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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사태, 정부와 언론 책임 져야”

최봉석 기자 기자  2005.12.24 13: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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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황우석 교수의 논문이 조작됐다는 사실이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중간발표를 통해 드러나자 시민, 언론단체들은 청와대·정치권·언론이 이번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편승해 서울대 교수협도 “(논문의) 고의적 조작이 통용될 수 있도록 앞장서 분위기를 이끌어 온 학계, 언론계, 정계, 과학기술계 인사들과 주무부처인 과학기술부도 이 사건의 또다른 종범”이라고 지적하는 등 시민사회, 언론단체들의 주장이 시간이 지날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황 교수의 논문 조작이 확인됨에 따라 이번 사태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돼있는 청와대의 박기영 보좌관, 김병준 정책실장, 오명 과학기술부 장관 등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높아지고 있다.

최소한의 기본적인 검증조차 없이 막대한 국가 예산을 지원하고, 심지어 국가차원의 정책적 지원을 결정했다는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24일 생명공학감시연대는 “박기영 보좌관, 김병준 정책실장, 오명 과학기술부 장관 등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그동안 황 교수에 대한 적극적 후원자를 자처하면서 황 교수에 대한 각종 정책적 지원을 쏟아낸 장본인”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이 황 교수의 연구성과에 대한 각종 의혹이 쏟아지고 이로 인해 국민적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관련 사실을 규명함으로써 혼란을 수습해야 할 당사자들임에도 나몰라라하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거나 검증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황 교수를 두둔하기에 바빴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만약 이들 공직자가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는다면 국제사회의 비웃음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황우석 교수가 전세계를 상대로 거짓말을 반복하고 허위 논문을 작성한 배경에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 청와대·정치권·언론의 적극적 뒷받침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논평을 통해 “황우석 교수에 대한 398억원의 막대한 연구비를 투자하면서 어떤 검점도 하지 않아 현재의 ‘황우석 사태’를 키워온 책임부처인 과학기술부의 반성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면서 “추락한 신뢰를 만하기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 잘못과 책임을 솔직히 인정하고 오명부총리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안홍준 제4정책조정위원장은 “청와대와 노무현 대통령은 황우석 교수의 신화를 만들어 정치적으로 악용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면서 “이와 함께 황교수의 연구를 관리감독하고 지원한 정부 관련자들의 책임도 추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황우석 사태에는 언론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목소리도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고 있다.

황우석 사태와 관련해, 전 국민이 그동안 논의 과정에서 큰 혼란에 빠지게 된 근본적인 원인의 하나가 언론의 ‘잘못된 보도’라는 주장이다.

민언련은 ‘도대체 언론은 어떻게 책임지려나’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PD수첩’의 문제제기는 그동안 우리사회가 연구 ‘성과’에 집중해 공론의 장에서 논의해보지 못했던 연구과정의 윤리문제를 토론할 수 있는 계기가 됐지만 대부분의 언론들은 이를 외면했다”면서 “언론들은 네티즌들의 ‘PD수첩’ 비난여론에 편승함으로써 정당한 문제제기마저 ‘황우석 죽이기’로 몰아가 국민들의 이성적 판단을 흐렸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특히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은 ‘PD수첩’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이성적 반응을 부각하면서 ‘MBC죽이기’로까지 나아갔다”면서 “일부 신문들의 이런 보도 행태는 평소 공영방송 중심의 방송구조를 깨뜨림으로써 ‘방송진출의 꿈’을 이뤄보려는 지극히 정략적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YTN의 ‘특종’으로 ‘PD수첩’팀의 취재윤리 위반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들의 ‘MBC죽이기’는 극에 달했고, 일부 신문들은 ‘PD저널리즘 죽이기’로까지 나아갔다”면서 “‘메이저 신문’들과 일부 방송은 온갖 추측보도와 왜곡보도를 남발했고, 정략적 목적의 물타기 보도, 경마식 보도, 극심한 황 교수 편향보도를 쏟아냈다”고 꼬집었다.

실제 상당수 언론들이 논문 조작과 연구 진위에 대한 설득력 있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도 이를 객관적으로 따져보지 않았고, 노성일 이사장의 기자회견으로 상황이 ‘반전’되고 논문 조작의 징후가 분명하게 드러나기까지 이같은 보도 행태가 계속됐다는 지적에 대해 상당수 언론계 종사자들은 수긍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와 함께 논문조작을 방조, 은폐한 ‘공범들’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언론계 내부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한겨례신문은 24일 사설을 통해 “황 교수 개인에게 온전히 책임을 묻는 식으로 사태가 마무리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 과학자가 세계를 상대로 사기를 쳤다면 그것은 학계, 정계, 그리고 사회의 공범 관계 속에서 가능한 일”이라며 “논문 조작을 가능하게 하고, 방관하거나 묵인하고 나아가 은폐를 시도한 학계와 정관계 등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검증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책임공방 속에서도, 황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은 한국 과학계의 국제적 신뢰를 땅에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상을 입혔지만 하루 빨리 이번 진위 논란을 매듭짓고 미래 생명과학 발전을 위한 연구지원 체계 구축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는 미래지향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