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 경제] 긴급조정권 발동에 따라 중노위가 대한항공 노사를 상대로 사전 조사를 벌이고 가운데 일반노조에 이어 이번엔 대한항공조종사협의회(대조협)까지 조종사노조 비난에 나서는 등 총파업에 따른 구성원의 분열이 심각한 지경에 빠져있는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
대조협은 지난 2001년 군출신 300여 명이 구성한 별도의 협의체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번 조종사 총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반면 조종사노조는 1990년 이후 입사한 공채 출신들이 상당수다.
15일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에 따르면, 대조협에 가입한 ‘군경력 조종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조종사는 노조 홈페이지에 노조를 비난하는 글을 올렸고 이에 조종사노조 조합원들이 다시 대조협을 비난하는 글을 올리는 등 조종사들 사이에 대립이 심각한 지경이다.
대조협 소속 조종사의 주장에 따르면, 조종사노조가 요구했던 사항들이 긴급조정권 발동으로 인해 관철되지 못하자 그 분노를 대조협 조종사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파업시 대조협 조종사들이 같이 비행하지 않고 파업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했느냐”, “파업할 때 대조협 조종사들이 없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은 없었느냐”고 글을 통해 따졌다.
또한 “파업결과에 대한 불만과 사회적 긴장이 약자인 대조협 조종사들에 대한 분노로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조협을 ‘약자’라고 표현한 뒤, “여러분(조종사노조)들 중 소수라고 믿고 싶지만, 자극적인 언어로 대조협을 매도하고 (이로인해)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글을 작성한 배경에 대해 “이번 파업에 있어 목적을 이루지 못한 배경을 대조협에 대한 분노로 표출된 노조원의 글들이 정도를 벗어나고 있기 때문에 우려하는 마음으로 작성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글에 대해 조종사노조 소속 조합원들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아이디가 ‘얄리’라는 조합원은 노조 홈페이지를 통해 “약자인 대조협 조종사라는 표현이 정말 웃긴다. 약자라서 (파업 전후로) 회사 뒤에 숨었냐”면서 “우리는 빽이 없기 때문에 서로가 빽이 되어주기 위해 노조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착각하지 마세요’라는 이름의 또 다른 조합원은 “파업 첫 날 아침에 (파업 장소인) 인천연수원은 분노로 들끓었다. 머리 위로 지나가는 비행기들을 바라보며 저주를 퍼부었다”면서 “투쟁의 승패를 떠나 당신들을 응징할 것을 맹세했다”고 흥분했다.
‘적은 적’이라는 조합원은 “대조협이 무슨 조직이냐, 대한항공의 공식 단체이냐”면서 “이런 비공식적인 단체가 (회사로부터) 보호되는 이유가 무엇이고 또 상대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하는 등 대조협을 비난하는 글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역대 최단기간인 파업 4일 만에 긴급조정이라는 강제적 절차에 종결된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파업은 일반노조가 “파업으로 경영손실이 발생해 회사가 내년 초 지급을 약속했던 성과급마저 못 받게 됐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등 노노갈등마저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 노사갈등은 긴급조정권 발동으로 중앙노동위원회가 해결책 마련에 앞장서겠지만, 노노갈등과 조종사간의 반목과 갈등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과제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