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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터지 대작 '중천', "국내 CG 기술도 세계 수준"

봉준호 감독 등 영화계 안팎 격찬

김정환 사외기자 기자  2006.12.28 20: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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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20일 개봉한 순국산 팬터지 대작 ‘중천’이 개봉 첫 주 전국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에 가속도가 붙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늘어나면서 이 영화를 통해 본격 선보인 국내 컴퓨터 그래픽(CG) 기술에도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등은 물론 ‘중천’과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경쟁작 ‘박물관은 살아있다!’에서 보듯 실사와 CG의 절묘한 배합은 상상을 영상에 담아야 하는 팬터지 장르에서 필수 요소다. 따라서 이 영화가 개봉하기 전 영화계 안팎에선 ‘순수 국내기술로 만든다니 대견하지만 가능하겠는가’라는 부정적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12개 업체가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한 국내 기술의 완전 승리였다. 전체 1900여 컷 중 750여 컷이나 된다는 CG가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 당연히 CG라고 짐작되는 몽환적 배경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구분해내기가 어려웠다.

   

◆ 디지털 액터 ‘정우상’은 어디에

‘중천’에서 관객들의 관심은 ‘제2의 정우성’이라고 일컬어지며 화제를 낳은 국내 최초 디지털 액터 ‘정우상’에 쏠렸다.

하지만,  그는 ‘눈을 크게 뜨고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 없었다(장군멍군)’는 한 네티즌의 글처럼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었다.

네티즌들은 ‘정우상은 어디 있나요? (이쁜이),’, ‘디지털 액터 찾기가 숨은 그림 찾기보다 어렵다 (skfwk)’, ‘정우성의 액션연기 죽음, 근데 저 중에 디지털 액터 정우상이 대신 싸워줬다고? (중천최고)’ 등의 글을 올리며 ‘중천’의 CG 수준에 놀라워했다.

게다가 최근 이 영화를 본 영화 ‘괴물’의 봉준호 감독마저 “영화를 보면서 ‘정우상’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추측으로만 ‘저 장면이 아닐까’했을 뿐 시각적으로는 결국 못 찾아냈다”면서 “이런 걸 볼 때 ‘중천’에서의 디지털 액터는 대성공!”이라고 감탄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중천’의 CG 기술력이 더욱 각광받고 있다. 

조동오 감독과 주연배우 정우성 등에 따르면 정우상은 실제 배우나 스턴트맨은 할 수 없는 위험하지만 스릴을 위해 필수적인 액션을 제한적으로 대신함으로써 환상적이고 스펙터클한 액션을 완성시키는데 일조했다.

디지털 액터가 나온 대표적 장면은 ▲이곽(정우성 분)이 웅귀(김광일 분)가 뿜어내는 쇠사슬에 가슴을 관통 당해 10미터 상공에서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장면 ▲이곽이 3만 원귀병과 대적할 때 기둥과 자작검을 이용해 허공으로 날아가는 장면 등이다.

이 중 이곽과 웅귀의 대결 장면에선 정우상 외에 김광일을 대신한 디지털 액터가 하나 더 출연했다. 결국 두 명의 디지털 액터가 격돌한 셈이다.

   

◆ 순수 국내 CG 기술에 거는 기대

그럼 ‘중천’에서 선보인 국내 CG 기술은 어느 수준일까.

‘중천’에서 CG  제작진은 펄럭이는 고전 의상의 질감을 고스란히 살리고 이곽(정우성)의 긴 머리카락을 하나 하나 옮겨야 했다.  이는 ‘반지의 제왕’의 벌거벗은 골룸이나 몸에 딱 달라붙는 의상을 입은 ‘스파이더맨’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난도 작업으로 이를 성공시켰다는 것은 국내 CG기술이 이미 세계적 반열에 올라선 것이라는 것이 ‘중천’ 개봉 이후 180도 달라진 영화계 안팎의 반응이다. 

영화 ‘괴물’의 경우 영화의 가장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괴물’의 CG작업을 세계적 CG스튜디오인 뉴질랜드의 웨타 디지털(WETA. 대표작 ‘반지의 제왕’ ‘킹콩’)과 미국의 오퍼너지(대표작 ‘씬시티’ ‘투모로우’) 등이 담당했고, CG 비용으로만 30억 원 이상 소요됐다. 그러나 괴물이 불에 타 죽는 장면에선 ‘CG 티가 너무 난다’는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당시 제작비 부족 탓에 막판 CG에 완벽을 기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 봉감독은 ‘중천’을 본 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도 국내 업체와 할 걸 그랬다”며 아쉬워했다.

이처럼 ‘중천’에서의 CG 기술의 성공은 관객들에겐 화려한 볼거리를 선물했음은 물론, 지난 3년간 300억 원을 투자하며 소수의 해외 메이저 스튜디오만이 독점 보유한 초고난이도 CG기술 개발에 도전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디지털 액터 팀을 비롯한 국내 기술진에게도 큰 성과물이 됐다.

더욱이 해외 유명 스튜디오에 막대한 외화를 지출하지 않고도 국내 기술로도 얼마든지 성과물을 일궈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충무로에 심어줌으로써 국내 영화인들의 보다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영화 스토리 구상이 가능해질 것으로 벌써부터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