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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시장 전망…‘흑룡띠 특수’ 남의 나라 이야기

[심층진단] 고용위기 회복중 ‘침체’ 벼락…분배불평등·취업지원 공백 커 밀리면 ‘끝’

임혜현 기자 기자  2011.12.12 13: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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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임진년 용띠해가 다가오면서 이른바 흑룡띠 속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용기와 상승, 희망을 상징하는 용에, 물과 신성함을 상징하는 검은색이 합쳐지는 해라는 풀이가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용 시장의 사정으로만 한정하면 2012년은 흑룡띠 특수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특히 청년층은 다가오는 새해가 오히려 더 추울 수도 있다는 위기 신호들이 감지된다. 흑룡은 정녕 오지 않을까, 혹은 어떻게 흑룡을 부를 수 있을까?

세계경제 위기 국면에서 노동시장 타격을 빠르게 극복하는 나라, 하지만 위기가 오면 다른 연령층에 비해서도 청년층 고용손실은 극심하다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적하고 있다.

‘2011 OECD 고용전망보고서’는 2008~2009년간의 전세계적 위기 충격으로부터 우리 노동시장이 빠르게 회복됐다면서, 우리나라 2011년 2/4분기 계절실업조정률은 3.4%로 최고치(Crisis Peak)를 기록했던 2010년 1/4분기(4.3%)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좋아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이 고용전망보고서 뒤에 나온 자료들을 보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파고는 넘겼을망정 새로 닥친 실물경제 위축이라는 새 쓰나미가 경제와 고용시장에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9일 ‘2012년 경제전망’에서 내년 상·하반기 경제성장률이 각각 3.4%, 3.8%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올해 4.5%에서 내년 4.2%로 낮아질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은 일자리 부족 현상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7일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취업자 수가 올해보다 24만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금년 10월까지의 증가분(40만명선) 대비 절반에 불과하고, 2010년의 32만3000명에 비해서도 부진한 편이다.

대신경제연구소도 삼성연구소와 비슷한 수준인 26만명 증가를 예상했다. 특히 제조업 취업자 수가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양질의 일자리 부족 현상이 심각한 상황(지난 8월2일, 한국은행 ‘양질의 일자리 수급상황 및 대응방향’은 △2010년에 이미 양질의 일자리 384만개가 부족했고 특히 △양질의 일자리 부족분의 70%는 20~30대가 차지한다고 설명한다)에서 설상가상 상황이 오는 셈이다.

◆탄력적 노동시장의 성과? 고용문제 고통 해법에 도움 됐나?

   
‘2011 OECD 고용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 2/4분기 실업조정률은 3.4%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0년 1/4분기(4.3%)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하지만 낙관은 이르다. 실물경제 위축으로 인해 경제와 고용시장이 크게 경직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들어갈 문이 좁아지고, 양질의 일자리 몫을 찾는 문제에서도 소외될 것으로 예상되다 보니 내년도 청년층 고용 안정 체감온도는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다시 OECD 고용전망보고서로 돌아가 보자. 이 보고서는 금융위기 여파에서 한국 노동시장이 회복된 이유를 ‘여타 OECD 회원국 대비 상대적으로 탄력적이었던’ 점이 일군 노동시장의 ‘성과’라고 설명한다. 탄력적 노동상황이라는 말은 ‘불안’과도 맞닿아 있다. 위의 사정과 함께 종합해 보면, 불안 상황을 감수해 가면서 위기를 넘겼으나 결국 실물경제로의 위기 전이 같은 큰 위기가 다시 오면 ‘모래성’처럼 무너지는 게 우리 나라 고용 안정성이고 청년층은 그 중에서도 가장 냉골에 앉아 있다고 할 수 있다.

◆눈물의 고용시장 ‘테크트리’ 탄 청년층: 취업준비생부터 실업자까지 모두 힘겨워

테크트리(Tech Tree, 즉 일련의 조직화된 순서 흐름)라는 말은 특히 실시간 전략 게임에서 유닛의 업그레이드 절차를 뜻하는 말로 통용된다. 청년층은 취업준비생 시절을 거치면서 유닛으로 노동 시장에 유입되며, 경력개발제도를 통해 업그레이드된다. 첫 직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더 좋은 직장으로 이동할 수도 있고, 경쟁에서 밀리거나 불운해 자리를 잃어도 사회적 안전망에 의해 패자부활전을 준비할 힘을 얻기도 한다.    

이런 정상적인 고용시장 테크트리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눈높이를 낮춰 보라”, “일할 자리는 많다”는 지적이 유효하다.

하지만 취업 지원 관련 정책(고용촉진대책)은 아쉽고, 여기에 떠밀려 허겁지겁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분배 불균형에 허탈감에 빠지기 십상이라면, 혹시 일자리라도 잃으면 실업대책에만 기댈 수 없기 때문에 마음은 더욱 조급하게 된다면 문제다. 업그레이드 테크트리가 아닌 눈물의 고용시장 악순환 고리에 시달리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그간의 고용촉진대책을 보면, 이러한 눈물의 고용 불안 테크트리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지고 있었다는 우려가 유효하다. ‘고학력 청년층의 고실업현상의 원인과 대책’이라는 논문(임지영, 인천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0)을 보면, 2009년도 우리나라 청년취업지원사업은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행정안전부와 노동부, 교육과학기술부에 기획재정부, 농촌진흥청은 물론 외교통상부까지 가세하는 등 주관부처의 난맥상이 펼쳐졌다(동 논문 64쪽 등 참조).

이 와중에 민주당 이미경 의원이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중소기업 청년인턴제 사업 결과가 부풀려졌다 지적한 것이나, 국회예산정책처가 지금은 폐지된 행정인턴 사업이 청년실업 해결에 근본적 대안이 되지 못했다고 지적(8월29일 ‘행정인턴 사업상의 문제점’ 보고서)한 사례는 이미 예정돼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조사 시점 등 여러 지표에 따라 일명 취업유지율이 68.8% 대 31%까지 괴리를 보이는 착시 현상을 극복하기에는 복잡한 상황에서 진행하다 보니 좁은 시야에서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어려움, 단기간 성과에 얽매이는 경향 등을 극복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과거부터 ‘6개월 프로그래머’라는 말을 유행시킨 바 있는 비교적 단기의 직업 교육 기간을 통해 중소기업에 인력을 공급한다는 정책은 이명박 정부에서도 답습되는 것으로 보인다. 일명 ‘이공계 전무기술 연수사업’이다. 전문연수, 기업체실무연수 등 과정에 따라 수당이 30만~50만원선 지원되고 있다. 하지만 이 교육에서 실업대책지원금을 이미 수혜를 받고 있는 등 사유가 있으면 교육 신청에서 제외 대상이 된다. 문제는, 실업급여만 따져 봐도 이 같은 수당보다 적다는 데 있다. 2010년 최저시급을 기준으로 월44시간 기준선을 감안해 ‘실업급여 최저액’을 따지면 83만5974원이 나온다고 한다.

실업급여 하한선만큼도 못 받으며 와신상담 후 ‘취업 뽀개기’ 해도…

이런 눈물의 빵을 씹으며 교육을 마쳐 운 좋게 직장에 들어가도, 이번에는 분배 불균형에 시달린다.

참여정부가 출범한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소득 양극화보다는 소득 불평등도가 상대적으로 심화됐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지난 11월17일 한국경제연구원  설윤 연구위원은 ‘최근 양극화 추이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소득 양극화지수를 측정한 결과 0.89% 증가한 데 비해, 소득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2.78%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여기에 실업대책이 부실하다는 점도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우리나라의 실업수당은 평상시 급여의 30.4% 수준으로 집계됐고, 이는 OECD 회원국의 소득보전율 중간값(58.6%)의 절반에 불과하다. 실업 1년차 때 스위스(80.7%), 포르투갈(79.3%), 헝가리(45.9%), 일본(45.5%), 미국(44.9%), 영국(33.0%) 등에 비해 상당히 약하다. 실직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 수치는 급격히 떨어져 위기에 노출될 경우 충격을 완화하는 장치가 미흡한 것으로 지적됐다. 

청년층 첫 취업 연령과 혼인 연령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 보니, 가정을 막 꾸린 상태에서 별달리 쌓아놓은 자산도 없이 부족한 실업수당에 의지하기는 어렵다.

◆신자유주의 변신한 독일 정책도 이렇진 않아…대기업 역할 늘려야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소리는 높은데, 재정지출을 늘려 이를 해결하기에는 작금의 유로존처럼 바로 위기에 처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한계가 있다.

더욱이 현재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모두 내년에 복지 예산 확충 필요성을 느끼고는 있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처리할 상황에 대해서는 정책 어젠다라는 점에서 각 정당 내부에서조차 여러 의견 세부 사항에는 이견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현재 각당은 내분으로 예산 국회 처리가 어려워 이 같은 재정을 통한 지원책 마련은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결론은 기업에 분담폭을 늘려 실업 안전그물망을 강화하거나, 연수생 고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남는데, 여기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특히 한국경제연구원 ‘청년의무고용할당제에 대한 논의 및 시사점’은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된 바 있는 청년의무고용할당제가 사회적 손실과 중소기업 인력난만 가중시킬 뿐 실질적 효과를 보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복지국가에서 노동과 복지를 연계시키려는 독일조차도 이러한 부담에는 공감하고 있다. 일명 어젠다 2010은 도입 당시부터 신자유주의적이라는 노동계 비판에 시달렸다. 서남대학교 최낙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어젠다 2010은 노동의 의지와 능력이 있는 자들에게 더 많은 노동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이제 안전과 보장보다는 촉진과 장려의 원리가 적용된다”고 설명한다(한국자치행정학보 제19권 제1호 174쪽 등). 다만, 이러한 시대적 변화가 이미 슈뢰더 수상 시절부터 시작돼 메르켈 수상 집권기까지 이어져옴에도 독일은 이미 살펴 본 바 있는 실업급여의 소득대체율(실업 1년차 기준)에서 30.4% 대 64.9%로 두 배 이상 풍족하게 지급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벨기에는 로제타플랜을 통해 의무고용할당제를 기업에 요구하고 있다.

또 하나 청년층 고용 문제 해법으로 유용한 좋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업 특히 대기업의 지원과 분담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노비즈사업이나 벤처, 경영혁신형기업들에서 대표적인 좋은 일자리로 꼽히는 R&D 분야 성장 쪽이 특히 그렇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박문수 수석연구원은 R&D 인력 부족과 채용 애로 해결책으로 중소기업들이 정부지원금 확대(41.5%)나 대기업의 인력지원 및 기술지도(3.5%) 등을 바란다고 말한다.

결국 현재의 청년층 고용 문제는 임금 격차 해소부터 각종 해법 차원의 사회적 역할 분담에 이르기까지, 정부보다는 기업의 역할에 더 큰 무게가 실린다고 할 수 있다. 기업으로서는 거부감을 드러내는 대목이지만, 이 같은 사정을 방치해 고용 상황이 불안해지면 내수가 위축되는 것은 분명한 것이어서 내버려 두기도 어렵다. 아울러 이런 상황은 수출 시장도 난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2012년 상황을 내수에 일정 부분 기대어 풀이해야 하는 차원에서라도 기업, 특히 대기업이 택할 길이 상생에 있음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