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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천하]프라이드 33 세컨드 커밍

프라임경제 기자  2007.03.02 08:5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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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프라이드33 세컨드 커밍(Second coming)’이 최근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렸다.
이 대회엔 국내 선수가 출전하지 않았으나 관심이 가는 선수들의 경기가 이어져 많은 격투 팬들을 열광시켰다.

첫 이변의 희생자는 반더레이 시우바 선수였다.

미국의 베테랑 파이터 댄 핸더슨 선수는 브라질의 ‘도끼 살인마’ 시우바에게 처음부터 조금도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패배 후 시우바 측근이 변명처럼 털어놓은 “경기 전 체온이 섭씨 40도까지 오르는 최악의 몸 상태로 시우바가 경기에 나섰다”는 말이 사실처럼 느껴질 정도로 이날 시우바는 처음부터 제 컨디션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그의 펀치 러쉬나 그라운드 기술 등이 스피드가 동반되지 않은 채 힘없이 진행됐고, 이전 경기에서 그가 경기 전 손 풀기 동작을 보이면 그때부터 상대방은 위압감에 빠져 들었지만 이날 경기에서 실바는 무언가 중요한 것을 두고 온듯한 초조한 모습으로 경기에 임했다.

초반 탐색전이 지나기도 전에 시우바는 핸더슨에게 그라운드 탑포디션에 몰려 파운딩 펀치를 잇달아 허용하며 오른쪽 눈가에 출혈을 보였다. 시우바의 평소 암바와는 많이 차이가 나는 어설픈 암바는 핸더슨 선수에게 어떤 데미지도 주지 못했다. 

그리고 시우바가 택한 공격은 로우 킥이었던 것 같은데 되려 핸더슨의 백스핀 브로에 걸려 시우바는 상대에게 충격을 주기 보다 본인이 되려 데미지를 입었다.

결국 실바가 할 수 있었던 건 마구잡이식 타격 밖에 없었고 베스트 컨디션의 시우바의 주먹과 다른 조금은 흐느적거리는 그의 타격은 상대인 핸더슨 선수에게 빈 틈을 보여주고 말았다. 강력한 왼손 훅 한 방이 시우바의 얼굴에 실리고 그는 정신을 놓아버렸다.

물론 7년 전 두 사람의 만남에서도 시우바는 월등하게 승리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유리한 경기 운영으로 판정승했었다.

금번 대결 전 시우바는 크로캅에게 처참한 K.O패배를 당했었다. 경기 후 패배가 약이 되기도 하지만 시우바의 경우는 독이 된듯하다. 그가 이렇게 처참한 패배를 당한 것은 크로캅과의 경기 후 패배가 큰 영향이 된 것 같다. 전성기가 지난 시우바가 아니라 잠시의 슬럼프를 겪는 그였으면 하는 바램이고 프라이드 최초로 웰터급과 미들급을 석권한 핸더슨에게 빠른 시간 안에 최상의 모습으로 제도전하는 ‘격투 천재’ 시우바의 모습으로 돌아오기 바라는 마음이다.

또 하나의 이변이라면 ‘경량급의 효도르’라고 불리는 일본의 자랑 고미 타카노리 선수의 맥없는 패배였다. 항상 UFC 를 비하하듯 얘기했던 고미가 UFC 출신 닉 디아즈 선수에게 2라운드 풋초크로 탭아웃을 치고 만 것이다.

고미는 이날 고질적인 버릇 때문에 패전을 자초했다. 항상 자신보다 기량이 낮은 선수와 대결해왔기 때문에 몸에 밴 버릇인지 건방지게까지 보이는 그의 노가드는 프로복싱경기에도 출전할 만큼 노련한 펀치를 갖춘 디아즈의 잔펀치에 속절없이 당하기만 했다.

디아즈는 꽤나 영리한 선수였다. 초반 부상으로 눈가에 피를 흘리면서도 고미의 노가드에 주먹을 꽂으며 착실하게 포인트를 쌓아 나갔다. 2라운드 디아즈의 눈 주변 출혈이 심해져서 자칫 닥터 스톱으로 패할 위기까지 몰렸지만 이것이 이날 고미 선수의 운으로선 전부였다.

계속 펀치를 허용하면서도 노가드의 여유를 부렸던 고미는 본인이 포인트로도 크게 지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해서 무리한 테이크 다운을 시도하게 된다. 하지만 이것이 패착 중의 패착이 돼 디아즈는 뒤로 넘어지면서 영리하게도 고미의 목 안쪽에 정확히 왼발을 집어놓고 팔과 다른 한발로 뒤통수를 고정하는 이른바 오모 플라타(풋초크)를 정확하게 구사했다.

그것으로 고미는 탭아웃 패배하고 말았다.

지난해 4월 마커스 아우렐리오 선수에게 암 트라이앵글 초크로 패한 뒤 프라이드에서 당한 두 번째 패배였다. 그것도 공교롭게도 미국 국적 선수에게만 2패를 안게 되었다.

고미는 근성과 파워를 두루 가지고 있는 선수지만 자기 자신을 이기지 못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는 선수다. 빨리 흥분하고 경기가 안 풀리면 짜증스러워하는 그의 경기 스타일이 패배를 부르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는 곳이 링이라지만 이유가 없는 패배 또한 없는 곳이 이곳이다. 경기 전 자신의 컨디션을 최선으로 끌어올리지 못한 것도 프로 선수로서는 있을 수 없는 실수 이고 또한 자신의 잘못된 버릇을 고치지 못하는 것도 선수 자신의 가장 큰 과실일 것이다.

격투계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몇몇 국내 선수들이 이변의 희생양이 아니라 돌풍으로 다가서기 바란다.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가슴에 품고서 말이다.

홍 준 철
(주)미션팩토리 대표
사단법인 정통합기도 협회 기획본부장겸 수도관 사범부장 전 MBC ESPN 해설위원
격투기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