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황우석 교수 파문으로 많은 사람들이 한국 과학계를 비롯한 한국의 위상 추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하고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들이 국내외에서 대두하고 있다.
세계를 놀라게게 한 줄기세포 연구가 급기야 진위여부에까지 논란이 번지면서 많은 사람들은 한국 과학계에 대한 외국의 신뢰가 크게 무너지고 나아가 전분야에 걸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이는 현실을 몰라도 한참 모른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과학계에는 한해에도 셀수 없이 많은 논문이 쏟아지는데 단순 실수든 조작이든 허위 논문이 늘 존재하게 마련이고 이에 따라 검증과 재검증의 단계를 거쳐 여과하는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엔 그러한 시스템이 성숙해있지 않은 편이어서 오히려 한국 과학계에 대한 신뢰성 제고에 약간의 걸림돌이 돼온게 사실이다.
◆ "세계 어느 나라나 사기 논문 있다"
이에 대해 'heightestet'란 아이디의 네티즌은 "어느 나라고 사기치는 사람이 있다. 그런 걸로 그나라 모든 과학인을 믿지않을만큼 미국 과학계가 비합리적인 사람들이 아니다. 해마다 논문의 취소는 꾸준히 있어왔는데 마치 황교수 논문이 취소되면 우리나라 과학계에 큰일날것처럼 굴지마라"고 말하기도 했다.
'lim377란 아이디의 네티즌 역시 "논문 조작하나로 한국의 위상이 떨어졌다면 미국은 과학이 아예 뭉그러져 없어졌겠다"고 주장하면서
"외국에서는 논문오류 조작이 간간이 나오는 문제"라고 말해 논문조작의 사례는 해외에도 항상 있음을 주장했다.
오히려 이번
황우석 파문을 계기로 한국의 위상이 오히려 강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최근 황우석 사태를 보도하는 외신들의 반응을 보면 대부분 사실 전달에 그치거나 한국의 상황을 인용 보도할 뿐이지 한국의 신뢰도가 급감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외신은 사안의 중요성에 비한다면 오히려 거의 없는 편이라고 할수 있다.
◆ 사안 중대성 비해 외신들 한국위상 추락 우려 보도 극소수
AP AFP 로이터등 주요통신사는 물론이고 파이낸셜타임스 신화통신 요미우리등 해외 유력언론들도 한국의 신뢰도추락 가능성을 제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며 프랑스 독일 전문 과학잡지도 역시 단순 사실 거래만을 열거하는 정도이거나 단지 황우석팀에 대한 신뢰저하를 들먹이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오히려 국의 최고 권위지인 뉴욕타임스는 오히려 한국의 젊은 과학도와 언론 역할에 대해 호평하기도 했다.국가위상 하락, 국제 신뢰도 저하는 오히려 한국의 보수 언론에 의해 부풀려진 면이라고도 볼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위상 추락보다는 되레 장기적으로 국가위상 제고로 보는 시각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있다.
첫째 생명과학 분야에서 그동안 경시돼왔던 생명윤리의식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서 과학계는 물론이고 일반인에게까지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연구원의 난자를 사용하는 것은 특별권력관계에 의한 강요라는 점에서 글로벌 과학계에서는 엄격히 금기시하고 있지만 이번에 황우석교수는 처음엔 발뺌하다가 나중에서야 그 사실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줬다.
그러나 이로 인해 한국내에서는 다시는 그와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기 힘들어진데다 언론과 일반인의 윤리 인식도 제고된 것은 확실하기 때문에 후진취급을 받아온 한국의 생명윤리사상이 한단계 성숙됐다는 점에선 분명 고무적이다. 선진국 진입엔 경제적인 면도 고려해야 하지만 윤리의식등 정신적인 측면도 간과할수 없기 때문이다.
◆ 월1회 나오는 난자 한꺼번에 여러개 채취땐 위험
사실 한꺼번에 여러 개의 난자를 채취할 경우 신체상의 후유증은 물론이고 잘못하면 폐경기가 일찍 도래할수 있는 매우 위험한 실험이기 때문에 특별권력관계에 의한 연구원의 난자 채취는 분명히 비난받아 마땅한 것이다.
참고로 참여연대 홈페이지 회원마당엔 한 회원은 "한달에 1개 나오는 난자를 인위로 한꺼번에 15개씩이나 채취당하면 10년도 훨씬 일찍 폐경기가 오거나 또는 불임이 되며 나아가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충심어린 여성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잘못을 황교수팀이 범했다"고 말했다.
두번째로는 검증체계 시스템 확립으로 인한 한국 연구원의 논문에 대한 신뢰성 제고이다. 단기적으로야 한국 논문에 대한 색안경은 불가피할지도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론 황우석파문으로 인해 엄격한 검증시스템이 확립될 것은 당연한 이치고 그렇게 된다면 세계 과학계의 한국논문에 대한 신뢰는 크게 높아질 것은 당연한 이치다.
복제양 둘리도 조작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검증과정을 거쳤고 검증과정에서 의혹이 완전 해소됨에 따라 그 성과물은 더욱 위대한 것으로 평가받기에 이르렀다.
만약 불과 일주일전 한국과 같은 분위기에서 복제양 검증 얘기를 꺼냈다면 사이버 몰매를 당할수도 있었고 이는 논문에 대한 일말의 의구심을 계속 남겨놓아서 결국은 모두가 손해를 보는 상황을 초래할수 있는 데 이번 사태로 인해 한국에서도 검증시스템이 확립될 것으로 보여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는 표현이 전혀 부족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 언론의 역할 재정립에서 비롯된 한국 시민사회의 성숙으로 인한 프리미엄이다.
◆ PD수첩 폐지됐다면 오히려 국제적 망신살 뻔
황우석 신드롬과 국부 창출에 대한 허황된 믿음으로 맹목적 애국주의와 국수주의가 날뛰는 와중에서도 MBC가 용감하게 진실을 드러냈고 이로인해 한때 회사 전체가 위기에 빠지기도 했으나 결국 상황은 MBC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만약 맹목적 국수주의를 앞세운 사이버테러로 인해 암울한 시절 우리 사회의 등불 역할을 MBC PD수첩이 폐지되고 MBC의 광고 불게재사태가 무기한 지속됐다면 이는 오히려 국제사회에서 큰 망신이 됐을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선진국을 비롯한 외국에서는 언론의 자유야 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감시할수 있는 최고의 통제시스템으로 간주하는데 애국주의를 앞세운 사이버테러로 인해 언론의 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된 걸로 간주된다면 오히려 향후 한국사회 전체에 대한 투명성을 의심받게 되고 이는 부머랭이 되어 돌아와 우리자신의 발목을 찍을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뉴욕타임스는 "노성일 이사장의 폭로가 한국 과학계에 큰 타격이 될 수 있겠지만 그러나 설사 황 교수의 논문이 거짓으로 판명된다 하더라도 이같은 사실은 한국의 과학과 언론이 독립성을 갖고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고무적인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이는 결국 젊은 한국 과학도와 언론의 승리로 보인다"고 말했다.
◆ 뉴욕타임스 "한국언론과 젊은 과학도의 승리"
후진적으로만 치부돼왔던 한국의 언론이나 치유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한국의 상명하복 내부시스템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 대목으로 이같은 인식이 외국에 확산될 경우 오히려 한국의 신뢰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다소 역설적인 결론도 나온다.
'jschar'란 아이디의 네티즌은 "우리나라 언론에서 터뜨렸기 망정이지 외국언론에서 이같은 사실이 터져 나왔으면 우리나라 과학은 검증능력까지 의심 받을 수 있었다"면서 MBC에 의해 진실이 밝혀진 것을 무척 다행으로 여긴다는 취지의 덧글을 달기도 했다.
진짜 걱정해야 할 것은 해외에서의 국익 훼손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정신적 공황에서의 탈피다. 하루라도 빨리 국익으로 포장된 상업적 국수주의에서 벗어나 진정한 국익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우리자신이 여전히 맹목적 국수주의에 빠져있는 모습이 길면 길수록 오히려 외국인에게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다.현재 외국의 언론들은 우리의 우려만큼 황우석사태가 국가신뢰로 연결시켜서 보도하는 모습은 별로 없다는 데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오히려 외신들은 "우울증에 빠진 한국" "영웅의 배반에 충격"같은 뉴스들만 전달하고 있다.
실제로 신화통신ㆍ인민일보 등 중국 언론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ㆍ아사히(朝日) 신문 등 일본 언론도 "오늘은 한국 과학계의 국치일"이라는 이왕재 서울대 의대 연구부학장의 말을 전했으며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장의 발언 등을 1면 톱 기사로 실으면서 한국이 '국가적 우울증(national depression)'에 빠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 돈주고도 살수 없는 '한국시민사회 성숙'계기
맹목적 국수주의, 상업적 국익주의에 빠져 아직도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자신의 추한 모습을 이제 그만보여야 한다.
이제 계산기를 그만 두들기고 하루 빨리 이번 사태로 인해 얻은 교훈을 최고의 밑천으로 삼아 사회통제시스템과 정신적인 면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돼야할 것이다.
사회구성원의 정신적 성숙은 오랜 세월 지속적인 교육이 뒷받침돼야 가능한데 황우석 파문으로 인해 한국 시민사회가 크게 성숙해졌다는점에서 분명 향후 글로벌 경제활동에서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고 따라서 이번 사태는 한국에 진짜 국익으로 다가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