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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파워있는 여성이 가득한 ‘알파 세상’을 위해

프라임경제 기자  2007.02.22 09: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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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기억나는 여학생이 한 명 있다. 70년대 중반, 서울 변두리 빈민촌에서 홀어머니와 동생들을 돌보면서도 매일 학원에 나와 열심히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학생이었다. 얼굴만 봐도 녹록치 않은 삶의 고된 무게가 느껴졌지만, 그녀의 반짝이는 두 눈에서는 미래를 꿈꾸는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생활고는 그녀를 학원 책상이 아닌 뜨거운 뙤약볕으로 자꾸 내몰았다. 그런 그녀가 오랜만에 학원에 찾아왔다. 그리고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이 말만을 되풀이했다. “원장님, 정말 공부가 하고 싶어요.”

최근 여성의 사회참여가 헬기 조종사, 항해사, 중장비 운전직 등의 과거 금기시됐던 영역까지 확대되며 여성들이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고 사회발전을 주도하는 핵심 인력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영국의 유력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를 비롯해 국내외 언론들이 앞 다퉈 향후 글로벌 경제 성장을 위한 핵심 키워드로 '친디아(중국과 인도)'나 '인터넷'이 아니라 '여성'이라고 보도하고 있을 정도이다. 또한 이를 넘어서 남성보다 월등한 능력을 발휘하는 여성인 ‘알파 걸’ 열풍이 최근 사회 각분야에서 불고 있다. 이는 과거 남다른 재주를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여러 가지 이유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혹은 남자의 보조적인 역할에만 머물렀던 여성이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고 사회를 이끄는 지도자형으로 바뀌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04년 49.8%에서 2005년 50.1%로 상승, 처음으로 50%대를 돌파했다. 이는 단순한 수치의 증가만이 아니다. 외무고시 합격자 중 여성의 비율이 2005년 52,6%에 달했으며 행정고시와 사법시험에서는 44.0%, 32.3%로 과거에 비해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또한 작년 지방선거를 통해 지방의회에 진출한 여성은 525명으로 전체 지방의회 의원 중 14.5%를 차지했다.

최근 학업과 업무, 인간관계 및 리더십 등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고 있는 여성들이 점차 증가하며 사회 곳곳에서 여성파워의 돌풍이 불어오고 있다. 이는 여성의 사회적 역할과 그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교육환경변화, 서구식 합리주의를 추구하는 부모세대의 등장 등으로 가능해졌다.

여성들은 남성과 동등한 입장과 위치에서 전문교육을 받고 과거 남성의 전유물이라 여겼던 자신감과 도전정신, 강한의지력과 추진력 등을 부모로부터 전수받음으로써, 여성의 장점에 남성의 장점을 접목해 이를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신 무기화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과거 물리적인 힘에 의존했던 산업사회가 점차 창의력과 상상력이 핵심 지식산업사회로 전환되면서 남성보다 여성이 뛰어나다고 평가되는 멀티태스킹, 커뮤니케이션, 충성도, 다양성 등이 21세기 기업의 성공요소로 각광받으면서 이러한 현상을 더욱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확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들 여성의 사회활동은 많은 부분 제약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임신과 출산, 육아 등의 문제뿐 아니라 남성적인 관료사회 및 기업문화 등이 여전히 여성 사회진출의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발표에서도 드러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성별, 연령별 고용평등 지표에 따르면 시간당 임금비율과 임금근로자 비율, 관리직 비율, 상용직 비율 등 4개 세부 지표에서 지난해 우리나라 여성근로자의 성별 고용평등 지표가 100을 기준으로 평균 55,7%에 그쳤기 때문이다. 또한 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고위 행정직이나 국∙공립대 교수 등 특수 고위직에 여성의 비율이 현저히 낮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국가경쟁력이 여성 인력의 효과적인 활용 여부에 달려있는 만큼, 더 이상 여성들만의 몫으로 수수방관할 것이 아니라 정부와 기업, 남성 그리고 여성 모두가 여성의 잠재력을 인지하고, 중장기적으로 이들 여성 인력들을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는 교육∙인재양성시스템과 여성이 마음 놓고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업 및 가정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또한 육아∙보육시설 등을 확충해 출산과 육아가 여성들의 사회 활동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고 저출산이라는 사회적 병폐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적, 재정적 지원을 전폭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문상주

약력 : 현) ㈜고려교육 회장/ 비타에듀(주.고려이앤씨) 대표이사
          (사)한국학원총연합회·한국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회장

한국청소년지도육성회 총재
중화고려대학교(중국 북경) 이사장
대통령 직속 교육개혁위원 1,2기 위원

교육부 중앙교육심의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