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웅장한 숲처럼 초고층 빌딩이 모여 있는 부산 해운대. 부산에서는 이미 서울 강남 부촌과 같은 지역으로 통한다. 약 5년 전부터 해운대 초고층 빌딩이 하나 둘씩 들어선 이후 집값이 수직상승 중이다. 부산 해운대는 서울 강남권과도 여러모로 닮았다. 강남권이 개발되면서부터 조성된 학군 인프라 등으로 지금까지 서울 집값을 끌어올렸다면 부산에는 ‘부촌’ 우동(마린시티)과 부산판 ‘강남8학군’ 좌동이 버티고 있다. 불과 3~4년 전부터 해운대 중심에 고급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부산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 집값 상승의 근원지인 해운대를 찾았다.
지난 12월8일 오전 10시 부산 해운대 앞. 멀리서 부터 해운대 우동의 마린시티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트럼프월드마린’ 아파트. 261㎡(79평)이 17억원대까지 올랐다. 부산에서는 이례적인 고가 아파트다.
현재 마린시티 인근 아파트들은 몇 억씩 프리미엄이 붙은 아파트가 많지만 시세가 정확히 형성돼 있지 않다. 몇 아파트 단지들이 입주를 진행하고 있는 까닭에 급매물이 시세를 깎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근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마린시티 평균 프리미엄이 1억원이 조금 넘지만, 현재 입주하는 단지들 때문에 집값 상승이 잠시 주춤하고 있다”며 “그러나 초고층 아파트들 중에서도 바다가 보이는 아파트는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해운대는 강남, 나머지는 강북”
바다가 보이지 않는 ‘트럼프월드마린’ 58평형 시세는 6억원 정도. 그러나 같은 평형에 바다 조망이 확보된 아파트는 8억원을 호가한다. 올 초 대비 가격 상승은 크지 않았지만 분양당시(5억5000만원)와 비교하면 3억원 가까이 집값이 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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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판 ‘강남8학군’ 으로 통하는 해운대 신시가지. 부촌으로 조성된 해운대 ‘마린시티’와 불과 10여분 정도 거리에 위치했지만 오래된 아파트 등으로 인해 집값 상승률이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11월까지 부산 집값은 지난해 말 대비 16.3% 올랐다. 지난 1988년(19.7%)와 1990년(28.3%)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높다. 이처럼 최근 부산 집값이 크게 오른 것은 해운대 인근 지역이 개발되고서부터다.
30여년을 부산에서 지낸 택시운전수 서종명(58세)는 “부산 해운대 지역은 서울로 따지면 강남으로 보면 되고 나머지는 모두 강북으로 보는 게 이해가 빠를 겁니다”라며 “새 아파트가 부족했다가 공급이 몰리면서 전체적으로 집값은 올랐지만, 지금은 해운대 우동 말고는 집값이 오른다는 소리는 못 들었다”고 말했다.
수영강 인근 센텀파크를 시작으로 강이 바다를 만나는 곳, 우동의 ‘마린시티’ 초고층 빌딩변까지 해운대 개발 이후 집에서 물만 보이면 집값이 올랐다는 게 서씨의 설명이다.
지금의 부산은 강남권 개발 이후 한강변을 따라 오른 집값 상승기와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작년에는 집값이 더 올라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몰렸는데, 지금 와서 보니 판검사, 사장들이 마린시티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 해운대 부촌 빼고는 ‘스톱’
마린시티가 위치한 해운대 우동에서 자동차로 10여분, 지하철로 두 세 정거장을 지나면 좌동에 위치한 해운대 신시가지가 나온다. 약 15년 정도 된 아파트들이 밀집돼 있는 이곳은 해운대 우동지역이 뜨기 전부터 ‘강남 8학군’ 소리를 듣던 지역이다.
오래된 아파트를 빼고 최근 5년 이내에 지었던 30평대 아파트 평균 시세는 3억5000만원 선. 마린시티가 위치한 우동과 비교하면 올 초 대비 집값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적다. 공급부족현상이 짙었던 부산지역에 새 아파트가 공급되면서 오른 집값이 최근 들어 가격 조정기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장산역 바로 옆 벽산아파트 상가 인근에 B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아파트가 오래된 만큼 기존 아파트는 3억5000만~3억7000만원 사이에 거래된다”며 “신도시 집값이 저평가 돼 있는 데다 올 초에 공급물량이 많아서 집값이 눈에 띄게 오른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 부산지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월6일 기준 부산지역 매매, 전세 모두 변동이 없다. 지역별로 매매는 △남구(0.02%) △동래구(0.01%) △부산진구(0.03%) △수영구(0.02%) △해운대구(0.01%) △기장군(0.12%)이 상승했지만 사상구(-0.13%)와 사하구(-0.02%)는 하락했다.
마린시티가 들어선 우동에 대규모로 구성된 아파트 단지가 입주를 맞고 있는데다 해운대 신도시 역시 새 아파트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세중코리아 김학권 대표는 “해운대 신도시 좌동과 우동의 거리는 가깝지만, 수요는 천지 차이”라며 “우동은 학군과는 상관없는 지역으로 부촌으로 형성됐고, 신도시 좌동은 고급주거단지가 아닌 일반 주거단지로 집값은 수영강을 따라 우동에서 상승을 주도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252대 1 기록, 신도시 ‘해운대 레미안’
해운대 해변에서 길을 건너 빌딩 뒤편에 가보니 아파트 모델하우스와 정사각형으로 천막을 처논 떴다방이 보였다. 이곳은 252대 1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으로 올 전국 최고 청약경쟁률을 갈아치운 ‘해운대 레미안’ 모델하우스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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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첫선을 보인 ‘해운대 레미안’은 올해 전국 최고 청약경쟁률 기록을 갈아치웠다. 추운 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모델하우스 바로 옆에선 떴다방 영업이 한창이다. |
이날은 앞서 1순위 청약에서 이미 마감한 물량 중 부득이한 경우로 발생한 미계약분 대한 청약을 받는다. 오후 3시까지 계약분이 남으면 선착순으로 청약자를 모집하기 때문에 사람이 많이 몰릴 것을 예상해 미리 온 사람들에게 귀띔해준 이야기다.
앞서 해운대 레미안 1순위 청약에서 총 348가구 모집에 2만8345명이 몰렸다. 이 가운데 59.86㎡는 4가구 모집에 1009명이 신청했다. 84.98㎡도 130가구 모집에 1만8288명이 청약해 140.68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부산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인 레미안 아파트는 해운대 신도시에 위치한다. 신도시에는 새 아파트를 보기 힘든데다 레미안이라는 대형 아파트 브랜드라는 점과 인근에 이미 조성된 우수한 학군 등으로 인해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부산지역 사람들의 설명이다.
부산 서면지역에서 A보험사 지점장을 맡고 있는 이은경(가명. 48세)는 “해운대 부촌인 우동‘마린시티’에서도 교육을 위해 자녀들을 학군이 좋은 신도시로 보내고 있다”며 “분양가도 신도시 시세와도 비슷해 희귀물량으로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인근 C공인중개사 대표도 “부산에서는 ‘강남의 8학군’이라고 불리는 해운대 신시가지는 우동의 마린시티에서도 학교 배정을 위해 이사를 오기도 한다”며 “인근 0.5Km내 동백 초, 중학교 등 학교, 학원가에서 아침, 저녁마다 고급 외제차들로 북적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