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긴급조정권 발동으로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파업사태는 일단락됐지만, 현장에 복귀한 조합원들은 회사측이 조종사들을 길들이려한다고 주장하며 날마다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 대한항공 소속 조종사는 ‘안전운항’이라는 아이디로 지난 21일 노조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긴급조정권 발동 뒤 회사측의 부당한 조치에 조종사들이 속병이 나있다”며 “이런 조종사들에게 안전운항을 말할 수 있을까”라고 글을 남겼다.
노사갈등의 반복과 장기화로 조종사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이로 인해 안전 운항이 위협을 받을 경우, 대형사고를 발생할 확률이 평소보다 높은 것은 당연한 일.
그는 “파업 후 복귀한 조종사들을 일부 영웅심에 빠진 회사측 임원들이 길들이려하고 있어 지난 몇 년간의 안전운항의 기초가 바닥부터 흔들리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2001년 이후 지속됐던 대한항공의 안전운항이 심각하게 위협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총파업을 마무리하고 복귀한 조합원 가운데 기장 승격과 기종 전환을 앞두고 훈련 중인 18명의 조합원들에게 16일 특별자격심사위원회를 열어 훈련 중지를 지시했으며 지난 19일 원기종 복귀라는 인사명령을 내린 상태다.
특히 조합원 가운데 2명은 대기발령을 받은 상태이며 OE(실제 비행기를 이용한 운항 실습) 중인 5명의 조종사에 대해서도 스케쥴을 보류하는 등 ‘부당한 조치’를 취하고 있어 조종사들의 사측에 대한 증오와 불신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고, 이는 자칫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노사갈등이 현재와 같이 심각한 상황에서 ‘Excellence in Flight’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은 다른 조종사들도 마찬가지다.
한 조종사는 임금인상안과 관련된 노사간의 갈등을 ‘싸움판’으로 비교한 뒤, “싸움판에서 페어플레이를 해야 하는 것이 정석인데, 싸움판에서 긴급조정이라는 부당한 조치를 당하고도 법을 지킨다는 취지에서 두말없이 돌아온 조종사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속에 울분을 쌓게 하는 행동을 벌이는 회사를 바라보니 미래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냉철한’이라는 대화명을 사용하는 다른 조종사는 “이 시점에 진정으로 노사가 안전을 최고의 덕목으로 생각한다면 파업의 휴유증은 치유되고 봉합돼야 한다”면서 “회사측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비행현장에서의 갈등을 최소화시키고 비행안전의 근간인 CRM(예방안전교육 승무원 관리)을 최대화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조종사 노조는 현재 인사발령 직후 지노위에 구제신청을 하고 서울 남부노동사무소에 부당노동행위로 고소, 고발하기로 한 상태다. 노조는 또한 안전운항과 관련한 행동지침제안을 자체적으로 마련, 준법투쟁을 통해 투쟁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이런 가운데 22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공덕동 중앙노동위원회 앞에서 비행이 없는 조종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집회를 개최하고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과 회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규탄했다.
대한항공조종사노조 신만수 위원장은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 김영근 위원장과 함께 지난 21일부터 단식농성에 돌입한 상태다.
긴급조정권 발동으로 조종사들은 일단 현업에 복귀했지만, 이후 발생하게 될 노사간의 마찰에 대한 정부의 사전 준비가 전혀 없어,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정부측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