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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CEO논객] 희생과 피해

최현영 엑셀건설공무 대표

프라임경제 기자  2005.12.15 18: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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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우리말을 잘못 사용하는 대표적인 단어가 ‘희생’이다. ‘김해 항공기사고 희생자가족 대책위원회’, ‘정신대 희생자 추모 모임’, ‘대구지하철 참사 희생자 대책위원회’,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 등이다.

제주 4.3사건의 경우 특별법으로 제정됐으며, 그 명칭 또한 ‘희생’이라는 단어를 포함하고 있다. “제1장 총칙 제1조(목적) 이 세칙은 제주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에관한특별법시행령(이하 ‘영’)에서 위임한 사항과 그 시행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

한국어사전편찬회에서 발간한 국어대사전(1992)에서 ‘희생’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희생(犧牲)[명사] 하[자동사][타동사] 1. 일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그에 따르는 자기의 목숨ㆍ재산ㆍ이익 따위를 돌보지 않고 바치거나 버림. 또는 어떤 일에 빼앗김. 2. 천지(天地) 묘사(廟社)에 제사지낼 때 바치는 소ㆍ양ㆍ돼지 따위의 짐승. 드물게 사람도 말함”이라 한다.

3.1절, 1919년 3월 l일 우리 배달민족이 일본의 식민통치에 항거하고, 독립선언서를 발표하여 한국의 독립 의사를 세계 만방에 알린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기념식을 베풀어 순국선열들을 추모·애도하는 묵념을 올린다. 순국선열들의 죽음은 ‘희생’이다.

그러면 제주 4.3사건에서 죽은 자를 희생자라 말할 수 있을까? 아니다. 일련의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과정에 발생한 사건으로 약 9만 명의 이재민과 엄청난 재산·인명피해가 발생하였던 것이다. 즉, 그들의 죽음은 ‘피해’가 된다. 스스로 죽기를 원한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단어의 사용이 왜 중요한지 생각해 보자. 사건에 따르는 문제로 항상 제기되는 것이 피해자에 대한 보상 문제다. 보상을 해줘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당사자가 희생자라고 주장한다면 희생에 대한 보상은 앞뒤가 맞지 않다.

특히 김해 중국 민간항공기 사고의 경우 ‘犧牲(희생)’과 ‘被害(피해)’에 대해 항공사가 어떻게 받아드릴지 반대로 생각한다면 죽은 자의 영혼을 달래는 일이 훨씬 쉬워진다. 그들이 중국을 위해 희생한 적은 없다. 다만 비행기 사고에 대한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다.

사건ㆍ사고에 있어 당사자와 유족 그리고 이를 보도하는 언론은 사건ㆍ사고에 합당한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 희생자 대책위원회가 아니라 피해자 대책위원회다. ‘피해자’와 ‘희생자’를 구분해야 한다.

ecw100@ecw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