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가 구태의연한 낙하산 인사를 되풀이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신규임용된 임원진 가운데 절반 이상이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직접 관여한 인물로 채워져 과거 군사정권 당시 장성출신 임원 배정을 방불케 하고 있다.
현재 마사회는 이우재 회장 등 8명의 임원진 가운데 내부 승진자는 3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5명 모두 낙하산 인사를 통해 발탁됐으며 이중 4명은 지난 2002년 16대 대선을 전후해 현 정권 탄생에 공헌했던 인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지난달 22일 전격적으로 발탁된 김도훈 부회장의 경우 경남 창원 출신으로 옛 민주당 창원지구당위원장을 맡았으며 2002년 16대 대선 당시 경남선거대책본부 수석부회장으로 일하며 대통령 만들기에 적지 않은 공헌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16대 대선 경남선거대책본부 공헌 참작?
김 부회장은 특히 박홍수 현 농림부장관과 단단한 정치적 연결고리를 가졌다는 평이다.. 마사회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소관부처가 농림부라는 사실을 비춰볼 때 김 부회장의 취임과 박 장관과의 관계가 절대적인 영향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마사회노동조합은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 임원진 구성을 외면한 정치적 보상차원의 인사라며 이달 7일까지 28일 동안 ‘인사철회 및 출근 저지투쟁’을 벌였으나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한국마사회가 구태의연한 논공행상식 임원인사를 거듭하는 가운데 최근 임원진 절반 이상이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공헌한 인물로 직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 ||
마사회 직원들이 임원인사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까닭은 과거 역대정권에서 지속해온 정치적 배려에 따른 인사가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심해진 현상 때문이다.
지난 3월 취임한 이우재 회장은 당초 한나라당 소속 15ㆍ16대 의원이었으나 당적을 버리고 열린우리당 창당에 참여, 상당한 역할을 떠맡았던 전력이 있다. 취임 당시 마사회 노동조합 등에서는 일부 반발이 있었으나 이 회장이 농림산업분야에 어느정도 전문성을 갖췄다는 이유로 표면화하지 않았다.
◆ 논공행상식 낙하산 인사관행 되풀이
최근 부임한 김 부회장은 지난 9월 30일 경마사업을 시작한 부산경마본부장에 발탁된 뒤 불과 몇 개월 지나지 않아 본사 부회장으로 발탁됐다. 더욱이 전임 부회장 이봉수 씨가 3년 임기의 절반을 남겨두고 2006년 4월 지방선거 김해시장 출마를 위해 사임한 직후 이우재 회장도 모르는 사이 전격 발탁돼 물의를 빚었다.
마사회 노조 측은 김 신임부회장 뿐만 아니라 현 부산본부장으로 취임한 배응기 상임이사도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공헌한 인물로 지목한다.
배 부산본부장은 관선 부산 강서구청장을 역임한 뒤 지방자치 출범과 함께 3차례 민선 구청장선거에 출마했으나 모두 실패한 전력을 갖고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의 가까운 인척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는 지적을 받는데다 72세의 고령으로 중책을 맡기에 부적절하다는 평이다.
마사회의 각종 사업을 총괄하는 사업운영본부장으로 발탁된 이종우 씨의 경우도 2002 대선 당시 제주선거대책본부에서 중책을 맡아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공헌한 것에 대한 보상차원 임원 발탁 사례로 꼽힌다.
외부 발탁 임원 가운데 노승래 상임감사만이 전 감사원 차장 출신으로 나름대로 전문성을 가졌을 뿐 나머지 4명 모두 노 대통령의 참여정부 만들기에 깊이 관여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 지자체 선거 출마위해 임기 남기고 사직 속출
따라서 막대한 매출수익을 올리고 예산을 집행하는 마사회가 현 정권의 창출 유공자에 대한 논공행상 뒤처리용 잔칫상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더욱이 이들 정치인 출신 임원들은 전문성이 전혀 없는데다 대부분 정해진 임기를 채우지 않고 총선,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마사회를 떠나는 등 심각한 후유증만 남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이봉수 전 부회장의 김해시장 출마뿐만 아니라 전 상임감사 서규용 씨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충북지사 출마 준비를 위해 사직하는 등 마사회를 ‘예비 정치인 인큐베이터’로 전락시키고 있다.
마사회 노조와 대다수 직원들은 이같은 정치적 배려성 낙하산 인사가 결국 마사회의 온갖 부정부패의 원인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박창정 전회장의 경우 경마업자 등으로부터 금품과 향응 수수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현재 계류 중이며 윤영호 전회장도 업자와의 유착과 카드할인 혐의로 구속,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 낙하산과 함께 매출도 뚝뚝 하강
한편 마사회는 지난 2002년 매출액 7조6491억원을 기점으로 지속적인 매출감소가 이어지며 위기감에 휩싸여있다.
2003년 매출은 6조1753억원이었으며 2004년 5조3303억원에 이어 올해 12월 4일 현재 4조8289억원으로 2002년 대비 2조8202억원이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사회 관계자는 매출 감소와 관련, 지속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경마인구의 배팅금액 감소와 사설경마장의 난립 등을 지적했다.
특히 지난 6월 ‘형사정책연구소’에 음성적인 사설경마장에 대한 용역조사를 의뢰한 결과 약 3조원의 시장규모를 보이고 있어 마사회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마사회 관계자들은 이같은 위기상황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정권의 정치적 배려에 따른 파행인사가 계속될 경우 경마산업의 존립에 심각한 악영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마사회노동조합 하재무 부위원장은 “김 부회장 낙하산 인사와 관련, 부회장 집무실 점거농성과 상임이사회 저지, 출근저지 투쟁, 천막 농성 등 모든 노력을 다했으나 결국 정부의 밀어붙이기에 더 이상 저항할 수 없었다”며 “지난 3공화국과 5·6공화국 당시 장군 출신 회장과 임원진 낙하산 임명과 다를 것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