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자 기자 기자 2005.12.15 17:53:56
[프라임경제=e-사상계] 경기도가 10개월 동안 심혈을 기울여 계획한 ‘한류우드(韓流-wood)’ 가 드디어 착수 선포식을 16일 갖고 공사에 들어간다.
경기도는 최근 일부 연예스타를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한류’ 를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하여 동북아에서 문화적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세계속의 경기도’ 를 지향하는 경기도가 이런 뜻있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는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다만 이번 사업의 ‘간판’ 이라고 할 수 있는 ‘한류우드’ 란 명칭에 대해 몇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한류우드, 국적 불명 외계어”
경기도는 지난 2월 고양시 일대에 30만평에 달하는 ‘한류(HallyuWood)’ 조성 계획을 수립했다.
한류우드란 이름은 이제 보통명사가 되어버린 ‘한류’ 라는 용어에 할리우드(Hollywood)를 연상시키는 ‘-wood’ 를 붙여 만든 조어이다.
손학규 지사는 일찍이 한류우드 공식 홈페이지에서 “궁극적으로는 할리우드(Hollywood) 로 대표되는 서양문화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동아시아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하겠다” 고 포부를 밝혔다.
물론 세계적인 문화 코드로 자리 잡은 할리우드를 응용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
그렇다고 명칭까지 유사하게 할 필요가 있느냐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한글문화연대 김영명 교수는 “한류는 중국에서 만든 말이고 ‘우드’ 도 뜻이 안 맞는 영어 접미사로서 한마디로 국적 불명의 외계어” 라고 비난했다.
Hi, Seoul…다이내믹 부산…다이내믹 코리아
이러한 행정 사업의 외국어 남용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서울특별시 지하철공사는 기업 이미지 통합(CI)의 하나로 이름을 ‘서울메트로’ 로 바꾸고 ‘SM’(Seoul Metro) 로 표기할 것을 결정했었다.
당시 지하철공사는 명칭 변경의 이유를 “잦은 사고와 파업 등으로 국민들에게 새겨진 어둡고 무거운 느낌을 벗어나기 위해서” 라고 밝혔다.
또한 서울시는 ‘Hi, Seoul’ 을 슬로건으로 설정하여 홍보하고 새로운 버스체계에 발맞춰 버스에 영문자를 새겨 넣기도 했다.
이후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서울시를 본받아(?) 선전 문구를 영어로 표기하는 데 열을 올렸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부산시이다.
부산시는 APEC 당시 공식 슬로건이었던 ‘다이내믹 부산(Dynamic Busan)’ 이 적힌 수 만장의 휘장을 개막 전부터 주요 간선로와 정상회의장인 벡스코 누리마루APEC하우스에 내걸었다.
당시 정부는 APEC 공식 국가 브랜드인 ‘다이내믹 코리아’ 와 유사해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통보를 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민들도 별다른 거부감 없어
문제는 이러한 행정부의 무분별한 영어 사용을 시민들도 별다른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거나 오히려 선호한다는 데 있다.
서울시의 홍보과 이진우 주임은 “서울시 슬로건은 공모를 거쳐 만들어졌는데 그 중 ‘Hi, Seoul’ 이란 문구가 앞도적으로 많았다” 고 밝혔다.
또한 고양 관광문화단지 개발사업단 총괄기획팀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한류우드’ 란 명칭을 정하기 전에 인터넷 찬반투표를 통해서 충분히 여론을 수렴했다” 며 “당시 ‘명칭이 적절하다’ 는 의견이 1만683명(71.8%)을 차지했고 ‘부적절하다’ 는 의견은 4177명(28.11%)으로 ‘적절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고 밝혔다.
하지만 한글학회 도서담당 조광복씨는 지방행정이 이 처럼 여론에 편승하여 무비판적으로 영어이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너무 무책임하다고 했다.
그는 “한글단체가 지속적으로 시와 정부에 이러한 문제를 제기했지만 시는 왜 굳이 영어를 쓰는지에 대해서도 뚜렷한 답변을 못한다” 며 “이는 논리가 없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이건 ‘짝퉁’이다”
앞으로 정부의 영어이름 사용은 정부차원의 적절한 제제가 없는 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명 교수는 ‘한류우드’ 명칭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 마디로 이건 ‘짝퉁’ 이다.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린다는 둥 문화 콘텐츠가 어떻다는 둥 자기들도 잘 모르는 거창한 명분을 늘어놓으려면 거기에 걸맞은 이름을 지어야지 도대체 하춘화를 모방한 ‘하춘하’, 나훈아를 흉내 내는 ‘너훈아’ 로 이름을 지으면 이게 그냥 웃자는 것인가. ‘손핵규’ 지사와 ‘갱기도’ 는 지금이라도 이름을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