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우리나라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린 재패니메이션(일본 애니메이션) 작품 중에 ‘기동전사 건담’이 있다. 사악한 무리들에 맞서 우주 평화를 수호하는 또 하나의 ‘로봇 영웅’을 그린 SF물이다.
‘건담 조종사’가 되고 싶던 어릴 적 꿈을 접은 채 살아오던 기자가 마침내 대리 만족을 했다.
혼다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링카 ‘시빅(Civic)’을 통해서였다.
시빅의 날카로우면서도 사연을 간직한 듯한 헤드라이트는 건담의 눈과 같았고, 커다란 혼다 엠블럼이 부착된 크롬 도금 라디에이터 그릴과 안개등이 장착된 범퍼 일체형 에어댐은 건담의 코와 입을 떠올리게 했다. 이것들과 본닛 그리고 앞 유리가 어우러진 이 차의 전면은 바로 건담의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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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건담이 아니라도 이 차의 외관은 요즘의 자동차 보다 SF물에 나왔던 ‘미래형 탈 것’에 더 가까워 보였다.
측면을 보니 본닛은 유난히 짧았지만 앞.뒤 바퀴 사이 즉 휠 베이스는 오히려 길었다. 휠 베이스가 길다는 것은 그만큼 실내 공간이 여유롭다는 것이어서 타기 전부터 기대가 됐다.
뒷부분도 독특했다. 원형 4등식 디자인의 레드컬러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는 리어 에어로파츠와 일체형인 두툼한 리어 범퍼, 공기역학적 디자인의 트렁크 스포일러 등 스포티한 디자인과 어우러지며 마치 로켓의 배기구를 연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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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에 앉으니 건담의 ‘환상’은 더욱 강렬해졌다.
우선 2층으로 쌓인 계기판이 마치 로봇이나 우주선 조종석의 그것과도 같았다. 속도계와 rpm(엔진 회전 수) 표시계가 두 개의 원형으로 설치된 보통 차들의 계기판과 달리 이 차는 아래 계기판엔 rpm 표시계만 한가운데 박혀 있었고, 속도계는 그 계기판 바로 위 또 다른 계기판에 디지털로 표시됐다. 속도계 좌우엔 냉각수 온도계와 연료잔량 표시계가 그래픽으로 현재 상태를 표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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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이 아니었다. 앞 유리에서 핸들에 이르는 콕핏의 길이가 매우 길었다. 마치 엔진 룸 일부가 실내 공간 안쪽까지 들어온 느낌이었다. 나중에 본닛을 열어 보니 콕핏 바로 밑에 엔진룸의 일부분이 있었다. 휠 베이스를 충분히 확보하면서도 차량의 전체 길이는 짧게 해 다이내믹하면서도 경제적인 주행을 가능케 하기 위한 최첨단 캡포워드 디자인이라고 한다.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앞 유리를 최대한 눕혔다. 이에 따라 A필러 역시 최대한 기울였다. 하지만 앞좌석은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차에서 사이드 미러가 부착되는 A필러 바로 밑을 뚫고 유리를 장착해 운전자가 손쉽게 바깥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사이드 미러는 앞 문 양측에 각각 부착했다. 그만큼 시야는 넓어지고 사각지대는 줄어든 셈. 다른 차종에도 적용되면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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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과 실내에서 건담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 차의 주행은 어떨까.
솔직히 작은 배기량이 못내 아쉬웠지만 ‘기술의 혼다’.가 만들어 지난 30여 년간 전세계 160개국에서 1700만대나 판매한 월드 베스트셀링 카의 8세대 모델이란 생각에 ‘혹시나’하며 시동을 걸었다.
경쾌한 엔진소리와 함께 시작된 이 차의 달리기는 그 모습처럼 다이내믹했다.
심야시간 서울의 서북부와 동북부를 잇는 내부순환로에서 최고출력 155마력, 최대토크 19.7kg•m의 1998cc 직렬 4기통 DOHC i-VTEC 엔진과 5단 자동변속기가 찰떡 궁합을 이룬 시빅은 적진을 향해 돌진하는 건담처럼 쏜살같이 달려나갔다.
계기판 2층에 설치된 디지털 속도계는 블루컬러 배경에 화이트 컬러 숫자로 표시되며 속도 변화를 시시각각으로 알렸다. 지금 몇 시속 몇 킬로미터(km/h)로 달리고 있는가를 정면을 바라보면서도 순간순간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한 것은 물론 정말 건담 조종사가 된 듯한 쾌감도 만끽할 수 있었다.
어느새 속도계 숫자가 100km를 표시하면서 조금씩 높아져갔다. 속도가 올라갈수록 차가 지면에 밀착하는 것이 느껴졌다. 스포츠카가 따로 없었다. 혼다가 시빅에서 낮은 차체와 슈퍼포워드 프론트 윈드 쉴드를 통해 추구한 미래형 카 디자인이 헛일이 아니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속도가 이내 150~160km까지 치고 올라갔다. 중.소형차를 타면서 속도를 낼 때의 불안함은 전혀 없었다. 차체의 횡방향 미끄러짐을 막는 VSA(차량 자세 제어장치)가 설치된 만큼 주행 안정성은 매우 높았다. 프런트, 프런트 사이드 에어백, 사이드 커튼 에어백 등6개의 에어백도 든든했다.
미국의 자동차 안전 검사 기관이 시빅을 대상으로 시행한 정면충돌 시험 장면을 보여준 한 지상파 방송 뉴스가 생각났다. 그 실험에서 이 차는 충돌에 의해 엔진룸은 심하게 망가졌지만 실내 공간 손상은 거의 없었다. 따라서 운전자도 별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처럼 탁월한 안전성이 입증된 G-CON과 ACE 보디가 나를 보호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했다.
그래서일까. 충돌 시 앞쪽으로 움직여 경추 부위의 충격을 최소화한다고 한다는 앞 좌석의 도너츠형 헤드레스트가 딱딱하지만 않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라는 여유로운 생각까지 하게 됐다.
이 차엔 중저가 수입차로선 특별하게도 스티어링 휠에 패들시프트가 장착돼 있다. 시프트 레버를 스포츠(S) 모드로 옮긴 뒤 이를 수동조절하자 가.감속이 빠르고 편리하게 이뤄지며 주행 성능이 더욱 강력해졌다.
계기판의 가독성을 확보하기 위해 설치했다는 지름이 작은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약간의 조작만으로도 확실한 반응을 보여 스포티한 주행을 더욱 활기차게 했다. 4스포크가 아니라는 점에서 내심 가졌던 불만이 어느 정도 풀렸을 정도다.
인대시 방식의 6CD 체인저, 원터치 세이프티 선루프, 앞 좌석 열선 내장 시트, 17인치 휠까지 갖춰 좌석 조절 방식이 수동이라는 점만 빼고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이 차가 출시되면서 ‘중형’이냐 ‘준중형’이냐를 두고 말이 많았지만 직접 경험해 보니 앞 좌석은 물론 뒷자리 레그룸도 충분히 여유가 있었다.
시빅은 2990만 원의 가격을 책정해놓고 누구나 가슴 속에 간직해왔을 ‘수입 중형차 오너’와 ‘건담 조종사’의 꿈을 동시에 만족시켜줄 태세다. 그렇다면 ‘로보트 태권V조종사’ 의 꿈은 어느 국산차가 이뤄줄 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