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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순항 이끄는1등 항해사

한국닛산 손창규 전무 인터뷰

김정환 사외기자 기자  2007.02.21 16: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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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해 국내 수입차 시장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놀라운 성장을 했다. 마(魔)의 벽처럼 여겨지던 시장 점유율 4%를 돌파했으며, 올해는 5%에 육박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수입차 약진에 있어 절대적인 기여를 한 브랜드로 첫 손에 꼽히는 것이 바로 닛산의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인피니티’다.

지난 2005년 7월 29일 한국 시장을 두드린 인피니티는 그 해 531대를 팔아 전체 수입차 브랜드 중 12위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해 1712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판매 순위에서 일약 8위로 뛰어 올랐다. 전년비 성장률은 222.4%에 달한다.

업계 일각에선 인피니티가 전년 하반기에 본격 영업을 시작헌 결과라며 이 같은 성장세를 애써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까지 ‘인피니티’란 브랜드에 관해 알고 있던 한국 소비자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사실, 즉 불모지에서 결실을 맺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전국적으로 딜러가 3곳(서울 2, 부산 1)에 불과해 공격적인 마케팅 및 세일즈 활동을 펼치기에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음에도 이를 너끈히 극복했다는 사실에서 경탄을 넘어 두려움마저 느끼고 있다.

이에 본지는 인피니티를 수입 판매하는 한국 닛산㈜에서 그레고리 B. 필립스 사장을 도와 거센 파도를 헤쳐나가고 있는 ‘인피니티호’의 1등 항해사인 손창규 전무와 최근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손전무는 지난해 인피니티가 거둔 놀라운 성과에 만족스러워 하면서도 이에 못잖게 지난 연말 일반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한 수입차 선호도 조사에서 인피니티가 포르셰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레고리 B. 필립스 사장은 지난달 18일 가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2400대 이상을 판매해 10위권 이내를 고수한 뒤 수년 내 5위권 진입을 달성한다는 야심 찬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따라서 이 같은 조사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신규 고객 개발에 전력해야 하는 ‘숙제’를 풀어낼 실마리를 찾아냈다는 안도감 때문으로 해석된다.

손전무는 인피니티의 장점으로 스타일, 퍼포먼스, 감성의 ‘차별화’를 꼽았으며,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전통적인 럭셔리나 렉서스의 대중지향적인 럭셔리와 달리 좀 더 마니아적인 ‘모던 럭셔리(Modern Luxury)’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손전무는 또 지난해 런칭한 ‘뉴 G35 세단’의 폭발적 인기가 고성능과 함께 높은 가격 경쟁력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엔저(低) 기조에 따른 가격 인하 가능성은 일축했다. 또 닛산 브랜드 모델의 수입 계획도 갖고 있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손전무는 아울러 뉴 G35 세단의 돌풍을 M, FX, Q 등 전 모델로 확산시키는 한편 하반기 중 ‘뉴 G쿠페’를 선보여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복안을 밝혔다. 이와 함께 문화 마케팅, VVIP 마케팅, 체험 마케팅 등을 통해 더욱 공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설 것임을 역설했다.

손전무가 현재 타고 있는 차는 인피니티 ‘M45’ 블랙컬러다. 손전무는 이 차에 대해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이 아니라 오케스트라를 연주한다는 느낌이 들만큼 드라이빙 퍼포먼스와 운전 감각이 뛰어난 차”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손전무와의 일문일답이다.

- 인피니티는 지난해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다. 특히 하반기의 약진이 눈에 띈다. 지난해를 평가한다면.

“한국닛산㈜ 인피니티에게 지난해는 전체적으로 큰 성장의 계기였다. 5월에 럭셔리 수입차 브랜드로선 최단기간인 10개월 만에 누적판매량 1000대를 달성했다. 하반기엔 ‘뉴 G35 세단’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인지도와 선호도 면에서도 좋은 성과가 있었다. 특히 지난해 말 한 자동차 전문지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포르셰에 이어 인피니티가 2위에 올랐다. 이 모든 것이 좋은 품질의 제품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친 결과로 본다.”

- 지난해 1등 공신은 뉴 G35 세단이었다.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

“뉴 G35 세단의 성공은 인피니티 고유의 강력한 퍼포먼스와 독특한 디자인이 소비자에게 어필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즉 예전 소비자들은 브랜드 자체가 주는 상징성 등에 치중했으나 요즘은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에게 잘 맞는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이처럼 자신의 이미지를 내세우길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모던 럭셔리한 인피니티가 충족시켰다.”

   
뉴 G35 세단

- 뉴 G35 세단의 가격도 주효했다고 보는데 그에 대한 의견은 어떤가. 엔저 기조에서 가격 정책을 변동할 계획은 없는지.

“물론 가격적인 면도 한 몫 했다. 최근 업계가 해외에 비해 터무니 없이 높은 가격을 책정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는데, 인피니티는 본거지인 미국 등과 비교해도 매우 유리한 가격대를 구축하고 있다.
요즘 엔저 현상이 일기는 하지만 가격 정책에 변화는 없을 것이다. 환율은 매일 변하는 만큼 그에 따라 가격을 변동시킬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환율’이라는 일시적인 현상에 의해 이익을 얻는 부분이 있다면 더욱 세심한 고객 서비스와 사회환원 캠페인, 다양한 마케팅 활동 등을 통해 보답하겠다.”

- 올해는 뉴 G35 세단만한 신차 효과를 가져올 차가 있는가.

“한국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새로운 럭셔리 제품에 대한 관심도가 매우 높다.
사실 인피니티의 전 모델은 모두 신차에 가깝다. 단지 최근에 뉴 G35 세단에 관심이 높은 것이라고 생각된다. 올해는 인피니티 전 모델로 소비자의 관심을 돌리는 작업 외에도 하반기에 ‘뉴 G쿠페’를 선보일 예정이다.
쿠페가 전체 수입차 시장에서 주요한 세그먼트는 아니지만,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부분이고, 퍼포먼스와 스타일 면에서 인피니티 브랜드의 진면목을 표현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뉴 G쿠페 컨셉트카

- 뉴 G쿠페는 4월 서울모터쇼에서 데뷔할 수 있는가.

“뉴 G쿠페는 미국에서 처음 출시되는 것으로 결정됐다. 서울모터쇼와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뉴욕 모터쇼와 동시 출시가 가능한지 현재 협의 중이다.
한국에서 선보이고 싶다고 다 진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차량 공급 및 마케팅 차원에서의 여러 가지 점들이 고려되고 있다.”

- 디젤이나 하이브리드 등 경제성을 갖춘 차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에 대한 대응 전략은.

“디젤이나 하이브리드는 경제성을 중시하는 면에서 필요하겠지만 다이내믹하고 차별화된 퍼포먼스를 특성으로 하는 인피니티와는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다.
인피니티만의 독특한 가치와 강점을 유지하고, 훌륭한 퍼포먼스와 다이내믹한 이미지를 가져가기 위해선 그에 걸 맞는 엔진을 구성해야 한다.” .

- 디젤이나 하이브리드 엔진을 안 만드는 것은 미국 시장에 주력하기 때문인가.

“인피니티가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시작되긴 했지만 올해 러시아에 이어 가까운 시일 내에 유럽 진출도 준비 중이다. 아마도 각 지역에 맞는 엔진 개발 계획 등이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 ‘이효리 차’로 알려진 ‘큐브’나 ‘노트’, ‘350Z’ 등 국내서도 잘 알려진 닛산 자동차의 모델들을 수입 판매할 계획은 없는가.

“닛산 브랜드를 도입할 계획은 없다. 아직은 인피니티 브랜드의 확고한 정착과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톱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명확한 이미지 구축이 더 중요하다.”

-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인피니티만의 장점이 있다면.

“인피니티의 장점은 3가지로 정리된다. 스타일 차별화, 퍼포먼스의 차별화, 감성의 차별화다.
인피니티의 스타일은 젊고 역동적인 스타일이다. 또 강력한 엔진을 바탕으로 다이내믹한 퍼포먼스를 구현한다. 모던 럭셔리를 추구하는 인피니티의 감성은 기존 트래디셔널 럭셔리를 대표하는 BMW, 벤츠 등과 확연히 다르다.”

- 인피니티가 가진 다른 일본차 브랜드와의 차별성은.

“기본적으로 일본 고급차의 품질이나 본래 깔려 있는 장인 정신 등은 같다고 본다. 하지만 각각의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성엔 차이가 있다. 렉서스가 편안하고 조용한, 대중적인 고급성을 추구한다면, 인피니티는 다이네믹하고 탈수록 재미를 느끼는 조금은 터프한 모던 럭셔리를 표방한다. 혼다는 경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비교할 포인트가 완전히 다르다.”

- 르노삼성과의 차별화는 무엇인가.

“르노삼성은 닛산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진출했기 때문에 닛산 기술력에 대한 믿음이 있다.
이런 점들은 르노삼성이나 한국닛산에게 궁극적으로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줄 것이다.
기술력에 대한 믿음은 있지만, 구동 방식, 엔진의 성능 등 제품 자체는 확연히 다르다. 또 각 사가 추구하는 스타일과 소구점은 같은 판단 기준으로 보기엔 차이가 많다.”

- 국내 시장에서의 타깃은.

“인피니티의 타깃은 젊고 가능성이 있는 전문직 종사자다. 이미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성취를 달성해 자신을 내세우고 싶어하는 층이 아니라 모험을 즐기고, 일과 자신의 생활을 모두 중요하게 여기는 그런 고객들이다.
그런 고객에게 인피니티의 모던 럭셔리 이미지가 자신을 표현하는데 꼭 필요한 것임을 인식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 PPL은 활발하지만 연예인 마케팅은 보기 힘든데.

“인피니티의 타깃에 대해 이미 언급했지만, 연예인이 탄다고 따라 타는 브랜드는 아니다.
PPL 등을 통해 우리의 이미지를 끊임없이 표현 하겠지만, 연예인 누가 타는 차로 우리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현재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많은 연예인들이 인피니티를 타고 있다.”

- 자동차 브랜드를 선택할 때, 중고차 가격에 대한 고려도 중요하다. 중고차 가격 케어를 하는 것이 있는지.

“직접적으로 중고차 가격을 케어하지는 않지만, 딜러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인피니티는 TOE 프로그램을 통해, 차의 퀄리티를 관리하고 있다. 퍼포먼스가 좋은 차이니만큼 중고차 시장에서도 오래 타도 내구성이 좋은 차량으로 평가 받아 다른 브랜드보다 높은 가격으로 책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올해는 수입차 브랜드간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별한 전략이 있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 같이 꾸준히 기존 고객을 케어하는 것과 함께 더욱 공격적이고 다양한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오는 3월 국내 초연될 ‘태양의 서커스’에 공식 후원사로 참여해 문화 마케팅을 본격화하고, 올 초부터 실시하고 있는 크루즈 이벤트, 롯데면세점 리무진 서비스 등 VVIP 마케팅과 PPL도 보다 적극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지난해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었던 ‘비교시승 마케팅’ 등 인피니티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체험 마케팅을 더욱 강화하며, 인피니티만의 최상의 고객 서비스 철학인 ‘토탈 오너십 익스피리언스(Total Ownership Experience, TOETM)’ 역시 지속적으로 유지하겠다.

여기에 올 하반기 ‘G 쿠페’ 출시는 물론, 뉴 G35 세단을 비롯한 FX와 M의 꾸준한 성장세, 오는 3월 신규 딜러 SK네트웍스의 분당 전시장 오픈 등으로 지금까지 보여온 상승세를 증폭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수년 내 5위권 이내 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 비책은 무엇인가.

“인피니티의 가치를 꾸준히 증진시킬 필요가 있다. 또, 기존 고객들을 통한 재구매 확대와 신규 고객들에게 브랜드에 대한 흥미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전략 등을 논의 중이다.”

손창규 전무는 1961년생으로 서울대 조선공학과(79학번)를 나왔으며, 고려대 경영대학원에서 MBA(’05년 2월)를 취득했다. 울산에서 해군 학사장교로 복무하며 군함 건조를 관리했다. 전역 후 ‘86년 기아자동차에 입사, 프라이드, 세피아, 스포티지 등 기아차 대표 모델들의 상품 기획과 마케팅을 맡았다. 이어 ‘94년부터 ‘99년 까지 기아자동차 미주법인에서 기아차의 미국 진출을 진행했다. ‘01년 한국 토요타에 영입돼 영업본부장으로서 렉서스의 성공적인 한국 진출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03년 재규어 & 랜드로버 코리아 총괄 상무를 역임하고, ‘04년 한국닛산에 합류해 현재 세일즈와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