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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방통위, 또 편향 논란…‘주홍글씨’ 언제 지울까

황이화 기자 기자  2016.02.01 14:4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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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가재는 게 편, 초록은 동색,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옛말을 보면, 선인들도 '편 들어주기'에 상당히 익숙했던 모양이다.

형편이 서로 비슷하고 인연이 있는 사이끼리 잘 어울리거나 사정을 봐주는 것, 같은 편에 속한 이에겐 이만한 히든카드가 없지만, 그 편에 속하지 못한 이에겐 이토록 억울한 경우가 없다.

정부는 올해 지상파 채널 중 EBS에 한해 다채널방송(MMS)을 도입, 이를 위해 방송법령을 개정할 방침이다. 그런데 이는 '지상파 편'이라는 방송통신위원회에 찍힌 낙인을 다시 들춰내고 있다.

지난달 27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업무계획 브리핑 중 EBS에 MMS를 적용, 관련 법안을 마련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날 기자들은 MMS가 지상파 전체로 확대되는 것이 아닌지 물었고, 이에 최 위원장은 "현재로서는 EBS를 기본으로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틀 뒤 6차 방통위 회의에선 "차후 어느 지상파에 MMS를 허용할 것인지도 검토해야 한다"는 말이 오갔다. 현재 방침은 '현재'에만 머물 것이며, 향후 얼마든지 뀔 수 있다고  전망하기에 충분한 발언이다.

MMS가 KBS, MBC, SBS까지 확대되면 이들 방송사는 별도의 비용 지불 없이 채널을 송출할 수 있는 주파수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현재 시범 서비스 중인 EBS 2TV가 제2의 EBS 역할을 하듯 제2의 MBC, 제2의 SBS가 등장, 복수 채널을 통한 광고·협찬도 가능해져 경제적 이득도 함께 얻을 수 있다.

문제는 이런 혜택이 케이블방송 사업자에겐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상파와 달리 필요한 주파수를 국가로부터 구입해야 한다. 게다가 현재 MMS 방침이 그대로 지상파로 확대되면 더 많은 광고주가 지상파로 쏠려 광고 수익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불공평하게 흘러가는 상황에 케이블 업계에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사업자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고, 필요한 정책을 마련하며 '공평한 부모 역할'을 해야 할 방통위는 이번에도 '치우쳤다'는 시각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방통위의 지상파 편들어주기 논란은 지난해 광고총량제 도입 때도 불거졌었다. 당시 광고 총량을 규정하며 케이블 방송에 비해 지상파방송 광고 노출 시간을 더 길게 늘려줬던 것이 불씨가 됐다.

이번 지상파 MMS 정책 향방은 '주홍글씨'를 지워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방통위는 주파수의 효율적 활용, 방송의 무료 보편 서비스 확대 등의 측면에서 지상파 전체로 MMS 적용 범위를 넓히는 게 의미있다고 보는데, 이를 추진하기 위해선 각 이해관계를 꼼꼼히 살펴 발생할 수 있는 불평등한 결과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전체를 아우르는 힘이 뒷받침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