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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구형’ 김승연 한화 회장…법원 감형량 ‘촉각’

재벌총수들 보통 ‘징역 6년 구형’, 법원서는 다들 ‘3년형 선고’

박지영 기자 기자  2012.02.06 08:3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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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배임‧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검찰에 ‘미운털’이 박혀도 단단히 박힌 모양이다. 10대 대기업 총수로선 이례적으로 ‘중형’이 떨어진 까닭이다. 김 회장은 회사에 1조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지난 2일 검찰로부터 징역 9년에 추징금 1500억원을 구형 받았다.

눈에 띄는 점은 예상보다 긴 ‘죄값’. 실제 검찰은 10대 대기업집단 가운데 오너의 배임‧횡령 혐의로 이처럼 긴 형량을 메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검찰이 이제껏 가장 높은 형을 메긴 건 ‘삼성에버랜드 사건’ 때가 유일했다.

2008년 7월 당시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경영권 불법승계 및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삼성 이건희 회장에게 징역 7년에 추징금 3500억원을 구형했다. 그러나 이때만 제외하곤 이름께나 날리는 ‘간판’ 재벌총수들에겐 줄줄이 ‘징역 6년’이 ‘최고형’처럼 메겨졌다.

실제 검찰은 △지난 2003년 1조7000억원에 달하는 ‘통큰’ 분식회계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SK그룹 최태원 회장에게 징역 6년을 △2006년 ‘형제의 난’으로 각종 비리사실이 알려져 망신살이 뻗친 두산그룹 박용성-용오 회장에게도 각각 징역 6년을 △2008년 ‘글로비스 사태’ 때도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었다.

◆관대한 법원, 한화도 통할까? 

물론, 검찰의 구형이 법원에까지 통하는 건 아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SK 최태원 회장, 두산 박용성-용오 회장,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 등 법원서 모두 감형 받았다. 공교로운 점은 이들 재벌총수 모두 법원서 ‘징역 3년형’을 선고 받았다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의 경우 1심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을 △최태원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박용성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80억원을 △정몽구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사회공헌기금 8400억원 사회봉사 300시간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이들 재벌총수의 운이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에게까지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김승연 회장과 법원은 ‘악연’에 가까운 사이기 때문이다. 사실 김 회장은 ‘법원 덕’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아니, 법원 탓에 더 많은 형을 받기도 했다.

2007년 이른바 ‘보복폭행’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 회장에게 법원은 1심에서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김 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구속 상태에서 풀려나리라’는 것이란 예상을 뒤엎은 것이다.

그 같은 전망은 바로 검찰의 1심 구형량 탓이 컸다. 애초 검찰이 ‘징역 2년’을 구형하긴 했지만 이는 ‘흉기 등 상해’에 대한 법정 최저형인 ‘징역 3년’에도 미치지 못한 구형량이었던 탓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피해자들과 합의를 했고 ‘대기업 회장 처벌에 따른 회사 업무의 큰 지장이 예상된다’는 점을 참작해도, 책임에 상응하는 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검찰의 구형은 상대적으로 약했던 데 반해 법원의 선고는 단호했던 셈이다.

결국 김 회장은 2심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 받긴 했지만, 1심 결정에 따라 재벌총수로선 드물게 잠시 ‘감방생활’을 해야만 했다.

김 회장과 법원의 악연은 이뿐만 아니다. 지난해 4월 ‘뺑소니’ 혐의로 약식 기소된 김 회장의 차남에 대해서도 법원은 검찰 구형(벌금 250만원)보다 더 높은 형(벌금 700만원)을 선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