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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알몸으로 말 탄 '고디바 부인'의 진한 희생

전지현 기자 기자  2016.02.03 15:5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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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926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탄생한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 고디바(GODIVA). 올해 90주년을 맞은 고디바는 현재 미국, 유럽, 아시아 등 650여개 매장을 운영할 정도로 전 세계에서 사랑받으며 깊은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한입 크기의 초콜릿을 비롯해 초콜릿 비스킷, 초콜릿 음료 초콜렉사, 초콜릿 아이스크림, 커피 등을 제조, 판매하는 고디바의 제품을 애용하는 소비자들이라면 이 브랜드의 로고를 한 번쯤은 눈여겨봤을 법 한데요.

언뜻 보면 그리스로마 신화 속에 등장하는 '반인반수'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피면 알몸으로 말을 탄 여인의 형상임을 알 수 있습니다. '초콜릿'과 '알몸의 여인'이 무슨 연관이 있기에 고디바를 이런 브랜드 이미지를 사용하게 된 것일까요.

고디바 초콜릿 탄생의 시초에는 유명 쇼콜라티에(chocolatier)를 아버지로 뒀던 벨기에의 작은 초콜릿 가게 사장이 있습니다. 1926년 조셉 드랍스(Joseph Draps)는 유명 쇼콜라티에였던 아버지 피에르 드랍스 시니어(Pierre Draps Sr.)와 벨기에 브뤼셀에 작업장을 만들고 초콜릿사업을 시작했죠.

당시 조셉의 형제인 피에르와 프랑수아, 그리고 이본은 초콜릿 생산부터 포장까지 함께 돕습니다. 그러나 1937년, 피에르 드랍스 시니어는 사망하자 조셉이 이를 이어 경영을 맡고 피에르가 초콜릿 모양과 맛을 담당하게 되죠.

그렇게 20여년간 아버지의 초콜릿 맛을 유지하던 조셉은 1956년 가게를 열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그때까지 생산하던 초콜릿에 마땅한 정식 상호를 붙이지 못했던 조셉은 그의 아내인 가브리엘에게 가게 이름을 부탁하게 됩니다.

고심을 거듭하던 그녀는 어느 날 접한 이웃 나라 영국의 오래 전 발생한 이야기를 통해 '고디바(GODIVA)'를 고안하는데요. 얘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11세기경 영국 코벤트리(Coventry) 지방을 다스리던 레오브릭(Leofric) 영주의 아내였던 고디바(GODIVA) 부인은 남편의 욕심이 점점 과해져 백성들에게 과중한 세금을 부과하자 세금을 줄여줄 것을 청합니다.

자신이 행하는 일에 반하는 부인을 못마땅히 여긴 영주는 그녀가 만약 알몸으로 말을 타고 마을을 돌아다닌다면 세금을 줄이고 공공건물 건설도 취소하겠다고 말합니다. 물론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 한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고디바 부인은 백성의 고통을 줄여주고자 이를 실행에 옮기죠. 백성들은 그 마음에 감동해 알몸을 보지 않도록 문과 창문을 걸어 잠그고 커튼을 내려 그녀의 용기와 희생에 경의를 표하고 이러한 고디바 부인의 거룩한 희생에 고디바 영주도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게 됩니다.

가브리엘은 조셉 드랍스에게 고디바 여사의 일화를 전하며 그녀의 용기, 이타심, 관용, 우아함과 고귀함을 담은 초콜릿을 생산한다는 취지로 '고디바'라는 이름을 제안했던 것입니다. 조셉 드랍스는 이를 받아들여 '고디바'를 선택하고 말을 타고 있는 부인을 모티브로 사용하죠.

그렇게 1956년 브뤼셀의 그랑 플라스 광장에 '고디바 초콜릿'이 오픈, 고디바 브랜드가 탄생하게 됩니다.

2016년 현재, 전 세계 소비자들은 초콜릿 브랜드를 통해 고디바라는 이름을 모두 인지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고디바 제품을 접하게 될 기회가 있다면 브랜드 로고를 유심히 들여다보며 벨기에 전통 프리미엄 초콜릿을 음미하길 제안합니다.

알몸으로 말을 탔던 영국 한 영주의 부인 고디바 여사의 숭고한 희생과 거룩한 정신과 깊은 부드러운 달콤함이 동시에 온몸 곳곳으로 스며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