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상장지수펀드(ETF·Exchange Traded Fund) 시장이 올해로 열 살이 됐다. ETF 시장 규모는 10년 만에 32배나 급팽창해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그러나 삼성자산운용이 전체 순자산총액의 과반수이상을 차지하는 등 운용사별 쏠림현상이 드러났고 레버리지 등 파생상품에 치중한 거래 형태 역시 해결과제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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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증권에 현재 거래 중인 ETF 시가총액 중 삼성자산운용은 전체의 55.9%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래에셋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 순으로 나타났다. 상위 3개 운용사의 ETF 시총은 전체의 77.4%에 달했고 상위 5개 운용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89%에 이른다. | ||
ETF는 KOSPI200 등 특정 지수나 자산의 가격 움직임과 수익률이 연동되도록 설계된 펀드로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된다.
개별주식의 장점인 거래의 편의성과 인덱스펀드의 장점인 분산투자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는 점에서 각광받았다. 또 소액으로 분산투자가 가능하고 다른 펀드 상품에 비해 투자비용이 저렴하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불어난 시장, 삼성이 55% 이상 장악
현재 ETF 상장종목 128개 종목 가운데 14개 종목은 거래량 및 원본액 미달 등의 이유로 상장 폐지됐으며 3월말 현재 114개 종목, 14개 운용사가 ETF 상품을 발행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ETF의 일평균거래대금은 2002년 코스피 대비 1.1%를 차지하는데 그쳤으나 지난해 8월 유럽발 금융위기 이후 시장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 거래량이 급증했다. 코스피 대비 거래대금 비중은 지난해 7.1% 수준까지 성장했으며 올해 3월말 기준 8.2%까지 확대됐다.
규모 확대와 더불어 소수 운용사에 대한 쏠림현상도 두드러졌다. 3월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순자산총액은 ETF 전체 순자산총액의 절반이 넘는 55.9%를 차지했다. 이밖에 미래에셋자산운용(20.3%), 한국투자자산운용(15.8%), 우리자산운용(7.1%) 등을 포함하면 상위 4개사가 전체의 93.9%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삼성운용의 ‘KODEX200’은 순자산총액이 3조4030억원에 달해 시장대표ETF(6조4494억원)의 53%를 차지했다. 또 ‘KODEX레버리지’와 ‘KODEX인버스’는 레버리지와 인버스ETF의 90% 이상을 차지해 독보적인 점유율을 기록했다.
특히 대형운용사들이 자사펀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점도 특징이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ETF 투자금의 99.1%인 1412억원을 자사 ETF에 투자하고 있다. 유리자산운용과 한국운용 등도 투자하고 있는 ETF가 대부분 자사 운용 상품이었다.
제로인 관계자는 “대부분의 운용사가 일정 볼륨을 유지하기 위해 자사펀드를 이용한 ETF운용에 나선 것”이라며 “ETF 시장이 활성화되면 증시로 안정적인 자금유입 효과가 있기 때문에 채권ETF, 해외ETF, 합성ETF 등 다양한 ETF 상품의 성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양증권(003470)에 따르면 3월 기준 ETF 시장을 종목별로 분류한 결과 올해 3월 기준으로 거래량 상위 3개 종목이 90.85%, 시가총액 상위 3개 종목이 45.84%를 차지해 소수종목이 시장 전체를 지배하는 형태다. 하지만 해외의 경우 오히려 이 같은 치우침 현상이 더 심하며 이는 세계적인 추세다.
이 증권사 이중호 연구원은 “자산규모가 큰 종목들이 몰려 있는 미국이나 아시아의 일본, 홍콩 시장의 경우 ETF 역시가 긴만큼 기존 인기종목에 대한 선호가 고착화된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파생상품에 집중 투자, 시장변동성 키울 수도
또 파생상품 중심의 거래성향도 문제로 지적됐다. 현재 ETF시장은 급등락 장세에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레버리지, 인버스ETF 등 파생상품만 활기를 띄고 있다.
제로인 김혜숙 레이팅사업부 차장은 “파생상품 ETF의 일별 약정금액 재조정은 벤치마크 수익률이 상승하거나 하락할 때 매입 또는 매도 포지션을 가중해 파생상품 시장과 현물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파생상품 중심의 시장구조는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 ETF 시장이 발전하기 위해서서는 다양한 투자대상 확보와 합성ETF(Swap based ETF) 등 새로운 운용방식을 도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중호 연구원은 “현재 파생형 ETF의 투자를 분산시킬 수 있는 섹터 및 테마형 ETF의 성장이 필요하다”며 “또 국내시장에 아직 도입되지 않은 합성 ETF의 도입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합성ETF는 2~3년 전부터 유럽, 홍콩 등에서 각광받았다”며 “현물 자산을 편입하는 기존 ETF에 비해 추적오차를 최소화할 수 있어 상품 운용과 관리에 매우 유용한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