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꽁꽁 숨겨왔던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의 은닉재산이 마침내 그 베일을 벗었다. 빈털터리로 해외서 유랑생활을 했다던 그의 일관된 주장이 거짓으로 판명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데는 국세청 고액상습체납자 전담반 ‘숨긴재산 무한추적팀’의 끈질긴 조사 덕이 컸다. 말 그대로 ‘뛰는 김 전 회장 위에 나는 국세청’이었던 셈이다. 평소 입버릇처럼 ‘진짜 무일푼’이 된 김 전 회장의 재산은닉 수법에 대해 알아봤다.
김우중(76) 전 대우 회장의 꼬리가 밟힌 것은 국세청 무한추적팀의 예리한 판단에서 비롯됐다. 돈 한 푼 없다며 잡아떼 온 김 전 회장이 때만 되면 국외로 나가는 게 어딘가 의심쩍어 보였던 것이다.
이에 추적팀은 김 전 회장이 눈치 채지 못하게 은밀히 그의 생활패턴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김 전 회장이 조만간 해외사업을 위해 출국할 것”이란 첩보를 얻은 추적팀은 곧바로 김 전 회장을 출국금지 시키고, 그와 동시에 국외서 접촉한 지인들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추적팀은 김 전 회장이 조세회피지역인 홍콩에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수천억원 상당의 국내 비상장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추적팀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유령회사를 통해 대우정보시스템(옛 대우그룹 전산실)과 베스트리드리미티드(옛 대우개발) 주식 1000억원 어치를 갖고 있다.
이에 추적팀은 압류한 주식을 공매에 붙여 매매가 완료되는 즉시 체납액 163억원을 징수할 방침이다.
◆꼭꼭 숨겨도 속속 찾아내
추징금 17조9000억원을 내지 않기 위해 벌인 김 전 회장의 꼼수는 이전에도 몇차례나 검찰에 의해 들통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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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픽 인터내셔널은 대우그룹의 해외 비밀금융조직인 BFC자금으로 설립됐으며, 1983년 4월부터 1997년 4월까지 필코리아에 투자된 자금은 총 4771만달러, 당시 환율로 383억원에 달했다.
이와 함께 김 전 회장의 해외 은닉재산도 여실히 드러났다. 김 전 회장은 1990년 미국 보스톤에 BFC자금 80만달러로 주택 1채를 사두었으며, 1988년에는 BFC자금 290만달러로 프랑스에 포도밭 59만5922평을 구입하기도 했다.
특히 김 전 회장은 퍼시픽 인터내셔널에서도 과거 자신이 저질렀던 과오를 그대로 답습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김 전 회장은 퍼시픽 인터내셔널을 통해 비자금 400만달러를 횡령하고, 회삿돈으로 구입한 전용비행기를 처분해 163억원을 빼돌리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김 전 회장의 해외은닉 자산현황을 예금보험공사 및 자산관리공사, 대우그룹 채권단에 통보, 총 383억원을 환수했다.
이뿐만 아니다. 2008년에는 차명으로 갖고 있던 주식들이 들통나 톡톡히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차명으로 관리해온 △베스트리드리미티드 777만7470주 △대우정보시스템 163만주 △대우경제연구소 13만2000주 △한국경제신문 10만6000주 △SK텔레콤 3만2000주를 비롯해 미술품 134점을 압류 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