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차그룹의 물류계열사인 글로비스가 상장한 지 이틀만에 자본금 100억원 회사에서 시가총액 2조원을 넘어서며 경영권 승계를 위한 유력한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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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첫날 상한가를 기록한 주가는 이틀째인 27일 개장부터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며 정몽구 정의선 부자는 막대한 주식평가 이익을 올리고 있다.
◆ 땅짚고 헤엄치기 정씨부자 평가차익 1조2천억원
두사람이 상장 이래 이틀동안 거둔 주식평가이익만 1조 2600여억원을 넘어섰다.
글로비스가 삼성그룹의 에버랜드 처럼 경영권 승계의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는 그룹내부거래를 통해 얻은 수익을 경영권 승계의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국회 재경위 심상정 의원(민주노동당)은 “평가이익을 편법 증여받은 것”이라며 “증여세를 과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6일 상장된 글로비스 주가에 힘입어 정의선 기아차 사장(사진)은 삼성전자 이재용 상무를 제치고 단숨에 재벌3세 중
최고갑부(상장주식 기준)로 떠올랐다.
아버지 정몽구 회장이 최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주식평가액에서 추월한데 이어 아들도 부자경쟁에서 1위자리로 올라선 것.
회사 설립 이후 ‘땅짚고 헤엄치기’ 식 경영으로 탄탄대로를 걸어온 데다 향후 수요처도 확실해 글로비스의 주가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글로비스는 상장 첫날인 26일 시초가격이 공모가격인 2만 1300원의 두배인 4만2600원으로 시작해 곧장 상한가를 기록하며 4만 89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틀째인 27일에도 개장직후 곧바로 가격제한폭인 5만 6200원으로 올라 주가가 정지상태를 맞기도 했다.
글로비스 주식 1195만4460주(31.9%)를 갖고 있는 정의선 사장의 첫날 주식평가액은 5852억원에서 이튿날 6718억원으로 뛰었다.
정 사장이 글로비스 주식을 처음 갖은 2001년 글로비스 설립과 함께 59억 7700만원으로 최대주주가 된 지 4년여만에 6659억원으로 112배가 넘는 평가차익을 올렸다.
정 사장이 보유한 기아차(1756억원)와 현대차 주식(6억원) 등을 합칠 경우, 총 주식보유액은 무려 8480억원에 달한다. 올 초 4억원과 비교할 때 2120배나 늘어난 것이다.
이같은 추세에 밀려 이재용 상무는 삼성전자 보유주식(96만1573주) 평가액이 6288억원에 그치며 2위로 물러났다.
정몽구 회장도 글로비스 주식 1054만5540주(28.1%)를 갖고 있어 이날 하루에만 주식평가액이 첫날 5162억원에서 5926억원으로 늘어났다.
정 회장은 이미 16일 상장법인 주식보유액이 작년 말보다 7736억원 급증한 2조551억원을 기록, 이건희 회장(주식 보유액 1조7625억원)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 글로비스 타고 경영권 장악 드라이브(?)
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의 탁송 및 철강, 건자재 운송업무를 독점하다시피하며 경영권 승계를 위해 세워졌다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상장을 통한 주가 상승으로 벌어들인 6000억원 대의 돈을 이용, 현대차 또는 기아차의 지분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직접적인 지분 확대가 부담스러울 경우, 글로비스를 통한 그룹 계열사의 지분확보를 통해 순환출자 방식으로 그룹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방안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글로비스는 창업 당시 정의선 사장과 정몽구 회장의 지분만으로 설립할 만큼 철저히 폐쇄적으로 출발했으며 그룹의 물동량을 독점하면서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해 기업가치를 높인 뒤 상장할 경우, 대규모 주식평가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현대차그룹에 의존하며 최근 4년간 연평균 60%의 매출증가율을 보였다.
글로비스는 현재 현대차그룹 전체 물류의 40%를 맡고 있으며, 앞으로 6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땅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해 엄청난 돈을 챙긴 뒤 그 돈으로 다시 지분확보 등을 통해 그룹의 경영권을 확보해 나가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해석했다.
증권가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의 경우 이재용 상무가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삼성에버랜드 지분 25.1%를 갖고 그룹 경영권을 장악했던 것처럼 글로비스를 지주회사 형태로 해볼 수 있다는 것.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정사장이 직접 기아차나 현대차 지분을 인수하는 것은 부담스러워 글로비스를 통해 현대차나 기아차 지분 인수에 나서 지주회사 형태로 가는 것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 내부거래에 의해 발생한 평가이익이 정씨부자에 집중되면서 향후 정치권 및 시민단체,조세당국을 중심으로 증여세 논란도
거세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