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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천하]후련하다...사쿠라바 잡은 추성훈

프라임경제 기자  2007.01.09 09: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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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우리 선수들이 선전하면서 격투계의 태풍이 더욱 거세어졌다. 특히 지난 연말 추성훈 선수와 사쿠라바 가즈시 선수 간 경기는 격투 팬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한 경기였다.

사쿠라바 그가 누구인가.

반데라이 실바 선수가 등장하기 전까지 동급 최강의 신화였다. 그레이시 가문을 격파하며 일본을 격투의 종주국인양 착각하게 만든 주인공이었다.

실바 선수와 첫 대결 패배 후 몇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결국 그 산은 넘지 못했다. 그러나 사쿠라바 선수는 한번도 무기력한 경기를 보여준 적은 없었다. 어깨뼈가 탈구되고 머리뼈에 금이 가는 한이 있어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항상 보여왔던 선수였다. 

우리나라 유도 대표 출신 윤동식 선수의 데뷔 전에서 룰 숙지조차 이루어 지지 않은 윤선수를 몰아 부쳐 1라운드 초스피드로 승리를 이끌었던 선수가 바로 사쿠라바다. 

필자는 사쿠라바 선수의 은퇴 전에 한국 선수가 복수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

물론 추성훈 선수가 국내 유도계의 텃세로 어쩔 수 없이 일본 국적을 가지고 있는 선수이지만 링에 오르는 그는 항상 태극기와 일본기를 같이 도복에 부착하고 나와 한국인임을 과시하는 선수이다. 추선수의 경기를 보면 그런 뒷이야기들 때문에 항상 마음이 찡하다.

전성기 때의 사쿠라바 선수라면 추성훈 선수가 이기기엔 힘이 부쳤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노쇠한 사쿠라바는 이빨 빠진 호랑이, 그 이상은 결코 아니었다. 시종 추선수의 공격에 당황하고 견제만 하다가 허무하게 패배해 버린 것이다.

사쿠라바와 대결에서 추선수는 일본인 아카야마 요시히로가 아니었다.

관계자 및 그 누구도 한일 대결이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 누구도 추선수의 승리를 축하해 주지도 않았다. 

오히려 사쿠라바 선수가 경기 중  추선수의 몸이 미끄럽다는 조금은 추잡한 변명을 늘어놓자 이를 집중적으로 부각시켜 의혹을 제기하기에 바빴다.  심지어 추선수가 몸에 기름을 발라서 경기 후에 그것을 감추기 위해 도복을 빨리 입었다는 둥 말도 안 되는 의혹만을 제기했다.

경기 중 갑자기 타임스톱을 부르는 사쿠라바 선수의 황당한 행동 또한 예쁘게 봐줄래야 봐줄 수 없는 모습이었다. 경기가 자기 마음대로 풀리지 않자 프로레슬링에서나 있음직한 행동을 했고, 요시노리 심판은 당연히 받아 들이지 않았다.  또 추선수의 거센 파운딩에도 꼴사납게도 몸이 미끄럽다고 소리를 지르는 억지스러운 행동에 본부석 사인이 조금은 늦게 떨어져서 추선수의  더욱 거센 공격 후 ,TKO 당하는 사쿠라바 모습을 바랬는지도 모른다.

경기 후에도 추선수의 몸이 미끄럽다는 사쿠라바 선수의 항의로 심판과 자신의 세컨들 까지 추선수의 몸을 살폈지만 그들조차 아무 이상을 발견해 낼 수 없었다.  처음부터 사쿠라바 선수의 비겁한 변명 이외엔 아니었으니까.

문제는 이런 결과까지 보면서도 사쿠라바 선수 편을 드는 일본 팬들을 보면서 추선수는  일본인 아카야마 요시히로일수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자신들의 격투영웅이 재일교포3세인 추선수에게 패하는 것을 인정하기 싫은 일본인들의 본성이라고 밖에는 할말이 없었다.

연말엔 또 하나 최홍만 선수가 k-1 히어로스 룰로 치른 경기에서 바비 올리건 선수를 10초 만에 KO승으로 제압했다. 

걱정을 많이 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입식 타격기에 익숙해져 있는 최선수가 얼마나 적응할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조금은 앞섰다.

그러나 경기 시작 직후 그것이 기우임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상대의 실수 후 바로 파운딩으로 몰고가 표도르가 내뿜는 얼음 펀치와 맞먹는 펀치를 날려 경기를 마무리 하는 최선수에게 또 하나의 가능성을 보는 순간이었다. 

k-1 주관사인 FEG 가 최선수와 3년간 10억엔(약 80억)에 재계약을 체결한 것만 봐도 그가 k-1 빅5에 드는 선수임을 인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프라이드가 얼마 전 간판선수인 크로캅을 UFC 에 뺏긴 것이 남의 일 같지 않았을 것이다.

두 선수 외에도 여러 한국 선수들의 기량이 일취월장(日就月將)해 나가고 있는 이때에 격투단체는 우후죽순처럼 늘어나지만 k-1이나 프라이드 등에 맞설 수 있는 퀄리티 있는 국내격투 단체가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홍 준 철

(주)미션팩토리 대표
사단법인 정통합기도 협회 기획본부장겸 수도관 사범부장
전 MBC ESPN 해설위원
격투기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