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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칼럼]죽은 제갈공명이 산 사마중달을 이긴다

프라임경제 기자  2007.03.01 10: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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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삼국지를 보면 오장원이라는 곳에서 촉한의 제갈공명과 위나라의 사마중달이 서로 대치한다. 그때 제갈공명의 건강이 극도로 나쁘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사마중달은 제갈공명이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별을 관측하던 태사관으로부터 장수별이 떨어졌다는 보고를 받고 공격을 개시하였다. 그러나 손에 학날개로 만든 부채를 잡고 수레에 단정히 앉아 있는 제갈공명를 보고 혼비백산 했다는데, 수레에 탄 것은 죽은 제갈공명을 닮은 인형이었다고 한다. (시체를 묶어 놓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뜬금없이 웬 삼국지 타령이냐 하시겠지만, 시장에 미치는 그린스펀 전 FRB의장 이야기를 들어보시면 필자의 마음을 이해하실 것이다. 2005년에 임기가 끝난 그린스펀은 FRB의장을 1987년 이후 18년간에 걸쳐 수행한 신화적인 존재다. 그의 말 한 마디는 전 세계 경제와 주식시장에 대단한 파장을 미쳤다. “그린스펀과 맞서지 말라”는 말은 월스트리트의 투자 전문가들이 FRB 통화정책에 싸움을 걸면서 겪은 뼈저린 경험에서 나온 격언이다. “그린스펀의 재채기에 유럽(이를 한국으로 바꾸어도 마찬가지다)은 감기에 걸린다”는 말이 있다. 과거에 그는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우리는 주식시장의 투기 거품을 터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비이성적인 증시 열기를 식히기 위해 통화 정책을 의도적으로 사용했다고 시인하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였다.

FRB가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외국인들은 미국에 대한 투자 기회가 확대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미국 국무부 채권이나 주식 같은 자산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국 화폐를 달러로 바꾸어야 한다. 이 환전으로 달러에 대한 수요가 늘고 다른 통화에 비해 달러 가치는 높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FRB의 금리 인상 결정은 주요 대미 무역국가들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의 초점은 미국 내 통화정책 변화가 불가피하게 세계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본 투자자들은, 미국 공채를 매입할 수도 있고, 유럽 주식의 공매(空賣)에 나설 수도 있고, 수출 비중이 큰 유럽 기업에 투자할 수도 있을 것이다. FRB가 금리 인상을 할 때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에 고민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각국의 주식시장의 대폭락 사태는 중국의 긴축 우려와 차익실현압력 달러화 약세 가속에 대한 우려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린스펀이 미 경제침체 경고를 내린 지 하루 만에 글로벌 시장이 폭락한 것을 보면 현 버냉키 의장보다, 이미 그만둔 그린스펀의 입에 시장 참여자들이 훨씬 더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물론 18년 6개월 동안 그린스펀이 경제에 대해 대부분 옳은 판단을 내렸다고 평가되기 때문에 임기를 마친 지금도 이 같은 현상이 벌어졌다고 진단은 하지만, 어쨌든 죽은 제갈공명이 산 사마중달을 이긴다는 말이 하루종일 생각났던 2월 28일 시장 폭락일이었다.

   
현대증권 불당지점장 전 복 용

 충남고/충남대 경영학과/현대증권 법인영업부/둔산지점장/현재 현대증권 불당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