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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고졸 취업 붐’ 일시적 이벤트 안 되려면…

체계적 연구·제도적 뒷받침 이제 시동…‘선취업 후진학 대책’ 재조명 필요

임혜현 기자 기자  2011.12.13 16:3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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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화시화이이의 부가이위근(花是花而已矣 不可以爲根 꽃은 꽃일 뿐 뿌리가 될 수 없다: KBS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 중 일부). 지난 여름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 최대 역점사업으로 “내년에 마이스터고 취업률 100%, 특성화고 취업률 37%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바야흐로 ‘고졸 취업’ 붐의 시대다. 어느새 대졸자 리그로 바뀌었던 은행권 취업 문턱이 낮아져 오랜만에 ‘고졸 행원’이 창구로 대거 돌아온다는 소식도 올해를 통틀어 손꼽히는 주요뉴스감이다. 하지만 꽃은 꽃일 뿐, 뿌리는 따로 있다는 저 대사는 비단 누가 꽃일 뿐이고 진정한 뿌리인가라는 권력 헤게모니 다툼에만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뿌리가 부실하면 화려한 꽃(일시적 성과)쯤은 언제든 질 수 있다는 세상사의 일반을 꿰뚫고 있는 문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기형적으로 꽃을 일찍 피운 나무일 수록 뿌리 점검 또한 필요하다. 고졸 위업 대책의 뿌리를 살펴봤다.

오랜만에 고졸 채용을 재개한 은행계에 이어 정부가 고졸자 채용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12일 정부는 내년 공공기관 신규채용규모를 올해 1만명에서 내년에는 1만4000명으로 40%나 확대하고, 이에 발맞춰 공공기관 신규채용자 중 고졸자 비중도 올해 3.4%에서 내년엔 20%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공기관과 중소기업 청년 인턴을 각각 올해 1만명, 3만2000명에서 내년에는 1만2000명, 4만명으로 늘리고 공공기관은 정규직 채용규모 중 20%를 인턴경험자 중에서 뽑도록 할 방침이다.
   
고졸 채용 붐이 일고 있다. 특히 정부가 경기침체에 대한 대응책으로 공공부문 고용을 확대하고 이 중 일부 쿼터를 고졸 학력층에 배정할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하지만 고졸 채용이 정책적, 이론적 연구와 뒷받침 없이 성과 보여주기식으로 진행되면 화려하기만 한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사진은 광주은행 고졸 신입 사원들의 모습.

하지만 이 같은 고졸자 특수가 일시적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미 중소기업 인턴과 관련해서는 민주당 이미경 의원이 지난 가을 국정감사에서 성과 부풀리기 의혹을 제기한 바 있고, 지금은 폐지된 행정 인턴에 대해서도 효과가 별로 없었다는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가 나와, 유사성을 갖고 있는 공공기관 인턴에 대해서도 실효성에 의문을 품는 이들이 있다. 더욱이 공공기관 인턴의 경우 채용 절차조차 외주를 줘 관리 의지 자체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기획재정부는 이와 관련, 청년인턴 채용절차 중 일부를 채용 전문업체에 위탁하는 것은 공정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12일 부각된 채용 이슈는 최근 연이어 나오고 있는 내년도 경기 전망 악화 우려의 대응책으로 마련됐고 이조차 현행 제도 이상의 완성도를 당장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풀이가 나오고 있으며, 결론적으로 고졸 채용은 수반 논의 사항이지 방점을 찍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선취업 후진학 강화까지 연계, 미봉책 우려 증폭

무엇보다 이번 대책에서 정부가 고졸 채용 문제 해법을 제시하면서 ‘선취업 후진학 여건 강화’를 동시에 진행하려는 것은 더 큰 우려를 사고 있다. 고졸자가 공공기관에 입사한 후 대학을 진학하면 학비를 지원받게 되며 입사 후 4년 이상 지나면 승진이나 보직 등에서 대졸자와 동일한 대우를 받는 안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사무보조원과 단순기능직은 4년이 지난 후 사무직과 기술직으로 옮길 수 있는 기회도 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전부터 고졸 취업에서 선취학 후지원 문제가 본질적 해법인지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 산업교육 관련 관계자는 “지금도 일자리는 많은데, 문제는 눈높이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고졸 취업자 중 6개월 안에 그만 두는 비율이 높다는 것. 인력관리 업무에 종사하는 관계자도 “지금 정책은 선취업 후진학에 맞춰져 있어 고졸 취업의 직무 개발 등을 논의하기 어려운 감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기관부터 우리 직원은 취업 후 교육을 시켜 대졸자(내지 전문대졸자)로 만들겠다는 것은 문제의 우회적 해결밖에 안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단순기능직 등의 추후 사무직 전환에 관련해서도 이 같은 직무 교육에 관련해서는 국내에 적절히 구성된 사례를 찾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위의 인력관리 관계자는 고졸자의 생산직 등 입사 후 사무직 내지 관리직으로의 성장 가능성과 이를 뒷받침할 직무훈련 제도 질문에 대해 “국내에 마련된 직무교육 관련 프로그램은 대체로 생산직(등) 입사 후 사무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연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특성화고 지원 여전히 미비, 고졸 맞춤형 직무 교육 관련 본격 논의 미성숙

따라서 공공기관이나 대우조선해양 등 일부에서 4년 후 대졸자와 동일 대우를 내세우고 있지만, 아직 관련 문제 해법이 전반적으로 일정한 모델을 구축했거나 뿌리를 내렸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은행원 중 이번에 특히 부각된 고졸 신규 채용 직원들의 처우 문제가 당장 시한폭탄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 산업은행 등 일부 케이스를 제외하면, 올해 뽑힌 은행권 고졸 행원 가운데 대부분은 비정규직으로, 2년간 근무한 뒤 자리잡기 성공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자격심사를 거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정착 코스라고 할 수도 있지만, 창구 업무에서 벗어나 다른 은행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또다시 시험을 치러야 하며 전환률 면에서 이미 기존 텔러들의 사례를 볼 때 상당한 낙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비단 은행뿐만이 아니다. 중소기업으로 갈수록 직무 개발 관련 논의가 미비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 중소기업청 2005~2007년 인력실태 조사에 따르면, 교육훈련을 실시하지 못하는 가장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중소기업의 속사정은 △업무공백 우려가 크고 △그 다음이 효과적인 교육프로그램 부재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핵심 직무교육과 같은 인건비 보전 교육이나 야간이나 주말 JUMP 교육 활성화 지원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김동철, 인적자원개발을 위한 중소기업교육의 효율화에 관한 연구, 충주대학교 산업대학원, 2011년).

고졸 취업의 요람이 되어야 할 특성화고 문제도 지원이 겉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성화고는 ‘소질과 적성 및 능력이 유사한 학생을 대상으로 특정 분야의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 또는 자연현장실습 등 체험 위주의 교육을 전문적으로 실시하는 고등학교(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지만, 사실상 여기서 영재 학교인 특수목적고(과학고 등)는 빼고 이야기한다. 즉, 각종 전문계고(과거의 상고, 공고 등)를 발전시킨 여러 모델이 논의의 핵심인데, 특성화고 유형에는 교육청지원형 특성화고, 중소기업청·국방부 등 개별 정부부처에서 지정한 정부부처연계형 특성화고, 그리고 일반특성화고가 있다.

이중 가장 맞춤형 교육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정부부처 연계형 특성화고 육성 사업의 성과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체로 연계형 특성화고 사업 성과는 높은 것으로 평가되나, 일부 부처 사업의 경우, 사업 주체 간의 연계성이 미흡하다는 평(서울대 나승일 농산업교육과 교수 등이 집필한 ‘정부부처 연계형 특성화고 성과 진단’ 논문: ‘농업교육과 인적자원개발’ 제43권 제2호, 2011. 6)도 있다.

14일 학술대회, 고졸 미취업 전문성 강화 전환점 될지 주목

이런 상황에서 고졸 사원이 졸업 후 바로 사회로 뛰어 들어가서 성장을 할 수 있는 역할개발 모델을 정립하고, 관련 직무개발 연구를 특화할 수 있는 체계를 세우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서울시가 금년에 진행한 고졸 인턴사원 합동 연수의 경우는 현상화의 한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개척 방향을 제시한다고도 볼 수 있다.

서울시는 지난 6~7일 이틀간 서초구 양재동 서울시인재개발원에서 고졸 인턴사원 100여명을 대상으로 합동연수를 실시했는데, 짧은 기간에도 △중소기업의 비전 △팀역량 강화 △기업조직과 문화의 이해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자기이해와 대인관계 역량개발 △셀프리더십 등을 교육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굳이 한계와 시사점이라면 △짧은 기간에 깊이 있는 교육을 하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었다는 점 △한국생산성본부와 한국표준협회가 공동으로 진행했는데 이런 프로그램을 오래 진행하는 경우를 상정할 때 외주가 과연 적합한지의 여부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위 인턴 과정에서 역할을 한 생산성본부와 표준협회 또한 HRD 문제에서 관련 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산업인력공단 등은 경력개발 문제에만 특화된 기관이 아니라 연구와 과정 수립 등에 주도적으로 나서는 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 확장이나 기구간 브리지 연구 등도 모색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특히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직무개발이나 청년층 고용 대책 등에 주안점을 맞추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도 이미 관련 논의에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산업인력공단은 오는 14일 한국농업교육학회와 공동으로 ‘산업인적자원개발 포럼’과 ‘직업교육관련학회 및 단체 2011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는 기존 부서가 아닌 공단 내 태스크포스조직인 미래전략TF에서 일정 역할을 해 추진된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아울러 현안인 고졸 미취업 관련 논제 역시 제기될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미 2008년 8월에는 서울대 이찬 산업인력개발학과 교수 등에 의뢰해 ‘중소기업 경력개발 지원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설계’ 보고서를 완성, 제출받는 등 직무교육과 관련해 일반론적인 관심과 연구는 이미 일정 궤도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정책이나 인력관리 실무에서 여전히 모호한 층위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고졸 인력 문제가 고졸과 관련한 교육의 전문성 강화를 통한 배출과 취업 이후 직무역량개발과 경력개발을 통한 해결될 수 있을지 초점 변화 과정 여부가 향후 주요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