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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16 공채기업들이 자기소개서에 주목하는 이유

동방청천 커리어 인스티튜트 대표 기자  2016.02.05 10:2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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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종전에는 이력서를 먼저 보면서 스펙(학벌·학점·토익·자격증·해외경험 등)들을 점수화해 일정 점수 미달이면 자기소개서는 읽어 보지도 않았다. 지원자가 너무 많아 커트라인 방식으로 끊어 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탈스펙이 확산되면서 스펙 중심의 이력서 보다는 자소서를 신중히 읽는 경향이다. 자소서를 보면 △글솜씨 △전문성 △체계성 △논리성 △인성 △적성 △인턴경험 △사회성 △경험의 종류와 다과 △응용성·창의성 △문제해결능력 등을 발견할 수 있는 보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경력 △무인턴경험 △무감동성 △직무무관 △빤한 이야기 △횡설수설 등은 탈락 1순위이다. 대각선 방향의 속독은 탈락 판정에 할애된 시간이 10초도 되지 않는다. ​

글솜씨도 경쟁력이다. 글솜씨가 모자란 사람은 타인의 도움이라도 받는 것이 좋다. 입사 후 상사 지시를 받았는데, 자기 힘만으로 보고서 결론이 안 나올 경우, 타인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완벽한 보고서를 만들겠는가, 아니면 내 능력이 이거 밖에 안 되니까 함량미달의 보고서를 제출하겠는가.

이는 자소서를 유심히 살피는 공채기업의 속사정과도 연결된다. ICT에 이어 바이오 의약분야가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는데, 이웃 일본과 중국도 자주 나오는 물리, 화학분야의 노벨상 수상자가 우리에겐 한 명도 없다.​

작년 한미약품의 과감한 R&D투자에 힘입어 국내 제약회사들이 R&D투자를 늘릴 전망이라 하지만, 국내 최대의 제약회사의 매출은 미국 중견 제약회사의 연구개발비용의 반에도 못 미친다.

이래서 언제 바이오 의약품을 개발해 한정된 국내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가겠는가. 공채기업은 이것을 타파할 인재를 원하는 것이다. 

바이오 의약품 기업의 예를 들어 보자​. 최근에는 화학적 의약품과 함께 바이오 의약품 시장이 확대되면서 그에 따른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종전의 화학적 의약품의 복제품은 지네릭(Generic)이라 불리며, 바이오 의약품의 복제품들은 바이오 시밀러(Bio Similiar)라 한다.

바이오 의약품 시장도 최근 세계적인 핵심 특허권을 가지고 있던 선진국 제약회사들의 특허권들이 특허기간 만료로 인해 누구나 쓸 수 있는 기술이 되면서, 상대적으로 생산기술이 강한 우리나라의 제약회사들은 물론 이 분야의 신규 진출을 노리는 삼성그룹 등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바이오 의약품들은 기초과학을 중심으로 보다 장기적인 대규모 투자를 요구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같이 단기성과 위주의 연구개발만 지원하는 정부지원사업이나 기업들의 소규모 투자로는 접근이 불가능하다.

미국, 유럽, 일본, 심지어 중국에서조차도 노벨상들이 나오는데 우리나라는 단 한 개의 화학 노벨상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자연과학의 기초가 약해 바이오 시밀러 시장을 눈 뜨고 놓쳐버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돌고 있다.

지금까지 제약회사 연구원들이나 대학교수들은 정부가 단기성과의 연구개발만 지원하고 장기적인 연구개발은 지원하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장기 대규모의 투자를 설득하고,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바로 바이오 의약 전문가(제약회사 연구원·대학교수)들이다. 따라서 바이오 시밀러 회사의 채용절차에서는 비록 이공계생이라 하더라도 글쓰기(이력서), 말하기(인성면접·PT면접)를 중시하는 경향이 생겨나고 있다.

기존의 화학연구가들은 이공계이기 때문에 글쓰기, 말하기에 대해서 별로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세대였다.

그러나 바이오 시밀러는 장기간에 걸친 연구개발을 필요로 하고, 그러한 곳에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정부나 국회, 언론인, 대기업총수들을 설득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하다.

결국 이 분야에 진출하고자 하는 대졸 취업준비생들은 글쓰기(이력서), 말하기(특히 프레젠테이션 면접·토론 면접) 준비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미래에 그 기업이나 연구원들이 장기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이런 측면에서 이공계생들에게 직무적합성 에세이 심사에 이어, PT 면접과 창의성(토론)면접​을 부과하는 삼성그룹이 마음만 먹으면 직무적합성 평가와 PT면접과 그룹토론 면접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있게 전개하는 이공계생들을 바이오 제약회사들보다 먼저 싹쓸이할 개연성이 높다.

제약회사들은 연구개발 노력과 병행하여 기존의 대졸신입의 전형방식부터 바꿔 인재확보 경쟁에서 분발해야 한다.

이는 규모적으로 미국의 중소, 중견기업에 불과한 우리나라 바이오 제약회사들이 인재영입에서부터 후발주자인 삼성그룹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

바이오 의약은 단지 예시였을 뿐, 이런 현상은 비단 바이오 의약뿐만 아니라 앞으로 나오는 대부분의 첨단기술 예컨대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엔지니어들의 글쓰기와 말하기는 실로 중요한 것이라 판단된다.

동방청천 커리어 인스티튜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