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최근 개설된 '허언증 갤러리(게시판)'가 누리꾼 사이에서 인기다. 지난달 13일 처음 개설된 갤러리는 ‘결코’ 사실일 수 없는 황당한 거짓말들로 가득하다.
누리꾼들은 황당한 거짓말 향연에 '큰 웃음 빅(Big) 재미'를 느끼며 환호한다. 이미 포털 검색창에 '허언증'을 치면 '허언증 갤러리 주소' '허언증 갤러리 레전드(크게 화제가 된 게시물)' 등 관련 검색어가 다수 등장한다.
'허언증'이라는 용어가 최근에는 사회현상 보다 일부 연예인의 말장난 또는 남을 깎아내리는 '디스'의 방법으로 더 자주 쓰인다. 대수롭잖은 거짓말, 과장과 허세를 '허언증'으로 희화화해 농담거리로 소비하는 것이다.
지난해 일명 '천재소녀 사건' '세모자 사건' 등은 허언증을 가진 개인이 사회를 얼마나 큰 혼란에 몰아넣을 수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줬다.
하버드와 스탠퍼드에 동시 합격했다는 교포 소녀가 사실은 합격증을 위조했고 언론 인터뷰까지 나서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늘어놓았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기자 출신 아버지는 "딸이 많이 아프다"며 용서를 구했고 일부 동정 여론과 함께 사건은 일단락됐다.
온 가족이 자신과 어린 두 아들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며 기자회견을 자처한 세 모자는 해외 언론에까지 소개됐지만 역시 무속인이 개입된 자작극으로 드러나 공분을 샀다. 두 사건 모두 그럴싸한 성공담과 자극적인 증언을 여과 없이 보도한 언론의 무책임이 맹비난을 받았고 거짓 선동에 휘둘리는 취약한 사회구조에 대한 지적으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남보다 더 주목받고 싶은 마음, 관심받고 싶은 욕망이 허언증을 부추긴다고 진단한다.
과정과 노력보다 결과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성공지향적 사회 문화가 '거짓말을 용인하는 분위기'로 굳어졌다는 얘기다. 여기에 충격적인 사건이 연이어 터지자 대중의 감각은 더욱 무뎌졌다. 병리 현상에 대한 무감각이 이를 소재로 한 개그의 범람과 자조로 드러난 게 아닐까.
거짓말의 경제학은 거짓말을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진실을 말하거나 거짓이 탄로 났을 때보다 더 클 때 드러난다. 정과 의리를 중시하고 남을 크게 의식하는 한국에서 적당한 거짓말은 '융통성' 또는 '요령'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돼 왔다.
'헬조선'과 '수저론'이 낮은 유리천장 아래 고립된 젊은 세대의 절망을 빗댄 말이라면 '허언증 갤러리'에 대한 환호는 거짓이 진실을 이기고 오히려 더 유리한 발판이 되는 비정상적 사회에 대한 냉소로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