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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게 알려주는 ‘행복한 돈’ 관리법

[엉클조의 돈관리] 당근과 채찍 적절히 이용한 자녀 용돈 관리 가이드

프라임경제 기자  2005.12.26 08:2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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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용돈은 경제적 자립을 위한 첫걸음이다.

돈으로부터의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용돈관리를 어떻게 잘 해왔느냐’에 따라 시작된다는 말이다.

필자의 정의에 의하면 용돈은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자유가 부여된 돈이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이 용돈에 진정한 자유가 부여될 때와 종종 자유와 헷갈리는 방종이 부여되는 경우 용돈을 받는 사람의 결과는 천지차이가 난다. 

◆ 원칙과 의무 수반된 용돈 시작

필자에게는 딸 은샘이와 아들 형찬이가 있다. 몇 년전 은샘이가 초등학교 3학년일 때 대단한 시위를 한 적이 있다.

“엄마 나도 이제부터 용돈주세요. 우리반 진희하고 혜경이는 엄마가 용돈도 주는데, 왜 나는 용돈을 안주세요?”

초등학생인 딸에게 용돈을 주는 일이 일리가 있고, 의미가 있다고 판단해 몇 가지 원칙을 정하고 요구를 수용하기로 했다.

첫번째 원칙은 주간 단위로 1500원씩의 용돈을 주기로 한 것이다.

월 단위의 용돈은 너무 통제하기 힘든 시간으로 보였기 때문에 작게 자주 주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물론 정기적으로 자기만의 돈을 가질 수 있다는 은샘이의 입장에서는 액수와는 무관하게 너무도 기쁜 일이었다.

둘째,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용돈을 어디에 사용하든지 간섭하지 않기로 했다.

학교에서 필요한 문구류, 의식주 등 어쩔 수 없는 필수품에 대한 것은 용돈과 무관하게 엄마가 주기로 하고 사용에 대한 자유를 은샘이에게 100% 부여한 것이다.

아이에게는 자기만의 돈을 받는 것도 좋지만 어디에 사용하든 마음대로라는 사실은 하늘을 나를 듯한 기쁨이었다.

마지막으로 자유에 따른 의무를 부여해 준 것이 있는데 바로 용돈기입장을 쓰게 한 것이다.
학교 앞에서 500원을 주고 용돈기입장을 구입하게 했다.

날짜와 내용, 받은 돈과 사용한 돈을 적고는 매번 잔액을 계산한 후 손에 가진 돈과 확인하는 등의 사용방법을 가르쳐줬다.

◆ 용돈기입장은 용돈관리의 필수

이 복잡한 숙제를 과연 해 낼 것인가?

물론 투덜거릴 것은 당연한 반응이지만 여기에 당근을 하나 던져주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한다.

필자가 내세운 당근은 ‘아빠가 어느 날 용돈기입장을 보자고 했을 때 그날까지의 정리가 잘 되어있으면 1000원의 상금을 준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아이에게는 더 이상의 망설임과 고민이 없어진다. 물론 상금으로 받은 1000원도 용돈기입장에 적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에는 인터넷 용돈기입장 같은 것이 있어 계산과 통계를 계산하는데 훨씬 더 편하다.
하지만 처음에는 직접 손으로 용돈기입장을 적게 하는 것이 더 유용하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너무 부담스럽지 않게 통계를 낸다는 것은 뒤로 미루고, 계산능력에도 도움이 될테니 그저 사실을 적는데 의미를 두는 것이 좋다.

◆ 용돈 관리 검토 함께 해보기

그렇게 몇 달이 지났다. 받은 용돈과 상금을 합하면 은샘이에게는 대략 한 달에 8000원 정도의 수입이 있었고 성탄절이나 구정, 추석 같은 명절이 있으면 1만원이 넘는 용돈이 되기도 했다.

어느 날 은샘이와 함께 용돈기입장을 들여다 본 적이 있다.

“은샘이, 이번 달에는 받은 용돈을 어떻게 사용했을까? 용돈기입장 한번 살펴볼까?”

“네!” 이 질문에 자신있게 대답한 은샘이는 아빠와 용돈기입장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건 친구하고 떡볶기, 이건 동생하고 군것질, 그리고 이건 오뎅, 이건 호떡 이건 ……”

결국 1만원의 용돈 중 9000원이 입으로 들어간 사실이 드러났을 때 은샘이의 얼굴은 스스로가 어처구니 없어하는 모습이었다.

원래 자기는 군것질을 원해서 용돈을 받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초등하교 4학년 때였으므로 나름대로 무엇인가 생각했을 거라 믿고 아빠인 필자는 더 이상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금융권 이용도 직접 경험해보도록

4학년이 돼서는 은샘이의 용돈이 주당 2000원으로 올랐고 해서 5월 중순 즈음에 은샘이의 아빠인 필자는 또 다른 제안을 했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생각을 해낸 것이다.

“은샘아 이젠 용돈기입장도 잘 쓰게 됐으니 또 다른 재미있는 일을 해보지 않겠니?”

“뭔데요?”

“음! 이번에는 적금이란 것 해 보는거야“

“그게 뭐예요?”

은샘이의 궁금함에 필자는 자세히 설명을 시작했다.

“네가 받은 용돈에서 일정부분을 남겨서 저금을 하는 거야. 돈이 모이면 나중에 은샘이가 하고 싶은 일에 쓸 수 있도록 말이야. 그런데 매월 같은 금액을 같은 날짜에 은행 통장에 넣어야 하거든.”

“잉. 그걸 어떻게 하지?”

어떤 때는 쓸 돈도 모자라 허둥지둥 하던 은샘이에게 큰 도전인 것만큼은 분명했다. 그러나 이것도 당근정책이 있으면 어렵지 않게 ‘해 보자’는 마음이 들게 할 수 있다.

“만약에 네가 1년 동안 그러니까 12번을 잘 넣어서 성공하면 아빠가 그 만큼의 돈을 상금으로 줄 텐데… 어때? 그러니까 1000원씩 12번을 부으면 1만2000원이 되겠지? 그러면 아빠가 1만2000원을 상금으로 줄 것이고, 3000원씩 넣으면 3만6000원이 되니까 아빠가 3만 6000원을 줄 것이고 … 대신 중간에 멈추면 하나도 안주고, 한번 해보는 것 어때?”

잠시 고민을 하던 은샘이는 하겠다고 나섰다.

얼마씩 하는 것이 좋을까 생각하더니 놀랍게도 5000원씩을 하겠다고 했다. 조금 걱정은 됐지만 ‘실패해도 배우는 것은 있겠지’라는 마음으로 인정해 줬다.

◆ 겨울방학 이용해 경제교육 시도

가까운 농협에다 통장을 만들어주고는 첫 달을 불입하고 기뻐하는 은샘이의 모습은 너무도 대견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용돈을 받으면 먼저 5000원을 만들어서 적금을 불입하고 나머지를 가지고 용돈을 쓰던 은샘이는 1년이 지난 5학년 5월에 1년만기 적금을 멋지게 성공했다.

자유적립식이어서 명절에 받은 여유돈까지 더 넣어 만기에 받은 돈은 9만원이 조금 넘는 돈을 손에 잡은 것이다. 기뻐하는 은샘이의 모습은 이미 1년 전의 갸우뚱하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성숙한 모습이었다.

방학을 맞은 자녀들에게 ‘공부하라’는 말이나 ‘게을러지지 말라’는 잔소리보다 자녀들에게 돈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하도록 시도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연령이라면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경제교육이 아닐까 한다.

< www.unclejo.net>


   
조경만 칼럼니스트는?

(현) 엉클조 아카데미 원장
이트레이드 증권(주) 마케팅본부 부장
온라인 의사커뮤니티 ‘www.medigate.net’ 금융 컬럼리스트
(학력 & 경력)연세대 경제학과
대한투자신탁(주)
푸르덴셜생명, ING생명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신촌/목동점 ‘2030 재-테크’, ‘전문가부부를 위한 재-테크’
한국능률협회, 보험연수원, 한국경제신문 FP과정 강사
중앙일보 자산리모델링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