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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넥슨, ‘시총 8조’ 불평 말고 ‘보안 5억’ 써라

이정하 기자 기자  2011.12.12 17:4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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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넥슨이 최근 해킹 사건과 증시 상장으로 떠들썩했다.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서버 해킹으로 132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고, 또 넥슨의 도쿄 증시 상장으로 김정주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주식 부자로 거듭나는 등 넥슨의 주가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넥슨은 지난 5일 공모가가 1300엔으로 확정됐다고 밝히면서 앓는 소리를 했다. 넥슨의 한 고위 관계자는 “1300엔 밑으로 떨어지면 상장을 접으려 했다”고 말했다. 당초 시가총액이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는데, 이보다 20% 줄어든 선에서 공모가가 확정됐다고 실망감을 표한 것이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공모가가 하한선에서 결정한 것도 아니었고, 공모가 밴드가 1200~1400엔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간 정도의 성적”이라고 평가했다. 넥슨은 일본 도쿄 증시에 오는 14일 상장해 정식 거래를 시작한다.

넥슨은 지난 11월25일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의 백업 서버가 해킹돼 전체 회원 1800만명 중 132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전체 회원의 73% 넘는 고객 정보가 털린 셈인데, 넥슨은 11월24일 이 사실을 확인했고, 다음 날인 25일 오후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번 정보 유출 사건은 지난 8월 네이트·싸이월드 해킹 사건에 이은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넥슨 측은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심려를 끼친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또 유출된 주민등록번호와 비밀번호는 암호홰 돼 있다고 설명하며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비밀번호 변경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했다. 

넥슨의 정보유출 사건에 이용자들은 대노했고 인터넷카페를 개설하고 집단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언론의 비난과 고객들의 거센 항의로 일본 증시 상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했지만, 일본 상장을 앞두고 자회사 주가가 급등하는 등 이전의 우려를 날려버렸다. 김정주 회장의 보유 주식 가치는 2조원에 이르며, 부인 유정현 이사의 지분을 더하면 넥슨 회장 부부의 주식은 3조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주식 부호로 등급한 사장 및 임직원 이야기는 세간에 오르내리며 화제가 됐다.

일본 상장 관련된 공식 입장을 듣기 위해 넥슨 측에 문의했다. 그러나 기자가 들은 답변은 어이없게도 “홍보실을 비롯한 사내 부서의 모든 전화번호는 비공개”라는 것뿐이었다.

소속과 관련 내용을 먼저 밝히고 1시간을 꼬박 기다렸지만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말해 주시면 생각해 보겠으나 사내 어떠한 부서의 전화번호도 말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넥슨의 철두철미한 ‘정보 보안 관리’ 능력이 놀라웠다. 전화번호도 가르쳐 줄 수 없다니…. 

속담에 ‘제 살 아프면 남의 살도 아픈 줄 알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것이 아깝고 소중하면 남의 것도 귀한지 알라는 의미다. 자사의 정보가 중요하면 고객들이 믿고 기입한 정보도 소중한 법이다. 

더구나 서버보안기업 SGA는 넥슨의 해킹 사건은 서버 보안이 미흡했던 탓이었다고 분석했다. SGA 측은 “서보 보안 솔루션을 이용하면 공인인증 개념을 적용해 이를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넥슨과 같은 대형 서버에 보안 솔루션을 사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5억원 안팎이라고 한다. 시가총액 8조원에 불평하지 말고, 고객을 위한 5억원과 함께 열린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넥슨은 정보유출 사건에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머리를 숙였지만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