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한떨기 꽃과 같은 산…경남 합천 매화산

[이인우의 주말여행] 해인사 연계 관광 겸 가족산행에 맞춤

이인우 기자 기자  2005.12.17 12:51:29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대전~통영고속도로를 달리면 즐거워집니다.


가는 길목마다 무주, 덕유산, 금산 등을 거쳐 함양에 이르면 멀리 지리산의 거대한 산록이 언뜻 보이기 때문입니다. 길게 잡아 끝까지 가면 남해 다도해의 명승인 통영에 닿습니다.


과거에 멀기만 했던 길이 고속도로 하나로 부쩍 가까워진 즐거움, 그리고 달리면 달릴수록 가보고 싶은 곳이 잇따라 나타납니다. 이 길을 따라 가다 함양에서 88고속도로를 따라 대구방향으로 얼마쯤 가면 해인사 가는 길목입니다.


합천 해인사는 두말할 필요 없는 우리나라 불교의 최대 본산입니다. 선종을 바탕으로 삼은 우리나라 불교의 맥을 잇는 법보사찰이자 명망 높은 선방이 있습니다.


 
   
 
  매화산은 마치 잘 만든 분재와 같은 모습이다. 겨울 산행에서는 흰 바위와 푸른 소나무의 조화가 돋보인다.
 
한국 불교 선종의 맥 잇는 고찰


해인사를 찾는 사람들은 아직도 몇 해 전 입적한 성철 스님을 기억합니다. 당대 최고의 선승으로 꼽혔기 때문입니다. 불교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그의 법문 한 구절쯤은 쉽게 떠올립니다.


어느 해인가 신년 법어로 세상을 향해 던진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말입니다. 당시 세상은 민주화의 가파른 격랑이 소용돌이치고 있었습니다. 그런 세태와는 너무 먼 듯한 그의 법어는 나름대로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던져주었습니다.


해인사는 그런 고승들이 자리를 틀고 앉아 우리나라 선종의 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해인사가 널리 알려진 것은 성철과 같은 고승뿐만 아니라 고려시대 몽고의 외침을 피하기 위해 조성한 팔만대장경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방대한 규모의 대장경을 안치한 장경각은 천년여의 세월을 뛰어넘어 오늘까지 그대로 옛모습을 간직합니다. 어린시절부터 팔만대장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온 사람들은 정작 장경각을 실제로 보았을 때 실망을 금치 못합니다.


   
 
  가파른 바위를 올라야하지만 철계단 등이 잘 정비돼 있어 초보자나 노약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건축기술의 백미 장경각과 팔만대장경


그 오랜 세월을 견뎌온 대장경이 있는 건물치고 너무 초라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허술해 보이는 장경각이야말로 현대 건축기술로도 설계하기 힘든 과학성을 가진 건물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해인사는 가야산(1430m)을 등지고 경사 급한 비탈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경내에서 남쪽으로 마주 보이는 산은 매화산(梅花山). 금강산을 축소해놓은 듯한 빼어난 절경을 간직한 산입니다.


매화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는 남산제일봉(1010m)입니다. 산 이름이 꽃과 같다는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 꽃술처럼 고개 내민 온갖 형상의 바위와 단풍, 소나무가 절경을 이룹니다.


산 전체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오르기로 마음만 먹는다면 반나절이면 쉽게 정상을 거쳐 내려올 수 있습니다.

 

  잘 만든 분재를 오르는 기분


산행은 대부분 해인사의 말사인 청량사에서 시작합니다. 청량사는 해인사 입구 쪽에 있는 집단시설지구에서 서쪽으로 자동차를 타고 10여분 더 들어가야 합니다. 해인사와 마찬가지로 신라시대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는 절로 1811년 중수를 거쳐 오늘에 이릅니다.


청량사에서 매화산으로 오르는 길은 무척 가파른 편입니다. 그러나 급경사 길은 그리 오래가지 않습니다. 30여분 정도 땀 흘리며 너덜지대를 지나면 푸른 하늘과 잇닿은 능선의 소나무가지가 머리에 걸릴 듯 다가섭니다. 일단 능선에 올라서면 지구력을 요구하는 코스는 다 벗어난 셈입니다.


짧은 오르막이 몇 차례 이어진 뒤 한 굽이 돌아서면 사람들 입에서 “와!”하는 감탄사가 터져 나옵니다. 한쪽으로 급경사를 이루는 등산로 건너편에 마치 커다란 분재와 같은 풍경이 펼쳐집니다. 오랜 세월 깎이고 다듬어진 흰 바위와 노송이 어우러져 동양화의 한 폭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풍경입니다.


여기서부터 등산로는 험한 침니와 릿지가 계속됩니다. 그러나 이미 철계단과 구름다리 등을 잘 정비해두었기 때문에 초보자가 걷기에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멀리 급한 경사의 철계단을 오르는 등산객들의 뒷모습이 아른거리다 어느새 자신도 그 계단을 오르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곳곳에 솟아있는 바위 위에 올라앉으면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무척이나 맑고 시원합니다. 주변의 풍광도 설악 못지않아 옛 사람들은 이 산에 천불산(千佛山)이란 별칭을 붙여놓았습니다.


   
 
정상에 오르면 발 아래 대가람 해인사가 한눈에 보인다. 해인사관광호텔로 내려선 뒤 사찰을 들러보는 것이 좋다.
 
  온가족 가볍게 오르는 나들이 산행


바위들이 마치 1천개의 불상과 같은 모습이란 것입니다. 석공이 정과 망치로 다듬어 놓은 듯한 바위의 옆으로, 위로 걷다보면 옛 사람들의 생각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남산제일봉은 우뚝 솟은 바위 봉우리입니다. 정상에 서면 북쪽으로 가야산이 한눈에 보이고 그 아래쪽에 해인사가 손에 잡힐 듯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쪽은 매화산 자락이 벌여놓은 험준한 바위산이 겨울 햇살 아래 반짝입니다.


봄에는 철쭉의 향연이 화려하고 가을이면 바위와 단풍이 절묘한 풍경을 연출합니다. 특히 겨울철 흰 눈이 쌓이면 노송 군락과 어울려 선경과 같은 절경을 이룹니다. 내려가는 길은 해인사관광호텔 쪽으로 가는 것이 편합니다.


매화산은 가야산의 명성에 눌려 그리 잘 알려지진 않았던 산입니다. 산의 규모 면에서도 가야산에는 미치지 못해 좀 더 긴 산행을 원하는 사람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가족들과 함께 아기자기한 산행을 하기에 이보다 아름다운 산도 찾기 어렵습니다. 해인사 관광과 함께 오르면 더욱 상큼한 겨울여행이 될 것입니다.

 

  가는 길

 

대전-통영고속도로 함평 분기점에서 88고속도로 대구방향으로 달리면 해인사IC가 나온다. 여기서 국도로 내려선 뒤 해인사 방향으로 계속 가다 해인사관광호텔을 지나 청량사 입구까지 간다. 주차장에서 10분쯤 올라가면 매표소가 나온다. 국립공원 입장료는 어른 1600원, 학생 800원, 어린이는 400원이다. 숙박은 해인사관광호텔이나 호텔 인근 모텔 등을 이용하면 된다.

 

  먹을거리

 

해인사 집단시설지구의 상가에 있는 삭당촌에서 가야산 산채정식과 비빔밥 등을 먹을 수 있다. 이 가운데 향원식당(055-932-7575)과 고바우식당(055-931-7311) 등에서 정갈한 상차림을 자랑한다. 또 상가에서 판매하는 합천 한과세트 등도 무공해 견과류 등을 재료로 만들어 선물용으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