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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가게 칼럼] 전쟁 승패 가른 콩나물

송준 칼럼니스트 기자  2016.01.25 08: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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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시루에 콩을 넣고 같은 천으로 덮는다. 물을 붓고 3~5일 정도를 기다리면 딱딱한 콩은 부드러운 콩나물로 다시 태어난다. 콩이 자라면서 단백질은 줄어들지만 콩에는 부족한 비타민, 각종 아미노산, 아스파라긴산 등이 많아진다.

밭의 소고기라 불리는 콩은 지금과 같이 육식이 일반적이지 않았던 시절에는 매우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두부뿐 아니라, 된장, 고추장, 메주를 콩으로 만들어 먹었다. 다소 부족한 비타민C는 콩을 나물로 키워 먹으면 함께 섭취할 수 있는데, 우리가 흔히 보는 콩나물의 콩은 노란 머리를 가지고 있는 유태콩으로 청국장을 만드는 데 주로 쓰인다. 그 외에 서목태(쥐눈이콩), 수박태(청대푸른콩), 오리알태 등이 있다.

미네랄과 비타민이 풍부한 콩나물은 특히 비타민C, B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 기미, 주근깨 현상 등 멜라닌 색소 활동을 억제해 피부를 건강하게 만든다. 특히 콩나물 꼬리 부분에 몰려있는 아스파라긴산과 섬유소는 숙취 해소에 매우 효과적이다. 잘 알려진 바 대로 콩나물국은 '국민 해장국'으로도 불린다.

콩나물은 100g에 30kcal로 열량은 낮으면서 포만감을 주고, 섬유질로 인해 체내에 쌓인 숙변을 배출해 장을 튼튼하게 만들어 주는 다이어트 식품이기도 하다. 

1904년 러일전쟁 때 얘기다. 일본해군이 러시아의 뤼순항구를 봉쇄해 일본군의 보급로를 차단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군은 채소를 보급 받을 수가 없었다. 채소를 먹지 못해 비타민이 부족해진 러시아군은 병들기 시작했고, 결국 전투력 손실로 이어졌다. 러시아군의 요새와 창고에 엄청난 양의 콩이 있어 단백질을 충분히 보급 받을 수 있었지만, 비타민을 취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반면 일본해군은 갑판 위에 콩나물을 재배해 부족한 비타민을 충족했고 강한 체력을 유지했다.
 
콩나물과 비슷한 모양의 숙주나물은 콩나물보다 조금 작은 머리를 가지고 있으며 무침이나 국의 형태로 쓰이는데, 콩으로 키우는 것이 콩나물, 녹두에서 키우는 것이 숙주나물이다.

콩나물이 감기예방 및 치료와 숙취 해소에 찾게 되는 음식이라면 숙주나물은 체내 해독 작용이나 중금속 배출, 그리고 콩나물과 같이 숙취 해소에 도움을 준다.

콩나물은 줄기가 너무 마르지 않은 통통하고 잔뿌리가 적으며 무르지 않은 것이 좋다. 콩나물 중간 중간에 검은 반점이 있거나 머리가 물렁물렁하고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은 변질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송준 칼럼니스트 / 다음 라이프 칼럼 연재 / 저서 <오늘아, 백수를 부탁해>, <착한가게 매거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