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안기부 X파일 사건이 마무리한 검찰의 수사결과에 대해 본말이 전도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있다.
X파일 사건의 첫단추인 삼성은 언제나 면죄부인가. 전직 국정원장을 두명이나 구속시킨 검찰이 X파일 사건의 첫단추이자 의혹의 한가운데 서있던 삼성에 대해선 무혐의 처리해 없었던 일로 됐다.
X파일 대선자금 수사결과, 97년 대선자금을 전달한 삼성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 홍석현 전 주미대사 등 고발된 3명에 대해 전원 불기소 처분해 삼성에 면죄부를 주었다.
검찰은 삼성 이건희 회장에 대해선 소환조사 한 번 못한 채 서면조사로 대체했고 그것도 삼성측 관계자의 진술에만 전적으로 의존해 실체를 밝혀내지 못한 채 전원 무혐의 결정을 해 재벌봐주기가 재연됐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정, 경, 언의 검은 커넥션을 세상에 알린 MBC문화방송 이상호 기자 등에 대해선 불구속 기소해 법의 정의가 무너졌다는 지적이다.
◇보호막된 이 회장 개인돈 ? = 삼성그룹 비서실장 출신답게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 등 삼성구조본 관계자들은 조사과정에서 입을 맞춘 듯 일관된 진술을 했다.
수사결과, 이학수 부회장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9~10월 김인주 구조본 사장(당시 재무팀장) 등을 통해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의
동생 회성씨에게 4차례에 걸쳐 40억~50억원을 건넸다며 돈의 출처는 삼성그룹 돈이 아니라 이 회장의 사재라고 진술했다.
또 김인주 사장
역시 이 회장과 같은 내용으로 대답했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9일 서면을 통해 “(정치권에 건넨 돈은) 개인 돈이었으며 관련 내용도 사후에 보고받았다. 개인 돈 일부를 구조본에 맡긴 뒤 알아서 쓰라고 시켰기 때문에 본인은 잘 모른다고 진술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특히 김씨는 당초 세풍수사 과정에서 한 진술을 번복하는 등 이 회장과의 연관성을 차단했다. 김 사장은 검찰조사에서 정치권에 건넨 60억원 가운데 10억원을 ‘회사 기밀비’라고 진술한 것은 이건희 회장의 관련성을 차단하기 위해 둘러댄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이들이 정치권에 건넨 돈을 회삿돈이 아닌 이회장 개인 돈이라고 주장한 것은 회사공금을 전달할 경우, 공소시효과 끝나지 않은
특정경제가중처벌법(횡령죄)상 처벌대상이 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찍부터 삼성측의 대응논리가 어떨 것이라는 것이
충분히 예상됐음에도 혐의를 입증하는데 실패했다.
다만 세풍사건 수사 당시 삼성이 이회창 후보측에 건넨 돈이 10억원이 아닌 40억~50억원대였다는 사실을 밝히는 정도에 머물렀다.
◇ 삼성은 영원한 노터치 = 가장 깨끗해야할 언론이 재벌과 당선이 유력했던 대선후보에게 정치자금 전달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국가기관의 무차별적 도청행위 못지 않은 범법 행위에 해당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검찰에 대한 불신을 더욱 깊게 할 가능성이 크다.
X파일사건이 국민에게 준 충격은 안기부와 국정원의 무차별적인 도청 실태 외에 재벌과 언론사 사장이 암암리에 이 회창 후보를 지원했다는 의혹 규명과 처벌에 대한 기대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참여연대가 도청 행위를 제쳐놓고 이 회장과 홍 전대사 등 20여명을 고발한 것도 재벌과 정치권, 언론의 유착 실태를 검찰이 밝혀줄 것이란
기대에서였다.
불법자금 철저수사 촉구에 “거악(巨惡)을 만나면 기쁘다”고 응수했지만 수사가 재벌에 대한 수사보다는
도청수사에 맞춰져 물건너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그대로 현실화 됐다.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이 두차례 조사에서
회장 개인 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더이상 진전을 보지 못한 채 손을 들고 만 셈이다.
검찰은 나름대로 143일동안 60여명이나 투입하며 사상 초유의 국정원 압수수색과 두명의 국정원장을 한꺼번에 구속시키는 등 의혹해소를 위해 전력을 다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과연 불법자금의 실체를 밝히는 데 검찰이 의지를 보였는 지에 대해선 부정적 의견이 적지 않다.
국정원 압수수색을 하면서도 삼성불법자금과 관련해선 단 한차례도 삼성 계열사에 대해서 수색을 하지 않았다. 특히 홍석현 전 주미대사 소환도 질질 끌다가 이건희 회장에 대해선 사실상 수사마무리를 한 상태에서 면피성 서면조사만 했다는 지적이다.
◇ 수사력 삼성꺽기엔 역부족 = 최모과장 및 이건희 회장 재산관리인인 전 모씨 등 당시 삼성 재무팀 관련자 등 16개 계열사의 회계담당 16명 등 연인원 31명을 조사했다.
삼성전자 등 16개 계열사의 일자별 보조부, 삼성코닝 등 21개 계열사에 재무제표 감사보고서, 정치자금 제공내역 등 모두 14박스 분량의 서류를 조사를 토대로 사건의 핵심인 이건희 회장에 대해 85개 항목에 대해 조사를 벌였지만 소득없이 끝나고 말았다.
검찰은 수사는 효율성이 있어야 되는데 계열사 3∼4곳에서 10억원을 만들었다는 의혹을 풀기위해 60곳이 넘는 계열사를 모두 압수수색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보였다.
◇ 제식구에 어떻게 칼을 대 = 삼성은 대선자금 의혹 부분만 아니라 검사들에 대한 명절 떡값제공 의혹, 기아차 인수 로비의혹 등 도청테이프에 나타난 모든 의혹에 대해 모두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전직 법무장관 K씨와 C씨와 전 법무차관 H씨, 모 지청차장검사 K씨, 모 지검 부장검사 H씨 등 전현직 검사 등 10여명에 대한 수차례씩 500~2000만원의 떡값수수 부분에 대해서도 관련자의 부인을 이유로 무혐의 결정했다.
검사들에게 건넨 떡값의혹에 대해서 이학수 부회장과 홍석현 전대사는 물론 거론된 검사들이 모두 관련 의혹을 부인했고 설령 돈을 받았다고 해도 5000만원을 넘지 않아 특가법 적용이 어렵다는 게 이유다.
97년 기아차 인수와 관련,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에 대한 3000~5000만원 뇌물제공 의혹에 대해서도 이학수, 홍석현씨의 혐의부인만 믿고 강 전부총리에 대해선 조사 한 번 하지 않았다.
반면 안기부 도청 내용을 통해 1997년 대선을 앞둔 추악한 거래의 현장을 전한 MBC 이상호 기자와 월간조선 김연광 편집장은 모두 통신비밀보호법 위반했다며 불구속 기소했다.
특히 검찰은 두 기자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을 밝히면서 “법적 제재를 하지 않으면 향후 알권리 등을 이유로 도청 결과물 등을 무분별하게 보도하더라도 의법조치가 곤란하다”는 소신까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