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e-사상계] 어제(16일) 황우석교수와 노성일이사장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절대적 동지였던 그들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적이 되어 언론과 만난 순간이었다.
그들은 서로 자신들이 현재 갖고 있는 이권 유지와 자신이 처한 입장 해명을 위해 배수진을 치고 있었고 서로를 향한 진실게임을 시작했다. 그들의 모습은 마치 1500년 전 한강을 놓고 목숨 건 싸움을 펼친 성왕과 진흥왕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다. 또 하나의 치욕의 역사를 겪을 우리를 생각하니 안타까웠다.
백제 성왕과 신라의 진흥왕은 551년까지는 공동의 목표로 힘을 합쳤다. 그것은 한강유역 확보. 한강은 본래 백제의 땅이었다. 백제가 그곳을 근본으로 하여 세워졌고, 근초고왕 때 그 곳을 중심으로 산둥반도까지 진출할 정도로 한강은 백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곳이었다.
하지만 한강은 개로왕 때 장수왕에게 빼앗긴 이후 76년간 고구려 땅이 됐다. 이 한강 유역을 성왕은 다시 찾고 싶어 했다. 한번도 한강유역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신라 역시 이 곳을 탐내기 시작하면서 그들은 동상이몽(同床異夢)했다. 그들은 왜 이렇게 절실하게 한강을 갖고 싶어 했을까?
한강은 넓은 강폭과 바로 서해로 연결되는 등 교통 요지이며, 여주 · 김포평야를 가진 곡창지대였다. 이러한 이점은 식량생산이 용이하고 대외교역을 촉진시켰다. 삼국은 한강 이점을 알고 있기에 이곳을 갖길 원했고, 나라가 흥하기 위해서는 한강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해 끊임없이 전쟁을 벌인 것이다.
백제와 신라는 사신을 파견하며 화친을 도모했고 서로의 목표를 위해 열심히 힘썼다. 평야지대 확보를 위해 수도를 옮기고(성왕), 화랑도를 창설해 충으로 무장된 청년을 만들어 냈다(신라). 그 외에도 많은 제도 정비와 서로의 협력을 통해 551년 그들이 그토록 소망하던 한강 유역을 차지했다. 그리고 사이좋게 한강 이북과 이남을 백제와 신라의 땅으로 나눴다.
하지만 그 곳을 차지해 살아갈수록 욕심은 나는 법. 그들은 공존이 아닌 이권을 독차지 하기위해 싸웠다. 552년 까지는 소규모 전투가 계속되더니 553년 드디어 목숨 건 전투를 시작됐다. 더 이상 그들은 한강을 꿈꾸던 동지가 아니었고, 서로 나누어 가지며 즐거워하던 모습은 사라졌다. 그들은 한강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 했고 국가 사활을 건 전투를 벌였다.
그들의 모습은 마치 국익을 위한 싸움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순수하게 국익을 위한 싸움만은 결코 아니었다. 자신들이 성군으로 남기 위해, 자신의 야망이 들어간 싸움이었다. 그리고 이 싸움은 백제의 성왕이 목숨을 잃고 모든 한강 유역이 신라에 들어가면서 끝이 났다.
지금 우리나라엔 또 하나의 목숨 건 싸움이 시작됐다. 앞에서 잠시 언급한 황우석교수와 노성일이사장의 싸움이다. 맞춤형 줄기세포를 위해 함께 하던 그들의 싸움. 그들은 국익을 볼모로 서로 최후를 한판승을 겨루고 있다.
그들은 처음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열심히 힘썼다. 끊임없이 연구 성과를 내고, 그 연구 성과 앞에서 서로 웃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언론에 자주 비추었다. 하지만 그들의 이런 모습은 연구 뒤에 따라오는 부와 명예가 오기 시작하면서 틀어졌다. 서로 폭로성 공방이 시작되면서 아무도 모르는 자신들만의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진실게임을 벌일까? 공동 목표를 위해 그렇게 힘썼으면서 과연 그들이 단순히 국익과 불치병 환자를 위해 이런 일을 벌이기 시작한 것일까?
아직 정학히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성왕과 진흥왕이 한강유역을 나눠서 가진 뒤 독차지 하기위한 싸움을 벌이기 시작한 것처럼 그 싸움은 2년이 넘게 걸릴 수도 있고 2달 안에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성왕과 진흥왕, 황우석교수와 노성일이사장이 잊은 것이 있다. 그들은 모두 국익을 위해 싸웠다고 주장한다. 진정한 국익은 국민이 행복한 웃음을 지으면서 즐겁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들은 그것을 잊고 있다.
성왕과 진흥왕은 국민들의 피와 눈물, 희망을 밟고 전쟁을 벌였다. 끊임없는 전쟁 속에서 국민들은 계속 피를 흘려야 했고 계속되는 수탈로 구슬프게 울면서 희망을 버려야만 했다.
황우석교수와 노성일이사장도 이와 다를 것이 없다. 그들의 진실공방 싸움으로 난치병 치료에 대한 희망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들의 연구만 믿고 한 가닥 희망을 가졌던 불치병 환자들에게 절망과 피눈물을 안겨주고 있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러한 역사의 가르침을 뻔히 알만한 사람들이면서도 그 고사(古史)를 외면할 셈인가. 자신들의 싸움으로 인해 흘릴 눈물과 피를 그들은 과연 생각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