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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게 알려주는 ‘행복한 돈’ 관리법 ②

[엉클조의 돈관리] 직접 주식 투자 기회로 투자에 대한 관심 키워줘

프라임경제 기자  2005.12.31 08:2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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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어린이 경제교육이 화두가 되고 있다.

겨울 방학을 활용한 경제 캠프에 관한 관심도 높을 뿐 아니라 신문에서도 경제에 관한 쉬운 기사들이 많이 실리면서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미래의 ‘부자 한국’을 준비하느라 열심이다.
 
어릴때부터 용돈관리를 잘하고, 돈의 중요성을 깨닫고, 돈을 행복하게 사용하고, 경영을 배우고, 매출과 비용 그리고 수익과 위험에 대한 인식 등을 배우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 어릴 때 경제 교육은 행복하게 돈 쓰는 방법 가르쳐 줘

지난번 필자의 딸에게 한 경제교육에 이어 이번에는 아들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한다.

원래 돈 교육의 우선 대상은 첫째인 딸이었지만 의외로 첫째보다 3년 아래인 아들 형찬이에게서 더 큰 결과를 얻었다.

적은 돈이긴 했지만 지기 싫어하는 성격인지라 누나와 같은 시기에 용돈을 받아 용돈기입장도 적고, 부지런히 적금도 불입했다.

조금 어리기는 했지만 집안에서 블록이나 책읽기를 즐겨하던 형찬이는 누나와 같은 불입금의 적금을 시작했고, 저축률이 높아서인지 만기에는 누나보다 많은 13만원 정도의 목돈을 손에 잡았다.

지금도 둘째는 쓸 일이 많이 생기는 누나에게 돈을 빌려주고 채권자의 입장에서 큰소리 칠 정도로 돈에 대한 감각은 3살 위인 누나보다 나은 것 같다.

◆ 아이들 이름으로 주식 갖도록 해줘

10만원 내외의 적금을 성공시킨 두 아이들에게 준 상(償)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아이들의 백일과 첫돌에 받은 금반지를 이런 이유 저런 이유로 다 집어 쓴 죄(?)가 생각나 일정금액을 돌려준다는 마음으로 적금을 기반으로 각각 50만원씩의 목돈을 만들어 H증권에 증권계좌를 만들어 주식투자를 위한 종자돈을 입금을 했다.

물론 아이들의 이름으로 한 것은 당연한 일.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을 앉혀놓고 주식투자를 공부시키는 아빠의 뜻을 설명하고는 아이들이 아는 주식을 고르도록 했다.

아는지 모르는지 호기심에서 두 녀석은 신문에서 보이는 수많은 기업 중에서 원하는 주식 종목을 고르기 시작했다.

필자는 아이들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주식을 추천했다.

첫째인 은샘이는 당시에 한참 인터넷에 빠져있던 터라 하나로통신(현 하나로 텔레콤)과 학교에서 적금을 부었던 기업은행을 추천해 50만원 내외의 주식을 사자고 권했다.

둘째인 형찬이에게는 자동차를 좋아하던 터라 현대자동차 우선주와 주유소로 알고 있는 (주)SK, 그리고 학교적금을 들었던 조흥은행을 역시 50만원 내외로 사도록 추천했다.

물론 그들이 아빠의 추천주를 무시할 수 없었던 터라 투자자의 입장에서 분명히 동의를 했고 그렇게 매수를 했다. 그 때가 필자의 기억으로는 2002년 12월 즈음이었던 같다.

◆ 주식의 의미 쉽게 알게 돼

그리고는 몇 달을 또 잊고 시간이 흘렀다.

어느 날 아이들이 집에 들어오는 나에게 달려오며 말했다. “아빠 우리에게 주주총회에 참석하래요! 이게 뭐예요?”

10주, 20주 샀던 12월 결산기업의 주주총회 소집장이 아이들에게 날아온 것이었다.

“응! 이건 지난번 아빠가 너희들 돈으로 주식을 살 때 말한 것처럼 너희들이 그 회사의 주주 그러니까 주인이 된 거거든. 너희들이 주식을 사면서 투자한 돈으로 회사는 사장님과 직원들이 열심히 경영을 해서 1년에 한 번씩 ‘우리가 경영을 이렇게 했습니다’하고 보고를 하고 회사의 이익에서 일부를 투자한 사람들에게 돌려주는 회의를 하는데 이렇게 알려주는 통지서야!”

“그럼 우리가 여기 갈 수 있는 거예요?”

“물론이지 너희가 참석해서 손을 들고 회사 사장님한테 너희 의견을 말해도 되지. ‘하나로통신의 회사 광고가 너무 재미없어요! 왜 우리 동네에는 조흥은행이 없어요?’라고 말이야!”

아이들은 신이 났다. 하지만 학교등교일과 겹쳐 주주총회에는 참석을 못했다. 너무 억울해 했지만 자기들이 뭔가 된듯한 기분으로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 며칠을 지냈다.

◆ 자신 주식 보며 경제에 관심 가져

그 후로 아들 녀석은 (주)SK에서 주유를 하지 않을 때면 아빠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곤 했다. 아마도 자기네 회사의 기름이 많이 팔려야 회사 가치가 올라가고, 주식이 올라간다는 아빠의 말을 철저하게 믿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현재까지 매매를 하지 않고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상태인데 은샘이의 주식은 별로 가격의 변화가 없지만, 형찬이의 주식은 2년이 조금 넘은 지금 100여만원이 넘어 100%의 수익을  기록한 프로급의 주식투자자이다.

지난 3, 4월에는 갑자기 (주)SK를 팔고 롯데칠성을 사자고 우기는 아들녀석의 말에 이유를 물었더니 “이제 겨울이 지나가니 기름이 덜 팔릴 것이고, 여름이 오면 음료수나 아이스크림이 많이 팔릴 테니 그게 더 많이 오를 것 같다!”는 것이 매매를 하자는 이유였다.

지금도 아들 녀석은 열심이다. 아침에 신문이 오면 경제면을 먼저 펴고는 “오늘 3천원 벌었네, 1만원 손해 봤다”를 반복하고 있다.

받는 용돈 중에서 저축도 열심히 하고 있으면서 말이다. 지금도 저축한 몇 십 만원의 돈으로 신한지주 주식을 사자고 아빠를 조르는 녀석이 약간은 걱정이 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무척 대견하다는 생각을 한다.

반대로 중학교 2학년인 은샘이는 여자이고 워낙 사교적인 성격에서인지 지금 한창 사고 싶은 것이 많은 때여서인지 아들만큼은 돈을 늘려가는 데 관심이 없어 걱정이 된다.

◆ 투자자산에 관심 갖는 습관 길러줘

필자가 재-테크 강의를 하면서 수익이나 투자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 놀란 사실이 있는데 바로 투자결과에는 관심이 있지만 투자대상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너무 적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 주식 어때요?”라고 투자의견을 묻는 필자에게 다시 어떤 주식인지를 묻고, 뭘 만드는 회사인지 아느냐고 수강하는 분에게 질문을 던지면 어이없게도 회사이름은 알면서도 뭘 만들고 어떤 정도의 재무상태를 가진 회사인지 백지의 상태에서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도 동창이 증권사 지점장으로 있다고 1000만원, 5000만원을 믿고 그냥 맡겼다가 손실을 보고는 주식을 쳐다보지도 않는 분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당연한 일 아닌가? 돈의 주인인 투자자가 자기 돈의 어떤 투자대상에 투자되는지도 모르고 세상의 움직임과 그 투자대상이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잘못된 일이다.

아끼고 사랑하는 자녀가 어디에서 누구와 놀고 있는지 관심이 없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자식만큼은 아니지만 돈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도 없는 사람이 부자가 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우연을 기대하는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