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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4·29] 승기 잡은 박근혜-김무성 미묘한 줄다리기

참패 수렁 문재인 대표 체제…재창당·호남 신당·분당 제1 야당 지형 요동

이금미 기자 기자  2015.04.30 18:3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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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4·29 재·보궐선거가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라는 초대형 악재에도 새누리당의 완승으로 끝났다. 동시에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새정치민주연합(새정치연합)은 향후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여당의 선방으로 박근혜 정부도 정국 동력을 얻게 됐다. 여권은 재보선을 통해 위기를 탈출한 셈이 됐다. 반면 4전 전패에 당의 기반인 호남(광주)까지 내준 새정치연합은 야권재편 등 당 존립의 근간마저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주요 국정 과제 추진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새정치연합은 문재인 대표 체제를 겨냥한 선거 패배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이를 계기로 당내 계파 간 갈등도 재연될 조짐이다.

◆힘 실린 박근혜-김무성 '성완종 파문' 난관 뚫고 본격 드라이빙

와병 중에도 '병상 메시지'를 전하며 부패 척결과 개혁 의지를 드러낸 박 대통령이 이번 선거의 최대 수혜자라는 분석도 나온다.

선거의 여왕답게 선거 전날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전 새누리당 의원)의 특별사면에 대한 진실 규명을 촉구하며 노무현 정부로 화살을 돌림으로써 여당의 재보선 승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이에 박 대통령은 국무총리, 전·현직 비서실장 3명 등 박근혜 정권 공신들이 줄줄이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림으로써 집권 3년차 최대 위기를 맞았지만, 정국 장악력을 상당 수준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리스트 정국'의 1차 난관을 뚫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 K·Y 배후설 소동, 성완종 파문에 이르기까지 지난 1년간 숨 쉴 틈 없이 어려운 고비에 맞닥뜨린 박 대통령의 숨통도 트였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당청 관계에서 당으로 주도권이 넘어가는 듯했던 때도 많았다.

이를 감안하면 당청 관계에는 다시 팽팽한 긴장감이 흐를 것이란 분석이 많다. 재보선을 20일 앞둔 상황에서 불거진 성완종 사건 이후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 대한 비난 여론에 이은 정치권의 조기 사퇴 압박과 대통령의 사과 요구를 일축한 채 중남미 순방을 강행하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보선을 치른 박 대통령의 페이스가 결과적으로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임기 내 숙원 사업인 공무원연금 개혁과 '4대 개혁 과제'의 추진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청와대는 30일 "앞으로 경제활성화와 공무원연금 개혁을 비롯한 4대 개혁과 정치개혁을 반드시 이뤄서 국민의 뜻에 보답하겠다"고 국정 과제 실현 의지를 드러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국민의 선택은 정쟁에서 벗어나 경제를 살리고 정치개혁을 이루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라고 생각한다"는 자체 평가도 전했다.

악재 속에서 선거 현장을 발로 뛰었던 김무성 대표의 지도력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 특히 김 대표로선 여권 '잠룡'으로서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김 대표는 이번 선과 결과에 따른 당청 관계에 대해 "당과 청와대는 한 몸이다. 어디서 주도권을  잡느냐 하는 것은 틀린 말"이라며 "지금까지보다 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4대 공공개혁을 꼭 성공시키겠다"고 다짐했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 모두 힘이 실리게 된 만큼 두 지도자가 전체적인 여권 내 권력 구도 속에서 미묘한 줄다리기를 이어갈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다.

◆문재인, 정면돌파로 수습 시도…천정배, 뉴 DJ들과 총선 경쟁

참패의 충격에 빠진 새정치연합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흉흉한 시나리오가 나돈다. 제1 야당의 재창당, 호남 신당, 분당 등이 그것이다. 총선을 1년 앞둔 탓에 지각 변동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권이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승기를 잡았다면, 새정치연합은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혼돈의 수렁으로 빨려 들어갈 공산이 커 보인다.

전패에 '텃밭'까지 탈당파 무소속 후보에 내준 참담한 결과로 인해 문 대표와 새정치연합은 벼랑 끝에 몰린 형국이 됐다.

여권의 악재가 곧 야권의 호재인 대형 사건이 잇따랐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이번까지 네 차례 열린 재보선에서 모두 전패함으로써 새정치연합은 정권 탈환의 가능성은 낮고, 무기력한 정당으로 인식되는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를 통해 문 대표 체제는 지도력에 상당을 타격을 입게 됐다. 여야를 통틀어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위상도 흔들리게 됐다. 또한 선거 패배 책임론은 물론 당내 주류인 친노(親盧·친노무현)계 수장으로서 계파 간 갈등의 빌미를 제공하게 됐다.

호남에서조차 무소속 천정배 후보가 당선된 것을 두고 호남민심이 'PK(부산·경남) 진보세력'이 중심이 된 친노계의 그동안 행보에 반감을 표심으로 '심판'한 것이란 해석까지 나온다.

문 대표도 이날 재보선 전패와 관련 "누구를 탓할 것 없이 저희의 부족함을 깊이 성찰하고 절체절명의 각오로 다시 시작하겠다"며 "이 시련을 약으로 삼아 길게 보면서 더 크게 개혁하고 더 크게 통합하겠다"고 제언했다.

또 "더 강하고 더 유능한 정당으로 혁신해 국민의 삶을 지키겠다"고 밝혔지만,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정면돌파 의지를 드러내며 수습을 시도하는 모양새다. 

현재로서는 당내에서 '문재인 책임론'이 일더라도 문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총선이 다가올수록 문 대표 체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특히 지난해 7·30 재보선에서 당의 공천배제에 불만을 품고 이번 재보선을 앞두고 탈당한 천정배 의원의 중앙 무대 복귀는 '호남 신당론'에 불을 당길 가능성을 높인다.

광주 서을 선거에서 승리한 천정배 의원은 30일 "내년 총선까지는 광주에서 '뉴 DJ'(새로운 김대중)들, 참신하고 실력 있고 국민을 섬기는 인재들을 모아서 비전있는 세력을 만들겠다"며 "그 세력으로 총선에서 기존의 새정치연합과 경쟁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겠다"고 역설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선이 불안한 원내 세력들에게 천 의원이 야권재편을 촉발하는 불씨가 될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