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누군가에게 특별한 존재가 된 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존재만으로 누군가에게 희망이나 기쁨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자동차업계에는 누군가에게 특별한 존재가 등장했는데, 그 존재가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주인공은 바로 르노삼성자동차의 SM6다.
SM6는 르노삼성의 구세주 역할을 맡았다. 지난 5년여간 신차 발표를 하지 않은 르노삼성의 신차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프리미엄 세단에 목말랐던 르노삼성의 갈증을 해소시키기 위해 탄생된 모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르노삼성은 과거 SM5가 기존 중형차시장의 틀을 깨고 돌풍을 일으켰던 것처럼, SM6 역시 시장의 판을 뒤흔들며 브랜드를 먹여 살릴 모델이라고 입을 모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야심차게 준비한 SM6는 서스펜션 등의 논란으로 인해 등장과 동시에 한바탕 비판을 받았다. 그리고 이런 비판을 향해 르노삼성은 '타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 자신있게 답했다.
그래서 SM6를 직접 타봤다. 시승코스는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AT센터 전시장에서 출발해 에버랜드를 거쳐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르노삼성 중앙연구소를 왕복하는 168km.
◆당당한 풍채·강인한 이미지 속 감성자극 인테리어
외관은 낮으면서도 넓은 차체가 특징이다.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주면서도 역동적인 이미지를 연출할 만큼 독창적이고 개성이 강하다. SM6는 △전고 1460㎜ △전장 4850㎜ △전폭 1870㎜를 갖췄고, 이는 무게중심과 접지능력 부분에 상당히 많이 집중했음을 짐작케 한다.
여기에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축간거리, 2810㎜)는 르노삼성의 상위 모델인 SM7과 같고, 쏘나타와 K5보다는 5㎜ 길다.
전면은 그릴 중앙에 위치한 수평 모양의 '태풍의 눈' 엠블럼과 알파벳 C(혹은 ㄷ)자 형상의 LED 주간주행등의 조화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구현했다. 특히 엠블럼은 낮은 전고와 어우러져 스포티함과 함께 균형 잡힌 안정감을 준다.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유선형의 루프라인이 인상적인 측면은 다이내믹하게 느껴졌고, 윈도우 라인에 적용된 크롬 덕분에 고급스런 분위기까지 더해졌다.
후면은 견인 고리가 안 보이도록 깔끔하게 처리된 부분이 인상적이다. SM6에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등에 적용된 분리형 후방 견인 고리가 적용된 것. 또 트렁크 리드에는 스포일러를 일부러 단 것처럼 디자인 처리됐으며, 리어램프 역시 LED가 적용돼 시인성이 높다.
이와 함께 실내는 감성적이면서도 고급스럽다. 아울러 운전자로 하여금 재미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태블릿PC처럼 큼지막하게 센터페시아 중앙에 자리 잡은 8.7인치 풀 터치스크린. 안드로이드 기반의 태블릿PC에 르노삼성이 SK텔레콤과 공동 개발한 S-링크(S-Link) 시스템을 통해 △전화 △문자 △음악 △내비게이션 등 여러 장치를 조작할 수 있다.
아울러 가죽소재가 적용된 대시보드는 스티칭을 적용해 고급스럽고 세련된 느낌을 한층 배가시켰다. 운전석에 앉으면 세미 버킷 시트가 뛰어난 착좌감을 자랑하고, 국내 최초로 도입된 7인치 TFT 계기판도 뛰어난 시인성을 자랑한다.
트렁크는 넓고 길고 깊으며, 571ℓ의 용량을 갖췄다. 각진 공간이 딱히 없어 활용도가 좋고, 골프백을 4개까지 한 번에 실을 수 있다. 또 트렁크 바닥을 열면 여분의 타이어를 넣는 공간에 숨겨진 수납공간이 나온다.
◆승차감·주행성능·코너링 3박자 다 잡아
이번 시승은 2.0 GDI 엔진 모델과 1.6 터보 GDI 엔진 모델을 번갈아 타는 것으로 진행됐다. 안락한 승차감에 중점을 둔 2.0 GDe 모델은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20.6㎏·m의 성능을, 스포티한 주행이 가능한 1.6 TCe 모델은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26.5㎏·m의 성능을 갖췄다.
고속도로에선 스포츠 모드로, 와인딩 구간에선 컴포트 모드와 에코 모드를 주로 이용했다.
먼저 시승한 2.0 GDe 모델은 여유롭게 안락한 승차감을 느끼기에 적합한 모델로, 시동을 걸자 묵직한 가솔린 엔진음이 기분 좋게 들렸다. 조용하게 들리는 엔진음과 달리 가속페달을 밟으면 민첩한 반응을 뽐내며 탄력 있게 튀어나갔다.
제로백이 9.8초에 불과하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초기 가속력이 스포츠 모드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아쉬웠으며, 시속 100㎞을 달리기 위해 급가속을 하면 엔진회전수가 5000rpm까지 올라갔다. 이와 달리 컴포트 모드와 에코 모드에서는 여유로우면서도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했다. 어지간한 오르막길을 만나도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반면, 1.6 TCe 모델은 스포츠 모드에서 물 만난 고기 마냥 자유자재로 놀았다. 모드에 상관없이 언제나 파워와 여유가 넘쳤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밟는 대로 치고 나갈 정도로 추월이 식은 죽 먹기다. 고속에서도 2000rpm 내외에 머물며 안정성도 돋보였다.
흡음재를 대거 채택한 결과 SM6는 높은 속도와 다르게 풍절음이나 노면소음이 전혀 귀에 거슬리지 않았다. 외부 소음을 차단하는 창문 몰딩도 한몫 톡톡히 한 느낌이다. 시속 170㎞의 고속주행에서도 음악을 듣는 데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았고, 불안정한 요소 역시 찾지 못했다.
두 모델 모두 7단 DCT가 장착된 만큼 가속이나 감속이 모두 부드럽다. 또 주행모드에 따라 디스플레이는 물론, 실내 분위기까지 달라져 운전의 재미를 더했다. 예를 들어 스포츠 모드는 붉은빛을, 에코 모드는 초록빛을, 컴포드 모드는 파란빛으로 실내가 바뀐다.
여기에 운전 중에도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도록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물론, 차가 멈추면 시동이 꺼지고 출발하면 켜지는 오토 스타트 앤 스톱 기능도 기본으로 채택됐다.
뿐만 아니라 SM6는 와인딩 구간에서 고속을 유지하면서 통과를 해도 쏠리지 않고 탁월한 코너링 성능을 발휘했고, 핸들 복원력이 뛰어나 커브길이 끝나면 순식간에 정중앙 위치로 돌아왔다. 일반 고속주행에서도 뛰어난 접지력을 제공해 안정감이 일품이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은 "고급차에 적용되는 '랙 구동형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Ract-EPS)'이 장착됐기 때문에 이런 성능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SM6는 꽤 많은 숫자의 과속방지턱을 넘는 등 다소 차를 거칠게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논란의 중심에 섰던 AM링크(Adaptive Motion Link)가 인상적이었다. 멀티링크와 별다른 이질감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 뒷좌석에 앉아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나, 코너링 구간을 통과할 때 느낀 느낌 역시 멀티링크가 적용된 여타 중형 세단과 다른 점을 찾지 못했다.
다만,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의 경고음이 '드르륵드르륵' 거리는 게 귀에 약간 거슬렸지만, 르노삼성은 이에 대해 "경고음이 귀에 좋게 들릴 순 없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