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또래 사촌지간 '재벌가 공주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46)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44)의 뷰티사업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대한민국을 '뷰티 강국'으로 발돋움하게 한 '효자산업' 화장품. 지난해 국내 생산 9조원을 기록하며 세계시장 규모 10위 올랐을 정도로 이 시장은 고속성장 중이다.
하지만 전체 시장 60%가량을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차지하는 과점 구조인 탓에 뷰티시장에서 이 틈을 비집고 이름값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호텔신라 성장을 이끈 '리더'로 여러 사업부문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두며 성공한 경영자로 두각을 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지난해 말 6년 만에 본격적인 '경영능력 시험대'에 올라선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막강한 배경을 지닌 두 '재벌가 공주님'의 야심찬 행보 '스위트메이'와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의 국내외 속 가시적 성과에 대해 진단했다.
◆신세계 '평가대' 오른 정유경, 2016년 '실험 원년'
지난해 말 신세계그룹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으로 승진한 정유경 사장은 경영 전면에 나서며 홀로서기 출사표를 던졌다. 홀로서기에 나선 정 사장의 첫 작품은 바로 화장품사업 확장이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말 이탈리아 화장품 제조사 인터코스와 손잡고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를 설립하며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후 지난달 14일에는 신세계인터내셔날과 화장품 계열사 '비디비치코스메틱'을 합병함으로써 발걸음을 이어갔다.
합병을 통해 조직운영과 양사 사업부문 역량을 보완하고 시너지 효과로 화장품사업 경쟁력 확보에 나서겠다는 것이 신세계 측 설명이다. 이로써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화장품 자체 브랜드와 생산은 물론, 유통까지 기존 화장품 회사들이 갖추기 힘든 수직계열화의 발판을 다지게 됐다.
지난달 28일 공시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에 사업 확장 투자에 따른 투자비 등 재원 마련을 위해 보통주 100만주를 출자했다. 출자금액은 무려 50억원에 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정 사장은 오는 2020년까지 화장품 ODM(Original Design Manufacturing) 방식을 통해 1000억원대 매출을 올리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 사장이 화장품사업 강화에 열 올리는 데는 나름의 의도가 숨어있다는 의견도 흘러나온다. 정 사장이 지난 2012년 60억원에 인수한 색조 화장품 업체 비디비치코스메틱이 적자를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디비치코스메틱은 △2012년 24억원 △2013년 44억원 △2014년 62억원의 영업적자를 연이어 기록해 '실패작'이란 꼬리표를 달고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정 사장은 이를 내치기보다는 흡수합병을 통해 화장품사업을 강화하는 등 규모를 키우기 위해 다시 한 번 정면 돌파 전략을 택했다.
이에 더해 정 사장은 비디비치코스메틱을 국내시장뿐 아니라 중국시장에도 선보여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초 중국 대표 온라인 쇼핑몰 'VIP.com'과 파트너십을 맺었으며 현재 제품판매도 이뤄지고 있다.
한편 정 사장은 대형유통업체에서 패션과 기타 고가제품 사업을 벌이며 입지를 넓혀왔다. 그는 전공을 바탕으로 패션 사업에 주력,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브랜드 수입이나 론칭에 조언을 하기도 했다.
뉴욕, 밀라노, 파리 등 해외 셀러브리티들이 선호하는 감각적인 브랜드를 '분더샵'에 유치하고 이를 통해 선보인 제이멘델, 피에르 아르디, 사카이 등은 백화점 모노브랜드로 론칭한 바 있다.
◆이부진 사장, 중소기업 손잡고 해외시장 공략 '윈-윈' 전략
지난 2001년 기획부장으로 호텔신라에 입사한 이부진 사장은 2010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돼 호텔신라 경영을 맡아왔다.
그는 2011년 인천국제공항에 처음 루이뷔통의 공항아웃렛 운영권을 따냈으며 지난해 7월에는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특허권 입찰에서 승리의 깃발을 올린 바 있다.
이 외에도 많은 업적을 쌓아 업계 안팎에서 '리틀 이건희'라 불리는 이 사장이 이끄는 호텔신라는 한국 화장품 멀티브랜드숍인 '스위트메이'를 운영 중이다.
스위트메이는 중소기업 화장품 브랜드들 중 품질경쟁력을 보유한 브랜드만을 선별, 입점시킨 한국 화장품 중심 편집매장으로 현재 마카오(3곳)와 홍콩(5곳) 쇼핑 중심가에 총 8개 매장이 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중소기업 화장품 브랜드들의 경우 우수한 품질로 상품력은 있지만, 해외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국내 화장품 전체 수출 중 과반수인 60%가 중국에서 이뤄지는 것을 감안해 화교권과 20~30대 여성고객을 주요 타깃으로 한 스위트메이 매장을 설립하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즉, 국내 중소기업 화장품 브랜드들은 경쟁력 있는 상품을 제공함으로써 해외 판로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호텔신라는 유통과 마케팅 노하우를 공유한다는 것이다. 실제 스위트메이 매출 중 60% 이상을 중소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호텔신라의 마카오, 홍콩 해외법인 SHILLA LIMITED는 2013년 기준 114억3901만여원의 매출과 당기순손실 21억6738만여원으로 적자를 봤다.
하지만 그다음해 약 83% 증가한 209억6497만여원의 매출을 올리며 당기순이익 8억1758만여원을 기록,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매출은 2014년도 대비 약 30%, 당기순이익은 110%가량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호텔신라 관계자는 "스위트메이의 주된 목적은 높은 이윤 창출보다는 중소기업과 상생하는 모델을 구축하고 이들을 돕는 것에 있다"며 "2014년부터 흑자로 전환, 앞으로도 제품력 있는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호텔신라는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과 홍콩, 마카오를 중심으로 매장 확대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화장품사업을 두고 다른 전략과 행보를 펼치고 있는 정유경 사장과 이부진 사장. 과연 정 사장은 성장 정체에 직면한 백화점 사업에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이 사장은 면세점 사업에서 탁월한 능력 발휘했던 만큼 화장품사업에서도 재미를 볼 수 있을지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