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선수 층이 얇은 우리 격투기 시장에 박용수의 등장은 국내에서 저변이 가장 넓은 태권도 베이스 선수라는 점 하나 만으로도 의미심장한 사건이었다.
그의 성공은 이미 제2, 제3의 박용수를 기대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런 태권전사 박용수가 K1 데뷔 2전 만에 초대형 선수와 경기가 결정됐다. 경기 결과 예측을 떠나 한국 팬들에게는 가슴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최홍만에게 그랬던 것처럼 박용수의 잠재력을 확인하고 싶어 안달인 K1 관계자들의 조급증이 한 몫 했겠지만, 너무 일찍 강자를 만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카오클라이는 지금까지 박용수가 상대한 선수와는 차원이 다르다. 나이는 아직 20대 초반이지만 무에타이 선수시절을 포함하면 카오클라이의 종합전적은 거의 80전에 가까운 노련한 파이터다.
혹자들은 그가 태국에서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단지 태국 무에타이는
경량급에 선수 층이 두터운 관계로 70Kg급 일인자였던 카오클라이가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했을 뿐이다.
태권도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의 박용수의 태권도 경력 또한 그에 못지않게 화려하다.
그러나 두 선수 에게는 치명적인 차이가 있다. 예외가 있을 수도 있지만, 한 선수는 킥으로만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고 다른 한 선수는 주먹과 발 모두가 그러하다는 점이다. 과거 태국 무에타이 챔피언 출신의 복싱 세계챔피언은 흔히 볼 수 있는 공식이었다.
즉 카오클라이는 킥을 제외한 복싱 실력만 놓고 봐도 세계 챔프 수준이라는 것이 박용수와 전혀 다른 면이고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또 박용수의 준비기간이 짧았다는 것도 유쾌하지 않은 상황이다.
사실 전문 격투가에게 저 선수는 왼발 하이킥이 강하니 오른손 안면 커버링을 게을리 하지 마라, 혹은 오른손 훅만 조심해라, 이런 류의 교과서적인 주문은 불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므로. 다만 한가지 기억해야 할 부분은 천하의 효도르가 크로캅전을 앞두고 보여준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크로캅에 대한 분석이나 대비가 부족하다고 보고 여러 차례 경기를 연기한 부분이나 크로캅의 K1시절 유일한 천적이었던 네덜란드의 어네스트 후스트에게 조언을 구하고자 네덜란드 행을 마다하지 않았던 효도르의 철저한 프로정신과 자세는 충분히 본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진다.
박용수는 태권도에서는 베테랑이지만 K1무대에서는 아직 2전의 신인에 불과하다. 부담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다.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라면 그 시기는 중요하지 않다.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해 준비하자, 그리고 링에서 모든 것을 쏟아 붓자, 그러면 결과에 상관없이 박용수에겐 팬들의 아낌없는 찬사와 다음 경기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만이 남아 있을 것이다.
박용수의 선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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