쓸 돈은 줄었는데 꼭 필요한 것들의 가격은 오르고 있으니까요. 이는 명목임금과 실질임금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물가를 고려하지 않고 그냥 현재의 돈을 기준으로 지급되는 명목임금은 늘긴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소비 여력을 뜻하는 실질임금은 몇 년 사이 오히려 줄어들었죠. 다시 말해 지난 몇 년 동안 우리가 일해서 받는 월급보다 물가가 더 많이, 빠르게 올랐다는 겁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06년 우리 국민의 월평균 명목임금은 254만2000원. 2014년에는 319만원으로 25.49% 증가했는데요. 반면 명목임금을 물가지수로 나눈 실질임금은 2006년 288만6000원에서 이듬해 297만1000원까지 늘었다가 2008년 이명박 정부 첫해 8.5%나 급감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과 2014년에도 1~2% 정도만 늘어 292만6000원에 머물러 있습니다. 7년이 흐르는 동안 월급쟁이 서민들의 주머니는 더 얇아졌다는 얘기입니다.

국제 유가가 유래 없이 바닥으로 급락하면서 화학제품을 비롯한 제품군의 공급 물가가 낮아졌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공급이 아닌 수요 부진으로 경제의 활력 자체가 떨어져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물가 상승률이 하락하면서 기업들은 수익성이 악화됐고 이는 고용시장에 악영향을 미쳤죠. 여기에 최근 생필품 가격 상승이 맞물리면서 서민에게는 이중고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운용의 묘(妙)가 필요한 때입니다.
기분 탓은 이제 그만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