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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플랫폼 경쟁? 어차피 내수시장" SKT-CJ헬로비전 토론회 2라운드

인수합병이 방송시장에 미치는 영향…산업성 vs 공공성 팽팽한 논쟁 '눈길'

이보배 기자 기자  2016.02.03 19:4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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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SK텔레콤(017670·사장 장동현)의 CJ헬로비전(037560·대표 김진석) 인수합병 심사를 진행 중인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 이하 미래부)는 3일 전문가 토론회를 열었다. 정부가 이번 사안을 두고 공식적으로 토론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오후 진행된 2부 토론회의 좌장은 정윤식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맡았고, 이번 인수합병이 '방송 산업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방송의 공익성-공공성 및 시청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글로벌 플랫폼 신규 비즈니스 모델 확산

먼저 곽규태 호남대 문화산업경영학과 교수는 "플랫폼 사업의 글로벌 경쟁 환경을 감안한 분위기 속에서 이번 인수합병 건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모바일 동양상 시장을 유튜브가 80% 이상 잠식했고, 구글의 국내 매출이 1조원에 달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넷플릭스는 글로벌 7500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한 상황에서 더이상 국내 유료방송 시장을 내수시장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단순히 케이블 사업자를 인수합병하려는 게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체질개선과 체력 보강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곽 교수는 중국과 미국 플랫폼과 콘텐츠가 들어올 수밖에 없는 글로벌 경쟁구조 속에서 우리나라도 글로벌 플랫폼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확산시키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의 인수합병을 기대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이번 인수합병과 글로벌 경쟁력은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교수는 "글로벌 경쟁력을 얘기하는데 국내 방송사업과 글로벌사업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논의는 가능하지만 케이블은 지역사업인데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한다고 해서 글로벌 사업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제언했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인수합병은 글로벌 추세로, 시대에 부응하는 가야하는 길"이라고 재반박했다. 케이블 사업이 시작된 이후 개별 SO에서 MSO로 성장했고, 이제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시점이 왔다는 것.

유통 플랫폼의 중장기적인 성장력을 생각한다면 이번 인수합병은 유료방송사업의 재편을 시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곽 교수는 "해외 콘텐츠가 이미 국내에 많이 들어와 있다. 이 자체가 글로벌화된 것"이라며 "플랫폼을 갖고 해외로 나가자는 게 아니라 해외 콘텐츠, 플랫폼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은 확보해야 한다. 이런 인수합병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응수했다.

이에 최 교수는 "다시 말하지만 SK텔레콤이 인수하려는 게 케이블방송이다. 외국에서 우리나라에 들어온 콘텐츠, 플랫폼과 비교하는 것은 글로벌 경쟁력이 아니라 내수시장 지키기"라고 일축했다.

◆산업성 vs 공공성…시청자에 미치는 영향

이번 인수합병 건을 두고 산업성과 공공성에 대한 논의도 팽팽하게 전개됐다.

김성철 교수는 "공익성 공정성에 대한 개념의 시대의 변화에 맞게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며 "방송사업을 볼때 산업성과 공공성 두 가지를 같이 보는 게 맞다"고 진단했다.

다만, 공기업이 아니라 민간기업이기 때문에 산업성에 조금 더 기울여서 보는 게 맞고, 생존을 화두로 사회적 책임까지 같이 갖는 개념으로 공공성의 의미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 더해 "국가 경제적 차원에서 볼 때 수출과 수입 모두 부진한 상황이다. 새로운 주력상품을 찾아야 하는데 정부 차원에서도 문화콘텐츠 수출 방안을 구체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첨언했다.

이를 담당할 수 있는 대형사업자 위주로 글로벌 게임을 할 수 있는 국가대표를 키워 견인하는 게 필요하다는 견해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전략적 결합은 미디어 산업의 영역에서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것.

이에 대해 김경환 교수는 "방송은 제조업과 다르다. 가치와 문화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맞섰다. 다양한 가치를 지향하는 창의적인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김성철 교수의 논리라면 소수 플랫폼을 합쳐 큰 덩어리 하나를 만들면 된다는 역설이다.

방송사업자의 목표는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시청자들에게 서비스 하는 것인데 인수 후 방송정책을 어디로 가져갈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는 강조다.

최 교수 역시 비슷한 맥락의 주장을 펼쳤다. 그는 "미국, 유럽 등에서 방송사업과 다른 사업이 M&A할 때 공익성, 공공성을 따지지 않는 경우는 없다"며 "이런 부분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산업성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케이블은 지역방송으로 직접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고 보도채널도 만들 수 있다. 선거철에는 후보자 토론회를 진행하기도 하는데 대기업이 갖고 있는 정치적 성향이나 경제적 이익이 방송에 전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이재호 동아방송예술대학 방송보도제작계열 교수는 "단순히 산업적 측면에서만 이야기 하는 토론자는 한 명도 없을 것"이라며 "IPTV는 산업적 측면을 고려해서 등장했고, 케이블TV는 공공성 고려해서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덧보태 "대기업의 기준을 어디에 두는지 모르겠지만 CJ는 대기업 아니냐, CJ는 방송채널을 가졌는데 SK는 안 된다는 논리는 단순한 접근"이라고 첨언했다.

◆시청자 존중·정부 평가 투명성 주문

박민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인수합병이 시청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박 교수는 "두 기업이 합병을 왜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SK텔레콤이 죽어가는 케이블을 살리기 위해 자선의 측면에서 합병을 추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

결국 이윤이 늘어나기 때문인데 이윤을 늘리려면 가격을 인상하거나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 있고, 비용을 줄이는 방법도 몇 가지가 있다는 부연이다.

박 교수는 "CJ헬로비전의 케이블과 SK텔레콤의 IPTV의 서비스 중복 부분의 투자를 줄이거나 프로그램 수급에 드는 비용을 줄이면 서비스 품질이 떨어지고 이 모든 행위들은 소비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2부 토론회 말미에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는 정부의 정책 쟁점 과정의 투명성을 주문에 관심을 끌었다.

김 교수는 "이번 인수합병은 성급하게 결정할 일도 아니고 시간을 끌 일도 아니다"면서 "이번 인수합병은 초유의 M&A다. 미래부, 방통위도 이렇게 큰 허가는 처음일 것"이라고 말을 풀었다.

더불어 "문제는 이렇게 토론회를 진행해도 정부의 피드백이 없다는 데 있다"며 "정부는 이번 기회에 다양한 인가 심사 기준 항목을 공개해 어떻게 심사하는지 알려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손지윤 미래부 뉴미디어정책과장은 "업계는 물론 국민적 관심도 많은 인수합병이라 토론회를 거치면서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마련된 자리"라며 "정부의 여러 정책 제안에 대해서도 절차에 따라 공개할 수 있는 단계에서 공개할 것"이라고 청취견해를 건넸다.

한편, 2부 토론에는 곽규태(호남대)·권장원(대구카톡릭대)·김경환(상지대)·김동원(한국에술종합학교)·김성철(고려대)·정윤식(강원대)·남재현(고려대)·박민수(성균관대)·이상기(부경대)·이재호(동아방송예술대학)·최진봉(성공회대) 교수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