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영화를 두고 ‘전편 보다 나은 속편 없다’고들 한다.
전편이 ‘대박’을 친 뒤 초심(初心)이 사라진 탓 일까. 피천득 선생의
수필 ‘인연’에 나오는 말처럼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속편들이 허다하다.
‘조폭 마누라’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001년 530만을 동원한 1편의 경이로운 흥행 신화는 22003년 야심껏 내놓은 2편이 180만에 그치며 깨지고 말았다.
이후 와신상담(臥薪嘗膽) 의 시간이 흐른 지난 28일 ‘조폭마누라 3’라는 이름으로 당당히 극장에 걸렸다. 1편의 흥행사 조진규 감독이 ‘대박 청부사’로 돌아온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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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들이 별 환영 받지 못하는 요즘 극장가에서 조폭을 다시 내걸고, 그것도 2편의 실패를 기억하는 영화 팬 앞에 3편이라고 내놓는 것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부정적 시각도 많았다. 그래로 제작사 측은 새 이름 보다 한때 파워 브랜드였던 ‘조폭 마누라’에 기대고 싶었나 보다.
막을 올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결과는 아직 속단할 수 없다. 하지만 영화 자체에 대해선 일단 긍정적이다. “전작 보다 훨씬 낫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는 것.
각 포털사이트와 이 영화의 홈페이지(http://www.showbox.co.kr/gangsterwife3/main.htm)엔 ‘강추!! 관람 전에는 1, 2편을 생각하고 별로 기대 안했는데.. 진짜 짱 재미있게 봤어요~ 조폭3~ 대박!!’(ID 쭈니님) ‘조폭마누라 시리즈 중 제일 백미~!’(ID misomath) ‘전편의 웃음과 액션은 잊어도 될 만큼 스케일도 커지고 웃음도 폭탄수준이다.’ (ID gigibe76) 등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일부 영화 팬은 “조폭마누라3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주장까지 하며 선입관을 가졌던 자신을 직책했다.
제작사 ㈜현진씨네마와 배급사 쇼박스㈜미디어플렉스가 밝히듯 ‘조폭마누라3’는 훨씬 ‘업그레이드’됐다.
먼저 ‘아시아의 비너스’ 수치.(舒淇- 서기)를 캐스팅해 여성미와 섹시함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한국과 홍콩을 오가는 짜임새 있는 스토리라인과 방대한 로케이션으로 글로벌화를 추구했다.
여기에 ‘코믹 지존’ 이범수의 강력하면서도 편안한 연기, 예전의 코맹맹이 소리가 아니라 재치 있는 말로 웃기는 현영, 조각미남 오지호의 망가짐을 무릅쓴 희생 등으로 코믹의 수준 역시 한결 높아졌다.
스토리는 간단하다. 조직간 세력다툼으로 어머니의 나라 한국에 피신 오게 된 홍콩 거대 조직 화백련 보스 임회장(적룡 분)의 딸 아령(서기 분)과 그녀를 보호할 임무를 맡은 한국 동방파.의 어리숙한 중간보스 기철(이범수 분)과 그의 아우들(오지호 조희봉)이 펼치는 황당한 시추에이션이다. 여기에 옌벤 출신 엽기 통역사 연희(현영 분)까지 가세하면서 배꼽 잡는 포복절도가 끝도 없이 이어진다.
그렇다고 코믹이 전부가 아니다. 아령과 상대 조직이 1대 150으로 맞붙는 화려하면서도 비장한 액션은 손에 땀을 쥐게 하고, 홍콩의 아름다운 풍광과 이국적 경치는 눈요기 거리로도 충분하다.
아쉬웠던 것은 기철과 아령의 러브라인이 어느 순간 한참 진전돼 있더라는 것. 총알도 피하는 아령의 빠른 움직임은 홍콩 영화에서도 흔한 것이라 이해할 수 있겠으나 사랑까지 그토록 초고속으로 진행된다는 것엔 공감하기 어려웠다.
아무튼 시리즈 최고액인 60억 원을 쏟아부은 개봉 ‘조폭마누라3’는 당일에만 전국 415개 스크린에서 8만9000명(서울
2만600명)을 동원했다. 이날이 평일이고, 체감온도가 영하 20도에 육박한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웠던 날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랍다.
이는 최근 전국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올라 있는 ‘박물관이 살아있다!’ ‘중천’ ‘미녀는 괴로워’ 등의 개봉 첫날 관객 수보다
500~1만4000명까지 많은 것이다.
게다가 지난 11월 아메리칸 필름마켓(AMF)에서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시장에 역대 한국영화 중
최고가(미화 66만 달러)로 판매돼 해외 흥행도 기대되고 있다.
지금까지 ‘조폭마누라3’는 ‘속편이 전편 보다 나을 수 있다’는 새로운 영화계 통설을 만드는데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그 추세가 새해 신정 연휴 이후에도 이어져 1편을 넘어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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