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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천하]K-1 칸 대회에 출전한 두 ‘용수’의 경기를 보고

프라임경제 기자  2007.02.20 11: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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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요즘들어 국내에서 제법 많은 격투 경기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2월 18일에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K-1 FN KHAN 대회가 열렸다.

공교롭게도 이날 경기에는 '용수'란 이름을 가진 두명의 선수가 동시에 출격했다. 결과는 얻은 것도 잃은 것도 많은 경기였다. 

최용수 선수는 가라데를 베이스로 하는 나스 요스하루 선수와 대결했다. 원사이드 한 경기였다. 전 WBC 슈퍼페더급 챔피언이었던 최용수의 상대로는 너무 약한 상대였다. 물론 처음부터 이기기 위한 경기로 전략을 세워 나온 것도 아니었다. 그저 3라운드 까지만 버텨 보자는 수비 위주의 경기가 조금은 짜증스럽기까지 했다. 그리고 시끄러운 일본 세컨드 쪽의 고성이 짜증스러운 경기내용을 더욱 짜증스럽게 하는 한판이었다.

아직 발 공격이 없다 보니 수비만 하기로 작정하고 나온 선수에게 피니시를 날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분명 주먹 공격으로는 최고의 파이터 임이 틀림없으나 격투계의 정상급 선수로 거듭나기 위해서 발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파이터로 거듭나야 하겠다.  

이제 최용수 선수가 두번의 대결에서 만났던 만만한 선수와의 대결은 없을 것이다. 강자로 거듭나기 위해서 발과 손 중 하나만 사용하는 모습에서 어서 빨리 벗어나야겠다.

또 하나는 한국 격투 팬들의 로망이 되고 있는 박용수 선수의 경기였다. 이 경기는 무에타이 최강전사 카오클라이와 태권전사의 대결이다.  박용수 선수는 태권도가 격투계에 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선수였고 그에게 거는 기대 또한 대단히 컸던 것도 사실이다. 킥 파워로만 볼때 크로캅의 하이킥 보다 더 강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 드러난 몇가지 문제점은 앞으로 격투 선수로 거듭날 박용수 선수에게는 좋은 약이 되었을 것이다.

카오클라이 선수는 최홍만 선수에게도 도발적으로 하이킥을 날렸던 공격형 선수다. 아마추어 전적만 몇 백 전이 되는 베테랑인 카오 클라이가 이제 실전 격투 초보인 박용수에게 자신의 약점을 드러낼 리 없었고 3라운드까지 남아 있는 체력을 다 소진한 박용수 선수를 연장전으로 끌고가  가볍게 판정으로 제압했다.  박용수 선수의 경기 시 항상 걱정스러웠던 가드는 시합 시작과 함께 꽤 많이 보강돼 있었다.

그러나 2라운드 후반부터 박용수 선수의 체력은 커버링을 올릴 수도 없을 정도로 지쳐있었다. 물론 태권도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오랜 시간 있었던 그가 실전격투보다는 점수제 대련에 익숙했을 것이라고도 생각이 된다. 박용수 선수와 비교되는 크로캅의 경우 킥이 좋은 선수이나 주먹공격은 더욱 완벽하고 날카로운 선수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박용수의 킥은 분명 파워있고 각도 또한 살아 있으며 스피드도 완벽했다. 그러나 그의 주먹 공격은 격투 초보의 그것을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카오클라이의 왼손 페인팅에 이은 로우킥에도 속절없이 당하기만 했다. 물론 카오클라이는 k-1 최강의 선수는 아니다. 그러나 상위급의 선수임은 사실이었다.

오늘 경기는 독이 아닌 약으로 박용수 선수에게 다가왔을 것이라 생각한다. 주먹공격이나 체력적인 문제점이 극복되지 않는 한 태권브이  박용수의 정상은 있을수 없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 경기가 됐을 것이다. 매도 일찍 맞는 것이 좋다. 오늘의 패배가 실망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문제점이 모두 드러난 경기가 되었다는 것이고 정상으로 가기 위한 박용수 선수에게 오늘의 경기가 분명 큰 보약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쪽 선수로선 결코 격투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도 알았을 것이고 본인의 체력이 얼마나 약했었는가도 스스로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연장전 내내 입을 다물지 못하고 흐느적거리다시피 경기를 이끌어간 자신의 경기모습을 본다면 더더욱 자신의 현재 위치를 알았을 것이다.
 
급하게 빠르게 가는 길이 잠시 편할지는 모르지만 운 좋게 정상에 가까워 진다 하더라도 그것은 모래성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짧은 전적을 가지고 한번에 패배에 낙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문제점을 고치는 기회의 경기가 되었으면 한다.
 
파이팅 코리아...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홍 준 철
(주)미션팩토리 대표
사단법인 정통합기도 협회 기획본부장겸 수도관 사범부장 전 MBC ESPN 해설위원
격투기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