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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브랜드는 복수(複數)를 말한다

성승제 기자 기자  2007.01.09 16: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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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나는 오늘 입은 청바지를 내일 또 입지 않는다.”

   

한 통신사 광고에서 멋진 남자가 던지는 한 마디이다. 남자는 이 말을 하면서 멀쩡한 청바지를 쭉쭉 찢어 펑키인지 퍼니인지 알 수 없는 스타일로 만들어서 신나게 입는다.

아마도 어르신들은 이 광고를 이해하지 못 할걸? 5년, 10년 전에 산 옷도 멀쩡하면 다시 입어야 한다고 생각하실테니.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그러기 힘들다.

작년에 산 옷도 용기 내어 입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살이 찌거나 빠져서라기보다는 트렌드에 맞지 않아서 작년에 산 옷을 아깝지만 입을 수 없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패션 트렌드가 그만큼 빨리 바뀌고 있다. 변화의 폭도 상당하다.

청바지만 해도 여성의 바디라인에는 부츠컷(부츠를 신은 듯 무릎부터 발목까지 벌어지는 스타일)만한 것이 없다고 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최근엔 무조건 스키니진이다.

그리고 세계의 여성들은 이미 스키니 대신 배기핏(Bsggie Fit:헐렁헐렁, 길이와 폭 모두가 여유 있어 큰 옷을 입은 듯 한 느낌을 주는 스타일)을 선택하고 있다.

언제 우리나라의 젊은이들도 배기핏으로 돌아설지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듯 세계 패션 트렌드 혹은 소비자의 패션 성향이 빠르게 바뀌면서 하나의 컨셉으로 소비자의 발걸음을 오랫동안 묶어두는 것은 힘들어졌다. 이 때문일까?

많은 브랜드들이 하나의 브랜드 안에 이질적인 컨셉의 상품들을 여럿 구성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른바 라인업. 

라인업의 대표적인 브랜드가 세계적인 진 캐주얼 리바이스라 할 수 있다.

리바이스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오리지날 진 스타일의 501을 비롯해 엔지니어드진, 레드탑 등을 내놓고 있다. 리바이스의 매니아가 아니라면 리바이스 청바지를 해마다 사는 사람들은 그 옷을 다 어디다 쓰나 하겠지만, 리바이스를 찾는 사람들은 매번 새로운 상품들의 유혹을 느낀다.

우리나라 토종 브랜드인 버커루도 런칭 초반에 와이드벅 시리즈를 출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바 있다. 와이드벅은 허리부터 발목까지 내려가면서 통이 커지는, 말 그대로 통이 넓은 청바지로 뚱뚱한 사람이건, 마른 사람이건 큰 부담 없이 입을 수 있어서 매출이 좋았다고 한다.

작년 겨울에는 세계적인 진 캐주얼 캘빈클라인진도 퓨어진 시리즈를 출시하기도 했다.

청바지 전문 브랜드는 대체로 청바지의 핏을 설명하는 라인을 선보인다. 리바이스의 501과 엔지니어진의 경우는 소재, 컬러, 실루엣에 상관 없이 추구하는 방향이 분명하다. 501은 오리지날 스타일을, 엔지니어진은 활동성이 큰 기능적 스타일의 성격을 띈다.

이 같이 라인은 상품의 특징을 보다 쉽게 설명할 뿐 아니라 브랜드 충성도를 높여주기도 한다. 해마다 출시되는 501 시리즈를 찾는 사람들이 있고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레드탑을 사는 사람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라인의 힘은 참으로 대단한 것.

최근에는 브랜드 컨셉과 전혀 다른 스타일 혹은 품격의 상품들을 선보이기 위해 별도의 라인을 런칭하는 브랜드도 생겨나고 있다. 한 매장, 한 브랜드에서 다양한 소비자의 입맛을 채워주기에는 한계를 느끼는 만큼, 이왕이면 보다 다양한 컨셉의 상품들로 소비자를 유혹하겠다는 심산이다. 

아메리칸 테이스트의 편안한 캐주얼 브랜드 마루는 작년 가을, 남성 비즈니스 캐주얼 스타일의 맨즈마루를 런칭했다. 기존의 마루가 편안한 캐주얼 감각을 바탕으로 남녀노소를 공략한다면, 맨즈마루는 2, 30대의 일하는 남성을 위해 보다 깔끔하고 세련된 스타일을 추구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스타일의 변화와 함께 가격도 기존 마루보다 2~30% 수준 높은 수준이다. 현재 맨즈마루는 마루의 전국 유명 매장에서 한정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라인업 작업은 여성복 시장에서 더욱 활발하다. 여성 영 캐주얼 브랜드 비지트인뉴욕은 올 봄부터 60년대식의 레트로 감성과 90년대식의 미니멀리즘 감성을 접목시켜 컬렉션 라인을 선보인다. 컬렉션 라인을 통해 스커트, 팬츠, 재킷 등을 중점적으로 선보이며 기존 상품보다 15~20% 높은 가격대를 지향한다.

또 여성 커리어 브랜드 앤클라인뉴욕은 오늘 3월부터 앤클라인 톱 라인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라인을 통해 단품 위주의 하이퀄리티 코디네이션을 제안할 계획이다. 앤클라인뉴욕은 60년대의 향수가 묻어있는 빈티지 라인를 선보임으로써 전체 상품을 더욱 고급스럽게 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러피안 감성의 여성 영 캐릭터 캐주얼 브랜드 코데즈컴바인은 올 봄부터 한층 고급스럽고 깔끔한 스타일의 베이직 플러스 바이 코데즈컴바인을 선보일 예정이다.

코데즈컴바인은 세계적으로 미니멀리즘이 뜨고 있는 만큼, 심플하고 깔끔한 스타일을 새롭게 제안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코데즈컴바인 특유의 감성과 레이어드룩으로 특화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기본의 베이직 감성 위에 소재, 컬러, 디테일의 플러스 요인을 더해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새로운 스타일을 제안할 계획이다.

베이직 플러스 바이 코데즈컴바인을 통해 정장도 선보일 예정이다. 전체 상품의 2, 30% 수준으로 구성해 보다 새로운 이미지를 제안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들어 패션 브랜드들이 라인업 작업을 활성화 하고 있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 “소비자의 패션 성향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하나의 컨셉만을 고수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그렇다고 컨셉 없이 모든 스타일을 다 수용할 수도 없는 만큼, 대표 컨셉을 앞세우고 1~2개의 서브 컨셉을 구성함으로써 전체적으로는 통일감을 유지하면서도 실제적으로는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단독매장을 구성해 독립 브랜드로 운영하는 것에 비해 투자비용도 낮고 그만큼 위험수위도 낮다고 한다. 실제 라인업을 통해 독립 브랜드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트래디셔널 감성의 캐주얼 브랜드 노튼은 작년 가을, 20대 초 중반의 남성을 타켓으로 비즈니스 캐주얼 노튼옴므를 런칭, 노튼의 전국 주요 매장에서 샵인샵 형태로 선보였다.

런칭 초반에는 노튼의 매니아들이 보다 클래식한 차림을 위해 노튼옴므를 선택해 노튼과 노튼옴므의 단품들을 하나씩 크로스코디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노튼옴므만으로 풀코디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매출액도 안정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이 때문에 노튼옴므는 올 상반기부터 적극적으로 단독매장 확보에 나설 계획으로, 가두점과 함께 백화점 공략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