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정부의 ‘초강수’ 기름값 인하 정책이 또 다시 무너졌다. 지난달 중순 열린 1차 입찰에서 실패를 맛봐야 했던 알뜰주유소가 지난 8일 열린 2차 입찰에서도 ‘무리수’임을 재확인시켰다. 정부는 향후 공개입찰 방식이 아닌 개별 정유사와 수의계약 방식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여 지고 있지만, 그 조차도 쉽사리 성사될 것 같지는 않다.
정부의 ‘알뜰주유소’에 물량 공급 입찰이 정유 3사(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가 써낸 공급가격과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면서 또 불발로 끝났다.
이번 2차 유찰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 수익성과 함께 기존 주유소와의 형평성도 고려해야하는 정유사와는 달리, 정부 측은 ‘알뜰주유소’ 취지에 맞는 저렴한 가격으로 기름을 공급받으려 했기 때문이다.
알뜰주유소 입찰이 두 번씩이나 유찰로 마친 정부는 수의계약 등 다른 대안을 찾을 계획이지만 정유사와의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으면서 난항을 겪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유사 ‘평행선’ 입장 ‘부담만’
업계 관계자는 “큰 손해 감수하면서까지 수출 물량을 돌려 값싸게 공급하는 것은 정유사에게는 부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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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입찰도 실패로 돌아가면서 정부의 알뜰주유소는 이젠 성사 여부조차 알수 없는 상황이다. |
하지만 일반 공급가보다 최소 ℓ당 50원가량 낮춰야 하는 알뜰주유소 공급 여건상 정유사들은 선뜻 가격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을 터. 게다가 정부의 압박으로 지난 4월부터 3개월간 ‘기름값 100원 할인’ 및 ‘단계적 환원’ 정책으로 큰 손실을 본 정유사가 그 이상의 희생을 감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주유업계의 ‘정유사가 자영 주유소 공급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반발 역시 무시 못 한다. 입찰물량은 농협 NH주유소 300여개와 석유공사가 확보한 주유소 100여곳에 판매할 석유제품 물량으로, 이는 휘발유 및 경유 등 국내 내수시장 3~4%를 차지하는 규모이기 때문.
실제로 한국주유소협회와 정유 4사 자영주유소연합회는 지난달 28일, 정유 4사를 찾아 알뜰주유소 물량 공급자로 선정되면 주유소 폴을 떼어버리겠다는 강경한 의사를 전달했다.
◆정부 변수 ‘당근 혹은 채찍’
두 차례에 걸친 유찰에도 불구하고 정부 추진 의지는 분명하다. 이에 따라 공개입찰 방식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 정부가 어떤 정책으로 ‘알뜰주유소’를 성사시킬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예정가격과 수출단가와의 격차를 줄여준다든지 보조금 제공, 현금 결제 등 혜택이 없으면 정유사들이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다.
이런 부담을 감수한 정부의 보상 카드가 있어야 하지만, 두 차례에 걸친 유찰에는 그만한 보상안이 제시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결국, 정부 측이 정유사가 만족을 느낄만한 카드를 제시한다면 충분히 의견이 타결될 수 있다는 것.
알려진 바대로 향후 정부가 개별 정유사를 상대로 수의계약을 진행한다면, 알뜰주유소 성사 여부는 ‘어떤 보상 카드 제시’에 따라 갈려질 모양새다. 사실 ‘알뜰주유소 입찰’은 적지 않은 손해가 예상된다 할지라도, 공급 정유사에게는 ‘꽤 괜찮은 제안’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정유3사가 주유소협회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두 차례에 걸쳐 입찰에 참여한 것도 동일한 이유로 바라보고 있다. 그간 담합 및 고유가 등을 이유로 지속적으로 압박받던 상황이 ‘역전’될 뿐만 아니라, 계약을 빌미로 이 이상의 혜택 역시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채찍’으로 정유사를 압박해온 정부가 과연 어떠한 ‘당근’을 가지고 연내 알뜰주유소 1호점을 출범시키겠다던 당초 계획을 지켜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