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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불평등’ 해소책 마련 시급

부처 간 협력사업 전환...다차원적 처방 필요

박광선 기자 기자  2007.02.27 09:5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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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개인컴퓨터의 성능과 인터넷 대역폭의 비약적 향상, 그리고 압축 기술의 발달은 온라인의 문화콘텐츠 소비 그 자체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문화향유 기회 및 관심 영역을 확대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2005)에 따르면 인터넷 이용자의 90% 이상이 음악, 영화, 게임 등을 위해 인터넷을 이용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러한 사실은 인터넷이 문화적 사회화의 중요한 매개체이자 촉진자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정보불평등을 설명하는 데 있어 문화적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최근 KISDI는 인터넷을 통한 문화활동 뿐만 아니라 인터넷 사용 자체가 오프라인에서의 문화적 관심과 지식, 과거의 경험 등 이미 축적된 문화자본의 양에 의해 좌우되고, 정보불평등에 문화자본이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가에 대해 구체적으로 연구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 석호익) 미래전략연구실 이호영 책임연구원, 박현주 연구원과 장미혜 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은 KISDI 연구보고 06-02 ‘문화자본이 정보불평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문화자본과 경제자본의 양에 따라 선호체계가 어떻게 달라지고 기술의 효과 격차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보고, 고도화된 정보사회에서의 정보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책적 대안 마련을 위한 시사점을 도출했다.

  보고서는 국내외 문헌 연구로 문화자본이론과 정보불평등에 관한 이론을 검토하고 본인 및 가족의 문화자본에 있어서의 차이, 그리고 문화취향이 정보불평등의 원인으로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론적으로 규명하고 경험적 연구를 통해 문화자본과 디지털 기기의 사용량에 미치는 영향, 오프라인상에서의 취향과 온라인에서의 활동관계에 대해 실증 분석했다.

  보고서에서는 문화소비의 패턴을 통해 취향을 구분하기 위해 ▲문화활동 참여도 ▲음악 선호장르 ▲영화 선호장르 ▲영화감독 선호도의 문항을 사용했다.

  문화활동 참여도를 알아보기 위해 ‘뮤지컬, 클래식 음악연주회, 오페라, 전통예술공연, 미술전시회, 연극, 대중음악 가수의 콘서트, 영화’ 행사의 1년간 관림횟수, ‘문학작품, 교양도서, 만화책’의 1년간 독서량에 대해 질문했다.

  음악 선호장르로는 ‘트로트, 발라드/R&B, 락/헤비메탈, 랩/힙합, 컨트리/포크, 전통음악, 재즈/블루스, 클래식, 뉴에이지/크로스오버, 뮤지컬’등 10가지의 장르를 제시했고, 영화 선호장르로는 ‘공포/호러, 드라마/멜로물, 미스테리/스릴러, 예술영화/다큐멘터리, 액션/어드벤처, SF/판타지, 코미디, 무협영화, 애니메이션, 성인영화’ 등 모두 10가지의 장르를 제시한 후 이에 대한 선호도를 물었다.

  영화감독 선호도는 ‘박찬욱, 김기덕, 봉준호, 이창동, 강우석, 홍상수, 라스 폰 트리에, 제임스 카메론, 스티븐 스필버그, 켄 로치, 피터 잭슨, 마이클 무어’ 등 모두 12명의 영화감독을 제시한 후 이에 대한 선호도를 물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문화소비의 경제자본과 문화자본의 소유형태에 따른 영화장르 선호도를 살핀 결과, 문화자본과 경제자본의 점수가 높은 사람들일수록 다양한 종류의 많은 영화를 즐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한 집단 내부에서의 편차를 볼 경우, 문화자본과 경제자본의 점수가 비교적 낮은 점수를 받았던 사람들은 국내영화를 인상 깊은 영화로 지목했다.

  영화감독에 대한 선호도에서는 전체적으로 문화자본의 점수가 낮은 사람들의 경우 제시된 대부분의 감독에 대해 싫다고 응답한 반면 문화자본의 점수가 높은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많은 감독에 대해 다양한 선호도를 보이고 있었다.

  컴퓨터 사용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실증분석을 한 결과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남성일수록, 소득이 높을수록, 선호하는 감독이 적을수록, 본인의 문화자본이 많을수록, 가족의 문화자본이 많을수록, 연령이 낮을수록 컴퓨터 사용능력과 유의미한 영향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정보불평등이 문화취향에 의해서도 설명이 가능함을 시사해준다.

  한편 보고서가 도출한 정책적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먼저 정보격차 해소정책의 방향은 소외계층이 정보화로 얻을 수 있는 만족과 그에 대한 기대수준을 끌어올리는 쪽으로 전환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용자의 처지와 욕구에 따른 활용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콘텐츠를 개발, 보급해야 한다. 문화적 박탈은 박탈의식 자체를 박탈하기 때문에 디지털 기기의 활용능력뿐만 아니라 활용욕구를 동시에 제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활용욕구가 낮은 것은 인터넷상에서 자신의 관심사나 동류집단을 발견하기 어려운 탓도 있다. 오프라인에서 사회적 현전(social presence)의 빈도가 낮은 집단은 인터넷상에서도 그 자취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이들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 역시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 소외된 집단의 인터넷 이용 욕구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이것은 단순히 네트워크나 정보기기에의 접근성, 활용능력을 제고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인터넷이 오프라인에서의 사회적 배제를 부분적으로나마 극복하는 광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셋째, 정부의 정보격차 해소정책이 부처 간 협력사업으로 전환돼야 한다. 정부는 이제 눈앞에 보이는 정보격차뿐만 아니라 정보사회가 만들어내는 구조적 불평등의 기제에 관심을 갖고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좀 더 거시적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 정보불평등 자체가 다차원적인 성격을 지닌다면 당연히 그에 대한 처방 역시 다차원적이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