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추위도 이제 한풀 꺾였다. 그래도 아직 무디어지지 않은 북서풍에 온갖 사물이 얼어붙었다. 짠 내 가득한 바닷물의 포말조차 꽁꽁 얼었다.
그래서 요즘 서해 작은 섬의 갯가는 온통 비누거품을 뿌려놓은 것처럼 군데군데 흰 빛깔의 얼룩이다. 얼어붙은 포말은 또 녹았다 다시 언 아이스크림 같기도 하다. 발로 밟으면 푸석푸석 가볍게 저항하며 곧추세웠던 몸을 누인다.
동해나 남해의 큰 바닷가에서는 구경할 수 없는 풍경이다. 북쪽의 서해바다 인천 무의도 바닷가에 서면 그래서 좀 색다르다. 무의도는 지금 국제공항이 들어선 영종도 바로 옆에 떠있는 섬이다.
◆ 짧은 바닷길 건너 찾는 작은 섬
영종도까지는 큰 다리 건너 자동차로 쌩쌩 달릴 수 있지만 무의도는 아직 다리가 없다. 30분 간격으로 운항하는 배를 타야 하지만 승선시간은 채 5분이 걸리지 않는다. 참 알량한 바닷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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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무의도는 주말마다 제법 찾는 사람들이 많다. 평일에도 수도권에서 잠시 바람 쐬러 나온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봄이 오면 섬은 겨울보다 비수기가 된다.
1년 내내 북적이던 작은 섬이 그나마 조용해지는 계절이다. 그러나 이 섬은 봄철 놀 거리가 더 많다. 문제는 노는 방법의 차이일 뿐이다.
무의도에는 좀 특이한 이름의 산이 하나 있다. 호랑이와 용이 어우러져 있다는 뜻의 호룡곡산(虎龍谷山.244m)이다. 해발 높이를 따지면 내륙지역에선 별 특징 없는 야산에 불과하다.
◆ 아담한 산길 따라 서해 정취 한가득
사실 이 섬에서 두 번째 높은 봉우리인 국사봉(236m)에서 호룡곡산까지 이어진 6km의 등산로를 종주해도 2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래도 바닷물이 발치에서 찰싹이는 섬의 산이기 때문에 처음 오르는 길은 만만치 않게 느껴진다.
제법 가파른 경사도 있고 산릉의 고려바위, 마당바위, 부처바위 등 기암괴석도 즐비하다. 이 때문에 어떤 이들은 ‘서해의 알프스’라는 좀 과장된 별칭을 붙여놓기도 했다.
봄철 무의도에서 찾는 놀 거리는 단순히 이 산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이 아니다. 산이야 어느 계절에라도 오를 수 있다. 더욱이 이 산은 2월말부터 5월까지 공식적인 입산통제 기간이다. 잘못 걸리면 벌금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1월까지가 안심하고 이 산을 오를 수 있는 시기이다.
봄에 호룡곡산을 오른다면 지천으로 새싹을 틔우는 봄나물 찾기도 제격이다. 봄날 이 산에는 고비, 고사리, 쑥, 취, 씀바귀가 앞 다퉈 자란다. 시장에서 살 수 있는 온상 재배 나물과는 태생이 다른 나물들이다. 짙은 향이 확연하게 다르고 씹히는 질감도 훨씬 부드럽다.
◆ 실미도 영화로 급부상한 관광지
호룡곡산을 오르는 길은 섬의 한쪽 끝인 실미해수욕장 입구에서 시작해 또 다른 끝인 하나개해수욕장으로 내려서게 된다. 실미해수욕장은 지난해 관객 1000만 명 돌파로 유명한 영화 때문에 새롭게 조명된 곳이다.
해수욕장에서 간조 때 걸어갈 수 있는 실미도까지 길이 이어진다. 또 해수욕장 근처는 관광지로 개발돼 갖가지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에 비해 하나개해수욕장은 아직 한갓진 분위기다. 해변의 한쪽에 볼썽사나운 방갈로가 들어서 풍경을 해치지만 바다 쪽으로는 크고 작은 섬이 어우러져 전형적인 서해 분위기가 가득하다.
또 해변의 한쪽 끝에는 최지우, 권상우가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 <천국의 계단> 오픈 세트가 남겨져 있다. 멀리서 보면 누군가 바닷가에 호젓한 별장이라도 지어놓은 것처럼 보인다.
◆ 백사장과 갯벌 반반 섞인 겨울바다
가까이 다가가서야 합판으로 만들어 놓은 세트라는 것을 눈치 챌 수 있다.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앞마당에는 흰 페인트로 장식한 피아노 모형이 있어 관광객들의 기념사진 촬영 명소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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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1시간 정도면 작은 비닐봉지 하나는 채울 수 있을 정도. 산에서 캐온 쑥을 씻어 넣고 된장을 푼 뒤 조개까지 넣어 끓이면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별미를 직접 요리하는 재미가 더해진다.
봄날 무의도 여행은 작은 수고를 더할 때 무미건조한 일상에 연한 파스텔 색조를 더하는 삶의 여유가 된다. 하루쯤 섬에서 머물며 짙게 깔리는 서해 낙조까지 감상하면 금상첨화다.
◆ 가는 길
영종도까지는 서울에서 공항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방법과 인천에서 공항고속도로 북인천IC로 접어드는 방법이 있다. 서울 올림픽대로를 따라 가다가 공항고속도로를 타는 것이 편하지만 통행료가 6400원이나 되기 때문에 좀 아까운 생각이 든다.
인천시 계양구를 지나 북인천IC로 들어서면 그 반값인 3500원이다. 영종도에서 무의도로 건너가는 잠진선착장은 표지판이 잘 돼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무의도의 숙박시설은 아직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최근 문을 연 펜션 ‘무의아일랜드(032-752-5114)’이 가장 깔끔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 먹을거리
무의도에는 섬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작은 식당들이 주종을 이룬다. 대부분의 식당에서 조개구이와 굴밥, 생선회, 매운탕 등을 내놓는다. 그다지 특징 있는 식당도 없지만 모두 재료가 싱싱하기 때문에 큰 불만도 없다. 이 가운데 큰무리식당(032-751-8822) 최근 방송에 소개되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