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고용불안 야기하는 관세법을 개정하라! 쪼개기면세사업 면세노동자 다 죽인다! 투쟁!"
4일, 포근한 기온을 되찾은 입춘(立春)이라지만 쌀쌀한 바람이 두 뺨과 손의 감각을 무뎌지게 하는 가운데 롯데면세점노조원과 관계자 150여명이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 모여 이같이 성토했다.
이날 열린 '고용불안과 국가경쟁력을 악화시키는 면세사업권 박탈에 따른 규탄 기자회견'에는 박동식 롯데호텔노동조합 위원장, 한경신 부루벨코리아노동조합 부위원장, 김정수 송파시민사회연대회의 집행위원장 등의 연대사가 이어졌다.
문근숙 롯데면세점노동조합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유일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면세산업이 지속 가능하고 좋은 먹거리 산업으로 성장시켜 나갈 수 있는 제안을 하니 면담에 화답 바란다"며 "이번 투쟁을 통해 5년 한시법 대못을 반드시 뽑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한마음 한뜻으로 소중한 일터가 빼앗기지 않도록 생존권 사수 총력 투쟁을 결의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롯데면세점노자가 규탄 결의대회를 열게 된 배경은 관세법이 바뀌고 롯데면세점이 지난해 11월 월드타워점 면세사업권을 박탈하게 된 데 있다. 이에 따라 1300여명에 달하는 월드타워점 근로자들의 고용불안이 야기됨과 함께 3000억원의 투자액을 고스란히 날릴 위기에 처했다.
당장 이대로면 유예 기간이 끝나는 오는 6월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 롯데면세점 본사직원 130여명은 고용승계가 보장된다지만, 근무지나 직장을 옮겨야 하고 용역·도급 120여명과 판촉사원들의 경우 이마저도 기대할 수 없는 처지다.
관세법이 바뀌기 전에는 10년마다 사업자를 선정했고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사업기간이 연장 가능했다. 하지만 시내면세점뿐만 아니라 공항면세점 특허도 5년마다 심사를 벌여야 해 면세점업계 종사자들의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10일 1년 계약직을 거쳐 정규직 전환에 성공했다는 사원 양지웅씨(26)는 면세사업 박탈 소식을 듣게 됐다.
양씨는 "롯데 측에서 고용을 보장해준다고는 하지만, 잉여인력으로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부는 꿈을 품은 청년들이 더 이상 다른 일자리로 고민하지 않도록, 일터를 잃지 않도록 월드타워점을 돌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월드타워점에서 근무 중인 최미숙씨(48)도 "26년간 근무해오면서 한 번도 그만둔다거나 잘릴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다"며 "만일 월드타워점이 없어진다면 다른 면세점으로 고용 승계된다 치더라도 5년 후 또다시 불안에 떨어야 한다는 사실에 눈앞이 깜깜하다"고 토로했다.
한편, 롯데면세점노조는 지난달 12일부터 현재까지 매주 1회 1시간30분씩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