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상황에서 대한항공 노사갈등을 푸는데 걸림돌로 지목되는 것은 당연 임금교섭 문제다. 단일사안인 임금 인상안 하나를 둘러싼 노사간의 지루한 공방과 기싸움 때문에 노사간의 지루한 줄타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사측은 대승적인 견지에서 노조측이 회사안을 수용해줘야 이후 여러 가지 현안들이 긍정적으로 풀려나갈 수 있다는 주장을 고집하고 있다.
반면 노조는 회사측이 자율적으로 협상안을 낸 적이 한번도 없고, 인상안 또한 중노위가 조정안을 낸 것이며 긴급조정에 들어가서도 직권중재에만 기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협상에 대한 사측의 의지를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며 사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 회사측 인사발령 움직임 걸림돌
노사간의 갈등을 매듭짓는데 걸림돌로 거론되는 것 가운데 다른 하나는 회사측의 인사발령 움직임이다.
노조는 회사측이 (임금인상안)을 무조건 양보하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수용할 경우 부당한 인사발령을 취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사측은 ‘별개의 건’이라며 노조측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어 대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측 관계자는 “긴급 조정 이후에 노조 탄압이 도를 넘고 있고, 이 점에 대해 조합원들이 분노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정당한 단체행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주었는데도 운항자격심의위원회에서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인사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사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측은 최근 특별자격심의위원회를 통해 파업에 참가한 조종사 노조측 관련자에 대해 징계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노조 탄압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회사는 현재 신만수 조종사노조 위원장 등 노조 간부 30명을 업무방해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대한항공 노사는 지난 20일 오후 3시 제16차 임금교섭 회의를 열었으나 이처럼 양쪽의 입장만 재확인한 채 1시간 여만에 회의를 중단하고 자리를 일어섰다.
이 자리에서 서용수 노조 정책기획실장은 “(파업이 끝났고 복귀했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현장에서 아무런 심적 동요가 없이 비행에 전념할 수 있도록 운항본부나 사측 사람들이 적극적이어야 하는데 반대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경부 노사협력실장은 “교섭 기간 중에도 말했지만 회사가 지금 안을 계속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래서 회사안을 가급적이면 중노위 조정까지 가지 않고 풀 수 있도록 노조측에서 양보해 달라”고 답했다.
노조탄압 의혹과 관련해 조휘광 노조 부위원장은 “18명의 교육생들을 원기종 복귀시킨 것은 노조 탄압이 아닌가. 그 사람들이 정당한 쟁의행위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회사가 인사권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원기종 복귀 시킨 것이 노조 탄압이 아닌가”라고 질의했고 사측의 강경부 실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고 답했다.
◆ 사측 부모-노측 자식 비유에 감정적 의견충돌도
강 실장은 특히 회사측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부모의 심정은 어려울 때 대비해서 절약하자고 하는 것이다. 그것과 비슷한 논리”라며 사측을 부모로 노측을 자식으로 비유하자, 노조측은 곧바로 “부모 자식 비유는 안 해주었으면 한다. 듣기 거북하다”고 말하는 등 감정적인 의견충돌도 잠시 오갔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최초 요구안보다 낮은 3.5% 인상안을, 사측은 중노위 조정안인 2.5% 인상안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측 대표로 나온 이규한 노사협력실 부장은 “조합에서 얼마만큼 내렸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면서 “노조측 요구가 애초부터 합리적인 요구였으면 그런 부분 관련해서 조합이 양보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총액 8% 요구했던 부분이 회사의 상황, 물가 수준, 조종사의 임금 수준을 고려했을 때 과연 합리적인 요구인가”라고 되물었다.
대한항공 노사는 자율협상 기간 마지막 날인 26일 본조정회의를 개최하게 된다. 26일에도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노사는 중노위의 중재회부 결정 속에서 이후 15일 동안 또다시 교섭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총 30일에 걸린 노사자율 교섭기간동안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중노위 위원장은 특별조정위원회의 권고를 받아 중재안을 내리게 된다. 중재안은 단체협약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